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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622_월요일_06:00pm
작가와의 만남 / 2015_0622_월요일_04:00pm
후원 / 미진프라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2.3469.0822 www.space22.co.kr
지성배의 어떤 『기별(寄別)』 ● 사진 ․ 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중진작가 지원전시 열두 번째로, 지성배개인전『기별(寄別)』을 기획한다. 이번 전시는 남도의 깊고 진한 밤 풍경으로 오랜만에 기별(寄別)을 보내 온 지성배작가의 신작 흑백사진 20여 점으로 구성된다. 서울에서는 칠 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지성배는 「Human Refinery」(2001)을 시작으로 「어둠의 정원」(2002), 「밤의 항해」(2005)와 「Seeds」(2005), 「Seeds & Ovary」(2008) 등 흑백사진작업을 위주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다가 돌연 고향인 순천에 안착하게 된다. 순천만 부근에 작업실을 열었는데, 작업실의 문패가 '칠실파려안漆室玻瓈眼'이다. 검은 옻칠을 한 것처럼 깜깜한 방에 '파려안'이라는 일종의 렌즈가 부착된, 즉 카메라 옵스쿠라를 뜻하는 다산 정약용의 말에서 빌려왔다. 이어 「상상문화발전소 1839」프로젝트를 통해 사진전시 기획 및 워크숍,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진·문화 기획자로서도 뚜렷한 활동을 보인다. '칠실파려안'과 '1839', 그리고 정원이 아름다운 '순천만'. 이 세 개의 표지는 지성배에게 존재의 시원(始原)이기도 하다. 유년의 고향인 순천으로 회귀하여, 사진술이 처음 공표된 해이기도 한 '1839'라는 숫자와 함께 다산이 카메라를 접하며 이기양의 묘지명(墓誌銘)에 기록했다던 '칠실파려안' 속에서 사진을 다시 하기. 작가의 유년이 기억의 육체를 이룬 곳으로 돌아가 집을 만들고 정원을 가꾸고, 사진 속에서 사진을 파헤치고 사진의 바깥을 보기. 순천에서 올라 온 지성배의 기별은 별 일 없는 듯이 별의별 일들을 만들어 낸 지성배의 행보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사진이 '옻칠을 한 것처럼' 깜깜하고 강하고 거친 입자들이 웅성거리는 형태이다.
왜 밤일까. 지성배의 '기별'은 어둡고 무거운 가운데 보이지 않는 질서들이 은밀하게 띠를 이루고 있었다. 낮 동안의 명확한 형상을 붙잡은 것이 아니라, 비현실적이고 불투명한 이미지만이 현현하는 밤을 보여주고 있다. 존재하는 것들의 기표와 기의들로 꽉 찬 낮이 아닌, 빛을 품은 밤, 빛의 종말과 함께 개시된 밤이 어두운 그림자로, 형상이 사라진 추상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시의 밤이 낮의 인식을 밝은 전등으로 지속시킨다면, 시골의 밤은 '봄'을 멈추게 하고, 풍경의 해석과 분석도 어렵게 한다. 꽃과 나무와 동물과 새들의 향연이 비로소 시작되고 말이 없는 것들이 시끄럽게 웅얼거리는 짐승의 시간이 밤인 것이다. 그리하여 인식이 불가능한 모호하고 낯설고 두려운 세계-밤은 시인이고자 했던 지성배를 데리고 가 새로운 사진-언어를 중얼거리게 한다. 그 어두운 풍경 속에서 지성배는 무엇을 했을까.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 서서히 드러날 때 지성배는 풍경의 주체가 아니라 구경거리였을지도 모른다. 풍경의 말을 길어 올리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풍경과 하나가 되기. 삶의 한가운데의 죽음, 죽음으로서의 삶을 인식하는 것이 예술가의 시간이듯이 지성배에게 밤은 내 안의 타인을 영접하는 시간이자, 사진가로서 사진 속에서 사진을 헤집는 성찰의 시간이고 실체가 아닌 그림자의 순간을 붙잡는, 즉 촬영(撮影)하는 행위가 두드러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명확하지는 않으나 어떠한 징후나 예감으로 가득한 밤. 순천의 밤은 시인-사진가 지성배의 육체를 통해 낯설고 이해 불가한 채로 기별을 전하고 있었다.
지성배의 사진은 이번 전시 「기별(寄別)」에서 어떠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듯하다. 모호한 탐색의 정신적인 도정(道程)은 여전하고, 지난 20여 년의 염결한 사진 여정은 새로운 설렘으로 강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보태어지고 있다. 보편의 시간이 아닌 의식 너머의 밤을 재현하는 것, 생생하게 어둠 속에 살아 있는 밤의 기억들을 촬영하는 것은 성숙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의 바깥을 철저하게 사진 안에서 다시 사유할 수 있는 것도 그동안의 지순한 사진력 때문에 가능하듯이 말이다. 흑백사진의 프로세스와 사진의 자율성 속에서 사진을 다시 보는 일은 수고로운 일이다. 풍경사진이 그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흔들리고 불완전한 몽롱한 그림자의 세계임을 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오랜만의 『기별(寄別)』展에 주목하게 된다. ■ 최연하
기별(寄別) ● 나는 밤을 사랑한다. 이번 전시는 분명 「밤의 찬가」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깊은 밤 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밤이라는 시간이 다른 시간대보다 우월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새벽의 회색빛이나 일몰의 황금빛을 금방 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작업하는 동안, 사진의 본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보다 근원적인 접근을 통해 사진의 정통성과 원초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냥 날것인채로의 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 그 자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사진적 프로세스에 집중하고자 했다. ● 이번 작업에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진의 입자성을 극대화한 밤 사진들과 필름의 기본적 프로세스의 하나인 E.I TEST나 BRAKETING 등을 응용해보는 것이었다. 적정의 농도와 콘트라스트를 찾기 위한 물리적 행위들이 사진에 그대로 보여질 때, 평면에 변이되는 화학적 반응은 어떤 세계를 그려내 줄 것인가가 자못 궁금했다. ● 고즈녁한 밤의 시간, 때론 화려한 밤바다가 필름 안으로 들어와, 내밀하고 깊숙한 말들을 빚어 놓는다. 시간의 리듬감, 감정의 밀물과 썰물이 약동할 때, 불안과 고독의 시간은 함께 몰려온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밤으로부터의 기별(寄別)이 반갑고도 따스하다. ■ 지성배
Vol.20150622e | 지성배展 / JISUNGBAE / 池成培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