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오디세이 ODYSSEY IN ANMYEONDO

손현주展 / SONHYUNJOO / 孫賢珠 / photography   2015_0710 ▶ 2015_0719 / 월요일 휴관

손현주_안면도 오디세이展_두산갤러리 서울 윈도갤러리_2015

초대일시 / 2015_071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공휴일_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종로 33길(연지동 270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 윈도갤러리 Tel. +82.2.708.5050 www.doosangallery.com

윈도갤러리, 두산갤러리의 '섬' ● 두산아트센터 정면에는 마치 '섬'처럼 독립된 윈도갤러리가 있다. 윈도갤러리에는 스티로폼 부표(浮標)와 거대한 갯벌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갯벌사진은 'S자 일몰'도 아니고 '매직아워'를 기다려 하늘과 달을 함께 찍은 갯벌사진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갯벌을 사진여행의 장소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 갯벌사진은 삶의 터전으로써의 갯벌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찍을 수 없는 사진이다. 안면도 출신 사진작가 손현주는 썰물 때 갯벌에서 장시간 고된 노동을 하는 아낙들과 어부들을 간과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바다의 텃밭'인 갯벌은 어부들에게 '노동의 텃밭'이면서 동시에 '희망의 텃밭'이기도 하다. 따라서 손현주의 갯벌사진은 고단한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찬 광명의 세계를 염원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셈이다. 손현주, 카메라를 든 여자 The Woman with a Camera ● 손현주는 1965년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90년 그녀는 경향신문의 공채 시험으로 입사하여 편집부에서 20년간 근무한다. 2004년 그녀는 파격적인 편집으로 '사진기자가 뽑은 올해의 사진편집상'을 수상한다. 손현주는 와인칼럼니스트와 음식칼럼니스트 그리고 여행작가로 불린다. 2003년 한 해 경향신문에 매주 1회 와인 고정칼럼을 쓰면서 그녀는 '국내 최초 와인을 전문적으로 쓴 기자'라는 별칭을 갖게 된다. 2009년 그녀는 단행본『와인 그리고 쉼』(포북)을 발행한다. 2012년에는 2년간 전국을 돌며 써 낸 단행본『계절밥상여행』(아트북스)을 발행한다. 이후 그녀는 매체에 지속적으로 제철 지역 밥상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음식칼럼니스트'란 명칭을 얻는다. 2010년 손현주는 20년간 몸담고 있던 경향신문에 사직서를 낸다. 그녀는 19살 안면도를 떠나면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던 섬, 안면도로 컴백한다. 고향을 떠난지 30년 만이다. 그녀는 그 해 가을 안면도를 걸어서 일주하면서 섬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손현주는 2011년도부터 그룹 전에 작품발표를 한다. 2011년『더 페이스(The Face)』(정동갤러리), 2012년『Mosel! Nature, Terroir, People』(힐스테이트갤러리)과『Grand Cru_Wine Art Exhibition』(대전 무역전시관), 2013년『미소_서울꽃』(서울시 시민청 뜬구름갤러리),『다시탐색(多視探色)』(충무아트홀) 등에 사진들을 출품한다. 2014년 그녀는 영국 런던 갤러리(MOKSPACE)에서『섬은 부표다(The island is a buoy)』라는 타이틀로 첫 개인전을 개최하여 영국사진계에 주목을 받는다. 따라서 이번 두산갤러리의『오디세이 안면도』는 손현주의 국내 첫 개인전인 셈이다. 장편 서사사진전 '안면도 오디세이'란? ● 사진작가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는 총119점에 달하는 사진작품들로 이루어진 특별전이다. 손현주는 20년간의 에디터 경력을 헤드라인(headline)뿐만 아니라 지면(地面) 편집, 즉 작품연출에서도 보여준다. 그녀는 마치 태안반도의 크고 작은 119개의 섬처럼 크고 작은 119점의 사진들을 지면(紙面)에 구성하듯이 벽면(壁面)에 연출해 놓았다. 그리고 그녀는 60여점의 사진들에 100자 남짓한 텍스트도 첨가해 놓았다. 따라서 4면의 전시장은 4면으로 이루어진 지면(紙面)처럼 보인다. 손현주는『안면도 오디세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총12개의 소제목들을 전시장 벽면에 표기해 놓는다. 그 소제목들은 황도를 시작으로 안면암, 정당리, 독개, 라암도, 누동리, 영목, 바람아래, 샛별, 꽃지, 내파수도와 기지포에 이른다. 여러분들께서 이미 감 잡았듯이 그 지명들은 안면도 해안가에 위치한 지역들 이름이다. ● 손현주는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안면도 해안가를 따라 일주(一周)를 한다. 그녀가 일주한 해안선 길이는 120㎞에 달한다. 그녀는 안면도 해안가를 일주하는데 꼬박 15일이 걸린다고 진술한다.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는 마치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의『오디세이(Odyssey)』처럼 안면도 해안을 따라 일주하면서 겪은 온갖 모험담을 담은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그녀는 "고난과 역경으로 인해 결코 평탄한 일주는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따라서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는 그녀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는 일종의 '장편 서사사진전(敍事寫眞展)'이다. 만약 관객이 두산갤러리 전시장에 전시된 황도에서 시작하여 기지포까지의 사진들을 따라간다면 다시 황도(사진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관객은 안면도 해안가를 따라 일주하게 된다고 말이다. 물론 관객의 안면도 일주는 사진을 통한 일종의 '이미지 일주'이다. 그렇다면 손현주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에게 안면도를 여름 휴양지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란 말인가? 다큐멘터리사진/예술사진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 안면도는 흔히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안면도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대부분 아름다운 풍경사진이 주류를 이룬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꽃지에 자리한 할미ㆍ할아비 바위를 들 수 있겠다. 할미ㆍ할아비 바위 낙조는 변산의 채석강과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안의 3대 낙조절경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지 지역을 찍은 손현주의 사진들을 보면 할미ㆍ할아비 바위 낙조사진은 고사하고 파손된 부표나 군용식기 등 '쓰레기' 사진들이 적잖다. 꽃지와 안면암 지역뿐만 아니다. 손현주가 안면도 해안가를 일주하여 찍은 12지역 모두에서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 사진들이 주류를 이룬다. 갯벌에 버려진 파손된 쪽배와 깨진 거울, 찌그러진 주전자에서부터 여전히 사용 가능한 밥사발에 이르는 부엌용품들, 플라스틱 콜라병, 안전모, 알전구와 바가지, 모래사장에 버려진 TV, 파손된 스티로폼 부표 등 각종 쓰레기들이 그것이다. 왜 손현주는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에 시선을 던진 것일까? ●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손현주에게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자화상"이라면서,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는 "우리들의 잃어버린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것"이라고 말한다. 손현주는 20년간 언론사 편집부에서 일하면서 수백만 장의 사진을 선택했다. 당시 그녀가 선택한 사진들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진실을 선택했고, 파격적인 감성사진을 신문전면에 게재했습니다."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는 일명 다큐멘터리사진과 감성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다큐와 감성 사진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놓았다.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손현주는 다큐와 감성사진을 뒤섞어 다큐의 '탈'을 쓰고 다큐멘터리사진/예술사진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한다"고 평가한다.

손현주_영목5279_피그먼트 프린트_86×200cm_2014

한 장의 갯벌사진은 한 병의 와인 속에 담긴 포도밭 농부의 땀과 같다! ● 미술평론가 류병학은 "손현주의『안면도 오디세이』가 다큐멘터리사진/예술사진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제3의 사진을 향한다"고 말한다. 그는 그 사례로 손현주의「영목5279」(2014)와「바람아래9692」(2014)를 든다. 손현주의「영목5279」는 마치 밤하늘의 별들 사이에 있는 행성을 찍은 환상적인 우주 사진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해서 본다면 밤하늘의 별들은 갯벌의 돌멩이들과 조각난 바지락 껍데기들이고, 행성은 플라스틱 부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부표는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살몬 핑크(salmon pink)에 가깝고, 갯벌 컬러도 잿빛이라기보다 해가 떨어진 직후의 로열 블루(royal blue)에 가깝다. 왜냐하면 손현주가 최종 프린트에서 색보정과 함께 사진의 상단과 하단부분을 고려하여 잘라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손현주의 갯벌사진이 마치 환상적인 우주 사진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색보정과 함께 과감한 편집을 통해 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그러나 그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갯벌사진은 단지 아름다움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손현주가 새벽의 갯벌을 찍기 위해 나서면, 새벽잠을 설치고 굴과 바지락을 캐기 위해 갯벌로 나와 구슬땀을 흘리는 그녀의 가족 같은 주민들을 만난다. 그녀는 겨울철이 되어도 섬 아낙네들의 손이 고와질 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그녀가 갯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때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류병학은 "그녀에게 한 장의 갯벌사진은 마치 한 병의 와인 속에 담긴 포도밭 농부의 땀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손현주_바람아래9692_피그먼트 프린트_115×200cm_2014

매혹적인 에메랄드(emerald) 컬러의 녹조에 떠있는 '하얀 악마'! ● 손현주의「바람아래9692」는 마치 매혹적인 에메랄드(emerald) 컬러의 늪지대에 떠있는 미확인 오브제(Unidentified Object)처럼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 접근해서 본다면 그 미확인 오브제가 다름 아닌 여기저기가 갈라지고 부분들이 파손된 스티로폼 부표라고 알게 된다. 그것은 일명 '하얀 악마'로 불린다. 하얀 악마? 스티로폼 부표는 다른 재질에 비해 가격이 싸고 가벼워 취급이 편리하고 부력이 잘돼 각종 어업용 부표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은 한편으로 잘 부서지고 썩지 않아 잘게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한 물고기나 새는 폐사로 이어져 해양환경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어 '하얀 악마'로 불린다. ● 손현주 왈, "제가 양식용 폐부표를 해안가에서 처음 보았을 때 좀 공격적인 형태로 보였어요. 그래서 모래를 녹색으로 바꾸어 보았어요. 그랬더니 녹조류로 뒤덮힌 바다같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흰 부표는 마치 산소가 없어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보였어요. 환경적인 아픔이 느껴지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마치 매혹적인 에메랄드 컬러의 늪지대에 떠있는 혹은 빠져들고 있는 미확인 오브제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손현주가 떠올린 녹조류가 더럽거나 탁하다기보다 오히려 신비롭게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얀 악마'를 신비로운 오브제로 착각케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모래를 녹조로 전이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비로운 아름다움 속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류병학은 말한다. 뷰파인더로만 보이는 이타카(Ithaka)로서의 안면도 ●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Ithaka)에 귀환하는 것으로 거대한 서사의 막을 내린다. 그렇다면 손현주의 '안면도 오디세이'는? 안면도 오디세이'의 주인공 손현주 역시, 그녀의 이타카 안면도로 간다. 그러나 손현주는 안면도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손현주가 향하는 '안면도'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안면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손현주의 '안면도 오디세이'는 고향 안면도에서 거대한 서사의 막을 올린다. 10대 손현주는 어머니에게 '엄마처럼 평생 밭고랑에 앉아서 살지 않을 거야'라고 모진 말을 뱉었다. 그렇지만 지금, 손현주는 제 발로 그런 밭고랑들을 찾아다니며 산다. 밭고랑뿐만 아니라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 길이 끊긴 해변, 무인도 등등 온갖 고생스러운 길을 찾아다닌다. 독립큐레이터 조성은은 "어린 손현주가 밭고랑에서 보았던 것은 안면도가 아니다. 다만, 꿈의 부재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진작가 손현주가 밭고랑에서 보는 것 역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안면도가 아닌 사진작가 손현주의 꿈이 아닐까? 조성은은 "뷰파인더에 눈을 댔을 때만 보이는 이타카(Ithaka)로서의 안면도, 손현주라는 섬"이라고 말한다. ■ 두산갤러리 서울

Vol.20150710a | 손현주展 / SONHYUNJOO / 孫賢珠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