초대일시 / 2015_0728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주말_10:00am~05:00pm / 월,공휴일 휴관
진화랑 JEAN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효자로 25(통의동 7-35번지) Tel. +82.2.738.7570 www.jeanart.net
나지막한 목소리로 'Somewhere in Time'을 읊조려 본다. '언제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혹은 그 무엇을) 다시 만날 것을 상상하는 일은 마음 속 가득 삶의 어떤 희망을 품는 일이리라. 각박한 세상살이 이겠지만 이를 잠시 비껴 햇살 따사로운 일상의 어느 날, 소소한 꿈들에 잠겨들게 될 때 삶의 여유를 느끼며 행복감을 갖는 것과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지나간 추억 속의 어떤 곳을 향해, 혹은 언젠가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의 어느 날을 기약하며 잠시 빠져들게 되는 꿈들 말이다. 김호진 작가의 작업을 대하면서 드는 느낌들이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은 분주한 삶을 잠시 뒤로 한 채, 우리로 하여금 마음 속 어디에선가 속삭이고 있는 것들로 향하게 한다. 작가의 작업이 삶의 소소하고 평범한 것들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상상들로 가득 찼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몽환적이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 듯싶다. 게다가 아이들의 그것처럼 서투르고 꾸밈없는 모양새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이런 투박하지만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것 같은 느낌들이 오히려 작업 전체를 부드럽고 따스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 같다. 천진난만한 자유로움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솔직함이 화면 가득 물씬 느껴지는 것이다. 큰 기교는 오히려 서투르다는 옛 가르침을 따르기라도 하듯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틀에 박힌 기교와 스타일을 넘어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의 작가의 마음을 전한다.
이렇게 마음마저 고스란히 작업에 담겨져서일까, 종종 작가의 작업조차 작가 자신을 닮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잦은 병치레로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다르게 갖가지 꿈으로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은 작가의 속마음처럼, 연약하고 부드러운듯하지만 야무진 느낌들, 그 서툴지만 튼실한 기운들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화면 가득 뿜어내고 있는 화사한 색감이나 자유분방한 화면 구성에서 생의 약진하는 활력들, 자연처럼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생기마저 전해주는 기운들이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도 생의 한 복판 위에서 작가가 겪어야 했을 갖가지 고민들, 그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들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서 다져진 희망들로 인해 생에 대한 각별한 깊이마저 담고 있는 기운들 말이다.
작가가 꾸는 꿈들은 그저 몽환적인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장밋빛만이 아닌 것 같다. 그 바탕에 작가의 간단치 않은 삶이 가로 놓여 있었던 것이고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작가의 꿈들 또한 단단하게 다져졌던 것이다. 그런 고민들과 마음들이 그대로 묻어 있었기에 작가의 작업 속에는 생기 넘치는 화려함은 물론 쓸쓸하고 담백한 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또한 함께 공존한다. 그리고 저간의 사정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해야 했고 작업으로 이러한 외로움을 달랬던 시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타인과의 소통을 향한 절절한 마음 또한 읽혀진다. 작업에서 종종 엿보이는 북적북적 거리는 사람들과 세상사의 소소한 것들이 함께 하는 모습들은 바로 이런 외로움들에서 기인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들과 지금 여기 현재의 삶, 그리고 언젠가 될지 모르는 미래의 일들 모두, 꿈처럼 한 화면에 옹기종기 담겨졌던 모양이다.
꿈은 고단한 삶 속에서 더 튼튼하게 잘 자라나고 각별한 의미를 갖는 법이다. 작가가 작업에 담아낸 꿈들도 이런 이유들로 그 화사한 느낌들만큼이나 진중한 삶의 여운들을 전하면서 타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소중하고 애틋한 마음들이 그림으로 디자인으로 설치 작업으로 주얼리로 꿈을 꾸듯 자유롭게 이어지면서 때로는 누군가의 고단한 삶과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생의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는다. 설령 지금은 아닐지라도 작업을 통해 작가가 우리 모두와 함께 꿈꾸는, '언제 어디선가'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희망의 타래들을 펼쳐놓으면서 말이다. ■ 민병직
Vol.20150728d | 김호진展 / KIMHOJIN / 金祜辰 / painting.cra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