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열람

作品閱覽展   2015_0623 ▶ 2015_0706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623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계완_김명실_김성덕_신하정_안민정 안혜성_요원_윤정선 이은채_이현희 정석우_조덕래_조사라_조혜정_황희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공평갤러리 GONGPYEONG GALLERY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211 대우월드마크 102동 101호 Tel. +82.2.749.7071

얼마 전 묵은 짐 정리를 하면서 몇 년간 모아온 수많은 브로셔와 도록, 미술전문 서적, 미술잡지 등을 펼쳐 보게 되었다. 분명 중요한 어떤 부분 때문에 모아온 것 일 텐데, 그 흔적이 사라지고 지금은 단순히 짐 덩이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나누면서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누군가가 소중히 만든 도록이거나 미술 관련 직종에 있는 사람들의 땀과 발품이 서려 있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버리지 못하고 지난 시간들을 훑어보았다. 크고 작은 행사와 지인들의 전시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번에 기획된『작품열람』展은 지나간 시간을 되짚어보고 지금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그 뜻을 펼치고 있는지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묵혀 놓은 좋은 책과 글들을 다시 읽는 것처럼 그리고 도서관에 진열된 책처럼 수많은 그림도 언제든 꺼내보고 감상할 수 있다면 그 만남이 얼마나 기쁠까? 현대예술은 매체의 다양화, 전통과 현대의 결합, 내면의 성찰, 욕망, 성(性), 도시, 풍경 등 다양한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작품열람』展은 획일화된 감성에 대한 비판, 새로운 창조능력에 대하여 우리 잠재의식을 꺼내봄으로써 동시대 미술에 다양성을 환기시키는 전시로 기획되었다.

황희진_영자구멍 Emma's hole_장지에 안료, 대리석가루_100×80cm_2012

황희진 작가는 '구멍'이라는 상징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의 지속을 원한다. 여기서 말하는 구멍이란 신체의 일부이기도 하고, 상처받은 마음, '당신'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로 통한다. 그때는 몰랐던 '당신'과 '나'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는 끊임없이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고 뉴스나 각종 매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관계의 지속과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의 회화는 자기수련의 한 방식이자 자아실현의 최종지로도 해석된다.

안혜성_rooms of light Ⅰ_나무패널에 유채_40×40cm_2015

안혜성의 작업은 시공간을 분리하고 넘나들며 작동하는 기억의 체계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한다. 분리되고 나누어진 구획 사이에 존재하는 관통의 지점은 안혜성의 작업에서 '문'으로 설명가능하다. 작가가 유학시절 느낀 외로운 감정의 작업은 언제나 열려있고 다른 새로운 시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유쾌한 탐구가 내재해 있다. 또한 긴박하게 연결된 계단과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다층적 요소들을 넘나들며 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문의 상징적 기호는 다른 공간으로 열려있고 색채로서 관객과의 만남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억은 긍정적 환유로서 일상을 장식한다.

안민정_My House_디지털 프린트_91×245cm_2015

안민정의 드로잉은 차갑고 날카로운 디지털의 선과 색으로 인간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선과 행동의 지침서 같은 일상을 분석적으로 다루는 그의 드로잉은 주관과 객관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머러스한 코드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의 작품은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획일화된 감성에 대한 반성으로서 재단 불가능한 회화적 힘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김성덕_중앙선_장지에 채색_34.8×21.2cm_2015

김성덕은 경계를 이야기한다. 도로의 한 가운데에 있거나 담장의 끄트머리에 있는 미어캣은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미어캣은 경계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현대인의 불안한 모습을 대체로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불안의 위치 즉 '경계'는 이기와 욕망 그리고 소통의 단절을 상기 시키며, 이분법적 세계에 대한 비판이 담긴 김성덕의 당돌한 질문으로 들린다.

이현희_토크 어바웃..._캔버스에 유채_72.7×90.9cm_2013

이현희는 '화려하게 치장된 일상의 동화'라는 가상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장막이 드리워진 무대 위는 동물들이 생존하기에 적합한 요소들이 드문드문 숨어있고, 그 사이에 마치 정리를 하다만 혹은 널브러져 있는 장신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 '가장(假裝)의 공간'에 배치된 주인공들은 나른하지만 불안 속에 있다. 온전하지 않은 유년의 결핍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터, 작가는 유년의 상징적인 기호들을 통해 가상 무대를 상연하는 주체자로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이현희의 회화는 내면의 성찰을 통한 유토피아적 상상이 담긴 은유의 체계 속에 있다.

이은채_사라져버린 기억 Faded Memories_캔버스에 유채_116.8×91cm_2014

이은채에게 불빛은 '내재된 몽상적 세계'와 '잊혀 있던 기억'을 열어주는 매개체라고 한다. 촛불이 어둠을 잠식하고 빛날 때, 우리는 많은 찰나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혼재가 빚은 새로운 가상공간과 마주할 것이다. 이처럼 '빛'은 작가에게 초월적 세계를 그리며 우리를 환영과 실제 그 이상을 경험해 주는 매개로 보았다. 작가가 생각하는 빛의 공간은 시공간을 초월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멈춰있는 '영원(永遠) 속에 빛의 공간'으로 현대적 휴식을 상징하는 공간과 명화의 한 부분이 화면에 던져져 대치된 낯선 공간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 낯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있을 법한 친숙한 공간처럼 보이는 것은 빛이 만들어낸 환영의 실제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분명 빛은 자기의 영역 안에서 발하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는 화려한 현대의 풍경 저편에서 영속적 순간을 고요히 밝히고자 한 것이지 않을까. 명화를 차용한 이은채의 회화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 싶은 작가적 소망 혹은 잊혀진 것을 새로이 밝히고자(재조명) 하는 욕망의 기호일 것이다.

신하정_눈꽃축제_캔버스에 유채_80.3×116.8cm_2015

신하정의 회화는 현장의 흔적을 껍데기를 벗기고 온전히 대상을 드러낸 작품에서 픽션의 한 컷이 떠올랐다. 신하정의 풍경은 과거의 흔적이나 대상의 직접적 묘사가 아닌 무의지적 기억이 새긴 풍경의 내면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 태백에서 난 '검은 가루'의 정체는 아름다운 풍광의 묘사가 아닌 인간의 욕망의 흔적인 대상에 대한 내면의 슬픈 고백일 것이다. 신하정이 일관적으로 사용해온 검은 먹과 석탄의 조각들은 태백의 풍경이기도 하지만 기억의 묵직한 덩어리이고, 고향의 잔재해 있는 역사성의 일부로 해석된다.

요원_마음의 동굴_잡지에 혼합재료_100×100cm_2014

한국화를 전공한 요원에게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극복하는 일은 늘 숙제와 같다. 그가 선택한 재료는 폐잡지, 핸디코트(건축내장용), 소주병가루 등으로 길상을 의미하고 정화능력이 있는 전통적 상징성을 지닌 연화문양을 표현한다. 현대사회의 무분별한 질서의 파괴가 가져온 폐해를 꼬집고 우리가 망각한 자연의 질서를 바로잡고자하는 요원의 메시지는 한 번 숨을 고르게 한다. 본연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는 먹의 깊이는 부유하고 있는 상징기호들과 만나 인간 내면에 자리한 심연(深淵)의 깊이로 인도하고 있다.

윤정선_Gardener_세라믹_28×28×16cm_2015

윤정선은 여성을 주제로 도자와 페인팅을 결합한 독창적인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가 보여주는 손맛은 여자의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중첩되어있다. 가마에서 나온 기다림의 결실은 작가의 내적 표현을 가시화하고 여성의 존재와 사랑 그리고 생명의 압축적 표현은 근원으로 다가간다. 도자기법과 회화의 결합은 작가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집적하고 있는 장인정신을 담고 있다. 주제의 표현 방법이 가변적이고 디지털화된 현대의 예술에서 작가의 견고한 손길은 우리가 가져야할 예술 정신이 아닐까. 순간을 가볍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서 내면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작품 중에 하나로 꼽는다.

정석우_깊은 못_캔버스에 유채_60.3×80cm_2014

정석우의 회화에서 휘몰아치는 선과 색 그리고 역동적 흐름은 거대한 폭발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스크래치 기법을 다양하게 응용한 회화에서의 커다란 굉음과 빛의 흔적이 있다. 작가는 사소한 일상에서 겪는 사건의 감정, 뉘앙스의 미묘함을 거대화시켜 초현실적이고 극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가 말하는 에너지의 분출은 현대사회의 개인적이고 공상적인 비뚤어진 이데아의 파편으로 신화적 재조합을 통해 거대한 덩어리의 형상화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조리의 와해와 확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회화 내에 등장하는 거칠고 역동적인 선은 강렬하고도 폭발적인 에너지의 한 형태로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내뿜고 있는 동시에 '흐름'의 영속성을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에너지는 폭발과 변이를 거듭하며 삶의 원동력을 자극하는 근원의 풍경으로 회화적 신세계로 나아간다.

조혜정_jangja lake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3

조혜정은 일상에서 보았던 검푸른 숲을 화면에 일렁이게 표현한다. 형상이 뚜렷하지 않은 비정형의 유기적 형상은 마치 화면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조혜정은 과거의 무의식적 경험과 의식적으로 암묵되었던 기억들을 검푸른 숲의 전율로 말한다. 작가는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고 적극적인 표현으로 세상을 말할 줄 알아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렁이는 감정 사이에 일상의 흔적이 개입하여 현대사회가 가진 욕망의 억압적 힘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조사라_REDNESS_피그먼트 프린트_72.7×116.8cm_2014

조사라는 신체를 통해 '불안'을 표현한다. 어릴 적 모습을 그리워하지만 현재의 나와는 괴리감이 있는 불안한 자아, 상처받은 자아, 여성의 성에 대한 실존적 불안을 표상하고 있다. 조사라의 '붉음'은 분열된 자아이다. 붉은 등과 대조적인 낯선 풍경에 선 작가는 불안한 자아를 어루만지고 부재한 감각의 연결고리를 만들며 초현실적 분위기로 빠져들게 만든다.

김계완_상상 imagin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6.7×91cm_2010

김계완의 구겨진 은박지 작업은 양면성을 지닌 인간의 감정을 가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은박지로 얼굴을 캐스팅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구획을 나누어 구깃구깃한 은박지에 반사된 빛을 그린다. 예리한 빛에 의해 드러난 대상은 적나라하게 드러남과 동시에 숨김을 반복하며 묘한 실체로 남게 된다. 김계완의 은박가면은 인간내면의 불온전한 관계를 제시하며 시시각각 환경에 변하는 인간 내면의 구체적 서술과도 같다.

김명실_Vision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90.9×65.1cm_2014

김명실의 드로잉에서 일관적으로 등장하는 콘센트는 화면을 가르며 다른 공간으로 확장한다. 우리가 익숙하게 경험하는 일상의 풍경과 대비적으로 만난 색채와 분할된 화면은 작가가 말하는 공존의 개념과 만나는 지점일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생활 속에서 낯설음과 익숙함을 넘나들며 무수하게 만남을 지속하지 않던가? 김명실의 작업에서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하는 '공존'은 작가노트에서 언급되었듯이 "나의 'Vision'은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며 그 관계 속에서의 존재 실현이다.(김명실)" 반복적이고, 일상적이지만 그 낯선 현장의 기록인 동시에 대비적인 감정에 자리한 동시대 감성을 자극한다.

조덕래_enclose_자연석, 스테인리스 스틸_24×54×35cm_2013

조덕래에게 돌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자 살아있는 존재이다. 자연에서 생긴 자연 그대로의 돌을 가져와 구조물로 가두고 감싸 안은 형상은 마치 인고의 시간을 거쳐 온 돌을 보호해주고 아껴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 느껴진다. 작품은 자연과 하나 되려는 조화와 공존을 꿈꾸는 작가의 열망의 표식과도 같다. 하지만 질감의 무게 덕분에 서로가 억압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말하는 자연과의 합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조덕래의 돌에 대한 탐구 정신은 요즘 젊은 작가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진솔함이 담겨있기에 의미가 크다. ● 단순히 현대미술의 키워드로 집약하는 것은 한정적 예술의 지향과 같다. 이들 작가의 정체성을 몇 가지 카테고리로 묶는 억지스러움 보다 소통 가능한 열린 형태의 범주로 작가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일반적 범주에서 해석되는 획일화된 감성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어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한 전시이기도 하다. 내면의 진지한 성찰부터 현대사회의 비판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가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진지하게 들여다보았으면 한다. ■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

Vol.20150623c | 작품열람 作品閱覽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