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41029a | 최은정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0708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선+ Space Su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팔판동 61-1번지) B1 Tel. +82.2.732.0732 www.sunarts.kr
도시의 삶에 익숙해져 있다면, 딱딱한 바닥에 부딪히던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거나 자동차가 붉은 신호에 숨을 고르는 동안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는 일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하늘은 일상에서 늘 시선이 닿을 수 있는 거대한 자연의 풍광으로 많은 이들에게 동경 혹은 유희의 대상이 되어왔다. ● 최은정 작가에게 일상 속 하늘은 희망을 찾는 장소이다. 작가는 쏟아지는 빛이 담긴 하늘풍광을 거미줄처럼 겹겹이 쌓아 만든 독특한 마티에르 위에 고스란히 얹었다. 과거의 작업이 차곡차곡 쌓여진 검은 두상들로 익명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한데 비해 이번에는 하늘로 고개를 돌린 셈이다. 검은 두상을 통해 나와 당신의 모습을 서로 바라보았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우리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곳, 하늘에 그녀의 시선이 닿아 있다.
하늘이미지 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 가로등이나 건물의 일부는 그녀의 하늘이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바라본 장면임을 알려준다. 작가는 일상에서 '잠시 멈춤'을 허용하는 시간을 작품에 담아 관객과 그 순간을 공유한다. 일상의 시선이 서로를 의식하고 사로잡으며 우리의 사이를 흘러갔다면. 일상을 멈추고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의 시선은 하늘을 향해 평행하게 흐른다. 하늘풍경을 보며 교차가 아닌 평행한 시선을 가지는 순간, 서로가 함께이면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에서, 작가는 희망을 꿈꾼다.
「HOPE1504」에서 레진으로 이루어진 작품표면은 실타래가 얽힌 듯 가닥가닥 쌓인 질감이 두드러진다. 그 위에 담긴 하늘이미지는 사진의 매끈함을 벗어나 질감, 무게의 효과를 동반하고 사진과 조각의 교차점에 선다. 그 작은 요철들 사이에 조그만 빛과 그림자가 맺히고 표면은 잔잔히 반짝인다. 반투명한 레진의 물성이 겹치고 겹쳐 빛은 은은하게 선 사이에 머물고 단단하면서도 둔탁하지 않은 배경은 그 위 하늘이미지의 청명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바탕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얇은 선이 두꺼운 화면으로 쌓이는 만큼 작가의 시간이 녹아있다. "고단한 인생의 연장선이자 그것을 녹아내리게 하는 '힛팅건' 작업을 손이 헐고 지문이 뭉개지도록 놓지 못하고 있다...차곡차곡히 쌓인 수천 번의 마띠에르 밑에 울렁이는 감정과 의미의 진폭을 보는 이가 공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작가는 전한다.
하늘의 빛을 부조와 같은 화면에 사용한 것에서 한 번 더 나아가 실제 빛을 사용한 입체작업도 선보인다. 하늘이미지가 입혀진 투명한 집 속에는 반투명한 레진가닥이 뭉쳐 실제 빛을 품고 있다. 레진타래 속 조명 빛은 집을 뚫고 나와 밝게 빛난다. 빛을 통해 반투명한 레진과 투명한 외부의 집은 관통되어 하나의 이미지로 어우러진다. 레진은 「HOPE1504」에서 하늘이미지와 등을 맞댄 바탕 역할이었다면 「HOPE1505시리즈」에서는 하늘이미지의 집과 조명 사이에 위치하며 적극적으로 이미지 속에 섞여 들어갔다. 하늘풍광은 투명, 반투명한 화면의 교차로 그만의 은은하고 아련한 느낌을 한껏 살려내며 환상적인 공간의 이미지로 나아간다. 그럼에도 이 레진의 표면에서도 어김없이 찾아 볼 수 있는 건물의 모습과 집 형태의 외부 조형물은 이 순간이 일상을 잠시 멈춘 장면이란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 사람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밀착되어 많은 감정의 교차를 피할 수 없다. 이런 교차점에서 감정들이 고되게 흘러간 뒤에 희망의 자리가 드러나듯 작가는 레진을 수없이 겹쳐 만든 바탕 위에 푸른 하늘을 담았다. 그녀의 작품을 만나는 때, 누구에게나 외면할 수 없는 일상의 시간에서 찾아낸 희망의 순간을 공유하길 바란다. ■ 서현
Vol.20150708e | 최은정展 / CHOIEUNJEOUNG / 崔恩廷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