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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72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단디 GALLERY DAND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9-1 Tel. 070.4126.2775 blog.naver.com/gallerydandy
소소한 이야기 흔히 예술가는 어떠한 것을 만들어내고 창조한다고 알고 있지만, 예술가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을 찾아내는 발견자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되는 사소한 기호들을 발견해내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나의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그것의 미적 체험을 주며, 이러한 과정을 예술적 소통이라고 본다... (이연숙 작가글 중) ● 이전 작업에서 이연숙 작가는 일상에서 얻은 다양한 색과 형태의 비닐봉지를 모아 기억의 편린, 문화의 편린을 공간 안에 엮고 풀어내듯 설치하였다.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이 가벼운 오브제는 한시적으로 타지에서 경험한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그녀의 기억을 함의한다. 작가는 질료화된 비닐봉지들을 펼치고 엮어 시간을 축적하는 작업으로 외국에서 느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집의 의미, 공간을 이야기하였다. ● 귀국 후, 개인의 과거경험과 우리 역사를 재인식한 작가는 발견한 옛 물건들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그녀에게 이 사물들은 환기된 과거에 대한 기호이다. 칠기장을 뜻하는 '단스'나 목칠쟁반들을 명명한 '오봉'이라는 근작 제목들은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시대에 쓰였던 일제시대 언어의 잔재이다. 하지만 작가에게 이 단어들은 과거 외할머니로부터 듣던 일상언어로 추억될 뿐이며 이제는 현대의 생산물로 대체되어 유통기한이 지난 옛 물건처럼 작품의 이미지와 참으로 일치한다.
작가는 옛 물건을 작업으로 재구성하는 중 그 사물의 본 기능과 미적가치에 관심을 갖고 그 제작방식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공예에 눈을 돌린다. 사실, 조각을 전공한 그녀의 작업에 공예적인 요소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비닐봉지로 코바늘뜨기를 할 때부터였다. 해외거주와 이동이 많았던 그녀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비닐이라는 재료는 노동집약적 과정을 거쳐 예술품으로 변환되었다. 이렇듯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태도가 공예의 제작과정과 공통분모를 이룬다. ● 목칠공예는 칠의 중첩과정을 위해 들여야하는 시간과 반복되는 수작업의 수고로움이 있다. 금속공예의 단조기법은 기계로 늘이고 자르면 되는 형태조차도 굳이 손망치로 쳐서 늘이고 다듬어 손 맛을 얹혀 완성하는 기계생산방식과 상반된 비효율적이고 까다로운 제작과정을 거친다. 전통공예품들은 여전히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전승, 제작되고 있으나 더 이상 일용품으로 흔히 쓰이지 않는다. 예술영역의 공예작품으로 일부 생산, 소비될 뿐이다. ● 작가는 발견한 옛 물건의 설치와 함께 전통 목칠공예기법을 응용한 오브제를 제작한다. 외할머니에 대한 향수와 같이 별것 아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익숙한 형태의 목쟁반 뒷면에 정성스레 색을 칠한다. 그릇의 바닥은 기능적으로 직접 사용하거나 화려한 장식으로 사물의 얼굴이 되는 부분이 아니다. 이런 바닥면을 드러내고 색을 덧입혀 사물의 가치를 사용적 기능에서 조형적인 것으로 역전시킨다. 여기에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가치와 의미들에 주목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있다. ● 비닐봉지로 다양한 형태의 사물을 제작하여 공간에 가변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던 과거 전시와 대조적으로 최근 설치전시에서 재료로 사용된 오브제들은 고착화된 형의 물(物)이다. 때문에 사물들은 이전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공간과 조우한다. 특히, 전시공간의 장소성(site specific)이 작품의 일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설치전시 '오래된 집Old House'에서는 고유의 시간성을 지닌 골동품과 그 사물들이 제 기능으로 쓰여졌을 동시대의 건축공간인 오래된 집을 만나 그 내러티브가 강화되었다.
이번 전시 '할머니의 옷장Wardrobe for Granny'에서 '쓰임이 있는 오브제'만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공예전문갤러리단디의 작고 흰 공간은 작가의 작품을 품고 외할머니와 소소한 일상을 추억하는 방으로 탈바꿈한다. 여기서도 특정한 장소성(site specific)이 드러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물리적 공간보다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서의 장소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다수의 공예가는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 하나의 이미지나 주제를 모티브로 삼고 공예기술적 성취를 이루고자한다. 몇몇의 현대공예가들은 재료를 기반(material based work)한 개념적인 아이디어로 작업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 제작과정은 완벽한 기술 혹은 반기술, 어느 방향이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단하는 시간이다. 한편, 작가는 손으로 시간을 쌓아가는 행위에 의미를 두고 한켜한켜 쌓이는 시간 자체를 목적한다. 그 과정 끝에 얻어진 결과가 공예적 오브제일 뿐이다. 사람의 손길이 걷혀진 현대미술에서 공예적 행위의 의미를 고찰하는 그녀의 작업방식은 현대미술과 공예라는 시각예술의 보이지 않는 두 영역 사이에서 서로 다른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공예가들과 사뭇 다른 태도로 제작된 이 오브제들은 공예 갤러리 공간에 풍성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을 것이다. ■ 김예성
Vol.20150722c | 이연숙展 / YEON LEE / 李蓮淑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