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예술 The Art of The Time

김동길_강상규_김지희展   2015_0624 ▶ 2015_071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703_금요일_06:40pm_중정홀

* 토크콘서트

대구문화예술회관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DAEGU CULTURE AND ARTS CENTER 대구시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Tel. +82.53.606.6114 artcenter.daegu.go.kr

김동길 1970년대를 거치면서 작가의 스타일은 추상표현주의 보다는 모티프에 기반을 둔 채 형태를 추구하는 기하학적 패턴의 경향을 보였다. 주관적인 감정 표현의 화면 보다는 객관적인 질서나 균형을 추구하는 구성적인 화면에 친한 성향이었다 이런 화면으로부터 80년대 작품에서는 결정적으로 모티프의 현저한 변화가 눈에 띤다. 1980년대는 작가의 회고에 의하면 직선제 폐지로 인한 투표권상실 등 정치적으로 억압적이었던 시대적 분위기와 국민들의 암울한 정서와 박탈감을 반항적 메타포(암시성)적 표현양식으로 제작했다. 앞서 예술을 개성이요 역사라고 했던 그의 예술철학을 떠올리게 하면서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였지만 시대의 증언자로서의 예술가 모습을 또한 보게 된다.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작품들에서는 한동안 유지했던 사물과 세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조형 그 자체로 다가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탕의 이미지를 덮고 지움으로써 화면의 추상성을 다시 높여갔다. 그러나 방법의 문제를 천착하는 대다수 모더니스트들과는 달리 결코 형상을 배제하거나 완전히 지우지는 않고 다만 그것의 변형과 단순화를 추구하면서 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는 쪽으로 나아갔다. ● '부적'의 이미지를 도입하게된 것은 미학적인 형태의 추상성과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 무속 신앙과 연관된 부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뜻은 매우 심오한데 좀 더 확장해보면 단순한 시각적인 사물로 힘을 잃게 된 현대회화를 민중의 바람을 담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조형 본래의 기원을 회복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며 전통적인 것의 현대화를 통한 우리미술의 정체성 탐구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그 모티프를 변용하고 단순화하면서 문자가 가진 서체적인 운동감의 효과까지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2000년대 이후까지도 작가는 전통문양과 색상을 변형하여 추상화하고 서체적인 느낌의 필선들을 추구하는 식으로 '잔상'시리즈를 발전시켜 왔다. ● 지금 그의 작품들은 짙은 먹 선들이 일정한 방향의 운동감을 추구하는 추상적인 질서 아래 놓여 있는 듯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 속은 자연과 인간의 온갖 형상들로 채워진 채 한결같은 은유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그렇지만 2013년까지 이어오고 있는 개인전에서 늘 주장하듯이 작가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해 표현양식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과정을 전시하고자' 한다고 밝힐 정도로 매너리즘의 경계와 변화의 추구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끈질긴 추구 평범함의 승리'라는 표현만으로는 결코 그의 작품이력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붓을 놓지 않고 창작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 김영동

김동길_표고 15,000m_캔버스에 유채_91.5×65.2cm_1971
김동길_주(呪) 80-13_짚, 캔버스에 유채_116.7×90.5cm_1980
김동길_무(巫) 95-8_캔버스에 유채_116.3×90.5cm_1995

강상규 사진제도의 형성과 관련해서 강상규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한국 사진사의 기술이었다. 이명동은 1969년 한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사진술이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 전하여졌는가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우리나라의 사진가들은 선뜻 자신을 가지고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는 큰 수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시급한 사진사의 정리'를 요청한 적이 있다. 이때까지도 제대로 된 한국사진사가 정립되어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시점인 1975년 12월 강상규는 구왕삼에게서 넘겨받은 각종 사진 자료와 원로사진가와의 인터뷰, 개인적인 자료 조사와 수집 등을 통해 한국 사진사를 정리하여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한국사진 발달에 대한 사적 고찰』)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이 논문에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1976년 형설출판사에서 『한국사진사』란 제목으로 출간했으며, 1978년 증보판과 1985년 3판을 발행하였다. 강상규 이전에 조명원, 박필호, 최계복, 임응식, 구왕삼 등이 한국사진사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사진잡지와 연감 등에 사진사 관련 텍스트를 기고한 적이 있으나 단행본의 형태를 갖추고 통사(通史)로서 기술된 것은 그의 책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단의 흐름을 연대기 순으로 기술하는 동시에 각 시대마다 동시대 대구 사단의 활동을 병기하여 대구사진사의 일면도 살폈다. ● 사진사의 기술과 함께 중요한 사진제도는 제도교육의 실시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진교육이 시작된 것은 1910년 YMCA에 사진과가 개설되면서부터이며, 주로 사진업을 위한 직업교육 차원에 머물렀다. 사진이 학문의 대상으로 대학에서 가르쳐지기 시작한 것은 1953년 초 한국전쟁 당시 피난지 부산에 임시학교를 열었던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였는데, 각각 임응식과 정해창이 사진학을 맡아 강의했다. 환도 이후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사진 강좌 개설이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1964년에는 서라벌예술초급대학에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과가 신설되어 전문적인 사진교육이 이루어졌다. 대구에서는 1981년 대일실업전문대학(1983년 경북실업전문대학, 1998년 대구미래대학으로 개칭)에 처음으로 사진과가 개설되었으며, 강상규는 이때 초대 학과장을 맡았다. 2001년 퇴임할 때까지 사진교육자의 길을 걸은 그는 대구사진교육사에 있어서 1947년 한국사진예술학원을 개설한 최계복과 1965년 월산예술학원을 운영한 안월산을 이어 1980~90년대 대구가 사진교육의 도시로 부상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 지금까지 강상규를 텍스트 삼아 1960~80년대 한국 사진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았다. 공모전 중심의 창작 활동, 사진단체와 학회 조직, 한국사진사 연구와 기술(記述), 사진 교육과 갤러리 운영 등 그가 걸어온 사진계에서의 실천 모두는 사진제도의 제반요소로서, 그가 대구라는 지역을 넘어 한국 사진제도 형성에 있어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해왔음을 알려준다. ...(중략) 한 사진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분야든 역사가 기본"이며 "역사적인 흐름을 잊지 않아야 보다 새롭고 훌륭한 작업이 나올 수 있다" 한 강상규의 말에서 그의 사진하는 자세와 태도를 읽을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포스트 강상규를 기대해본다. ■ 이경민

강상규_골인_젤라틴 실버 프린트_40×60cm_1966
강상규_북악설경_젤라틴 실버 프린트_90×120cm_1971
강상규_인류의 십자가_젤라틴 실버 프린트_40×35cm_1976

김지희 " '쪽물, 잇꽃, 명주보자기, 풀내, 꽃내'는 어머니대로부터 이어온 아원 감성의 감각적인 원천들이다. 이 원천에 당대적이면서도 자기 고유의 취향을 엮어 작품을 새롭게 구성하며 아원은 고구려시대부터 이어져 온 삶과 문화의 기술(전통적인 문양염색기법의 연구와 현대적 재연, 현대적 문양이라는 새로운 언어의 발굴)을 오늘까지 이어 온 것이다. 아원의 전시에서 '잇꽃으로 부터 진홍빛의 손수건'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본 필자는 다소 거창하게 말해 역사를, 쉬지 않고 무엇인가 만들며 나아가 그것을 보다 보기 좋고, 쓰기 좋고, 기분 좋게 만들기를 희망하며 형성해 온 삶의 면면을 구체적인 손의 감각으로 만져본 것이 아닐까 한다. 어느 인류학자가 '자연에서 문화로 이행'하는 인간의 놀라운 창의적 행위를 '꿀에서 재로'라는 간단한 말로 요약한 바 있듯이, '잇꽃에서 진홍의 손수건'으로 이행된 자연염색의 시연과 참여는 문자 기록의 주변에 떠도는 깊은 시간의 침묵을 단번에 구체화하는 일이 아닌가. 쪽 염색과 잇꽃 염색은 이집트 유적이나 테베 유적지 고분의 천에서 그 사용 흔적을 찾을 수 있다하니, 자연염색이 간직한 인류의 시간은 가히 놀라울 지경이다. 최근 우리의 사극(史劇)에서 보이는 화려한 의상들은 당시 염색기술의 전문성을 짐작케 한다. 실제 기록에 의하면 부여 때부터 이미 염색기술이 뛰어났다고 한다. 아원의 작품세계는 이러한 인류학적인 지표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예를 들면, 보자기나 조각보의 전통으로부터 그리고 전통의 염색 기술로부터 아원은 '지금 여기'에서 기술적인 진보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새롭고 낯선 재료를 그리고 취향을 현대적인 어휘로 만들어가며 자신의 조형 세계를 재구성해 온 것이다. '어머니의 명주보자기, 풀내, 꽃내'는 실크스크린이나 금속성의 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조형언어로 이어지고, 보자기는 프렉탈처럼 변주되는 생성의 공간으로, 보자기의 맺고 풀기의 유연함은 마치 사이버 공간 속의 이동처럼 엄격하고 묵직한 전통을 개방된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아원의 개방적인 작품 세계는 금속과 섬유의 만남, 닥종이와 탱자나무의 만남과 같이 이질적인 자연물의 충돌에서 예기치 않은 가능성이 실현된 조화의 세계로 등장한다." ■ 남인숙

김지희_원형과의 대화_칠보_120×50cm_1970
김지희_보+시그마 1_납방염(蠟防染), 누비, 바느질_147×107cm_1988
김지희_쪽염 보자기 2_면, 쪽염, 펜텔크레용염, 쪽염후 발염, 닥피_43×45cm_2000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은 6월 24일(수)부터 7월 12일(일)까지 1~3전시실에서 『시대의 예술』전을 개최한다. 원로작가를 재조명함으로써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대구 예술의 정신적 원류를 파악하고 그 위상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전시로 이번 전시에는 비슷한 연령대, 다른 장르의 원로작가 3인, 김동길(서양화), 강상규(사진), 김지희(섬유예술) 선생을 초대했다. 1930년대 생인 이들 작가는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예술 교육을 받고 예술가로서 입지를 다진 인물들이다. 또한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적 혼란과 문화적 폐해를 극복하고, 한국적 정체성을 담은 예술의 정초를 재정립해야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대한 원로작가 3인의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총 9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개인의 작품세계 뿐 아니라 거대한 시대적 흐름 속 그들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중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과 만남을 위해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작가의 삶과 작품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자 한다. 토크콘서트는 7월 3일(금) 오후 7시 대구문화예술회관 중정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김동길 선생은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서라벌예대에서 수학한 후,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앵포르멜과 초현실적인 표현 등 다양한 형식 실험의 작품을 보여주었고, 1980년대에는 한국적 정체성을 주제로 무속적인 기호를 통해 기원이나 바람을 전통 소재에 은유적으로 표현한 '무(巫)', '기(祈)' 등의 연작을 선보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통문양과 문자를 변형한 추상적 서예 필선의 표현과 강한 질감의 '잔상(殘像)' 시리즈를 보여준다. ● 강상규 선생은 1961년 사진가 구왕삼 선생을 사사하였고, 국제사진 공모전에 입상, 사진서클, 사진교육을 통해 대구의 대표 사진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그의 작품세계 초기에는 설경과 바다 자연의 풍경을 소재로 서정성의 세계를 추구하였고, 1970년대에는 인간의 죽음과 종교 등 인생 관조를 강렬한 음영으로 표현하였다. 1980년대에는 컬러사진으로 표현 영역을 확장해 추상적이고 환상적인 심령세계로 접근하고, 자연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표현함으로써 신의 현시를 형상화하였다. ● 김지희 선생은 자연염색 공예의 전통을 현대미술의 조형어법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그 조형적 가능성을 개척해온 작가이다. 1960년대부터 직조, 칠보, 도자기, 피혁 염색 등 다양한 기법을 섭렵하였고, 특히 1970년부터 1973년까지 연속 3년간 칠보작품으로 국전 공예부문에서 문공부장관상과 특선을 받았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연구한 자연염색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 회화적 표현의 산수 연작을 선보이고, 1980년대 후반에는 보자기의 조형성과 상징성을 주제로 한 시리즈를 보여주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회화적 표현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대구문화예술회관

Vol.20150623f | 시대의 예술 The Art of The Time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