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스크린 Soft Screen

전하영展 / JEONHAYOUNG / 田夏英 / film.video.installation   2015_0616 ▶ 2015_0725 / 일요일 휴관

전하영_슬립 토크 Sleep Talk_단채널 비디오_00:01:27_2013

초대일시 / 2015_0616_화요일_05:00pm

2015 Shinhan Young Artist Festa

런치토크 / 2015_0710_금요일_12:00pm 미술체험 / 2015_071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5(태평로 1가 62-12번지) Tel. +82.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 오랫동안 나는 어딘가로부터 미끄러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을 할 때면 이성과 감성이 한 곳으로 집중되기보다는 내면의 목소리들이 저마다의 자율성을 주장하며 스스로 독립적이고자 하는, 일종의 가벼운 분열증적인 상태였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에 나는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부분들을 억제하고 통제하려 시도하였으나, 이내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각 파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았다.

전하영_연인의 파편들 A Lover's Fragments_단채널 비디오_00:22:30_2010

# 『연인의 파편들(A Lover's Fragments)』은 2010년에 만든 단편영화이다.이 영화를 만들 당시 나는 완전히 녹아버릴 것 같은 상태에 있었는데, 도저히 보통의 극영화를 만들 수가 없어서 즉흥적으로 몇 가지 행위들과 아이디어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느슨한 이미지들을 조합하였다. 당시에 한 가지 원칙이 있었다면, 흑백(필름) 파트와 컬러(디지털) 파트는 섞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플래시 백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블럭들로 이루어져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맞붙잡고 있는 이음새를 해체하였을 때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싱글채널비디오로 「연인의 파편들」을 상영함과 동시에, 그 영화에서 떨어져 나온 「살결(In the Flesh)」, 「클로즈업(Close-up)」, 「프레임 워크(Frame Walk)」가 공간에 펼쳐지도록 설치하였다. 하나의 영화가 존재하는 곳이 반드시 하나의 스크린일 필요는 없다. 나에게 영화는 좀 더 다차원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세계이다.

전하영_살결 In the Flesh_2채널 비디오_00:11:00_2014

# 영화는 접을 수 있고, 휘어질 수 있고, 통과할 수도 있는 부드러운 스크린이다.

전하영_박제된 공주 Briar Rose_단채널 비디오_00:16:38_2012
전하영_세계의 틈과 폐기된 엔딩_설치_가변크기_2015

# 『박제된 공주(Briar Rose)』는 2012년에 완성한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2006년에 만든 『빨간모자(In a Lonely Place)』에서 이어지는 연작 극영화이다. 초고 시나리오의 엔딩은 장르적인 기대를 충족시키며 영화의 초반에 던진 단서를 봉합하는 방식으로 매끈하게 스크린의 세계를 이야기 안으로 가둔다. 그러나 본 촬영을 하는 중에 마음을 바꾸어 엔딩을 모호하게 열어두었고,그 세계를 완전히 닫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결말은 영화에 참여한 스텝들과 그밖에 영화를 본 모든 이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단일한'맞는' 엔딩을 찾아가는 것은 때때로 폭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망칠 수 없는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세계가 조금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영화의 보이지 않는 몇 가지 층위를 들춰보기로 하였다. 최종 편집된 영상 옆에 촬영 전 현장을 답사하며 찍은 영상과 편집을 하면서 드러낸 컷들을 나란히 붙여보았다. 또한 전시장의 한 켠에는 초고 시나리오의 엔딩을 위해 특수분장으로 제작한 손가락 모형-실제 촬영되지는 않은-이 놓여있다. 여러 단위들이 모여있는 '하나이지만 하나이지 않은 영화'가 펼쳐져 있는 이 곳을 "세계의 틈과 폐기된 엔딩"의 방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전하영_프레임 워크 Frame Walk_단채널 비디오_00:06:22_2014

# 하나의 응시로서 보는 이를 꼼짝 못하게 하는 영화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스크린을 하나의 터널로 생각한다면,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터널 안에 터널이 존재하고 나는 점점 더 작아져서 여러 개의 몸을 갖게 된다. 여러 개의 나는 원래 터널이 향하는 곳을 가기보다는 여러 방향으로 난 터널을 탐험하기로 한다. 작게 나뉘어진 감각들은 서로가 다른 것을 욕망하기 시작하고 서로가 서로를 구속하지 않기로 하였다. 우리가 보고 경험하게 될 것들은 아주 잘 설명될 수도 있겠지만 침묵으로 다가와서 스스로를 드러내고 고유의 느낌으로 기억될 것이다. 계속 움직이지만 정지하고 있는 상태, 정지하고 있지만 계속 걷고 있는 상태, 불확실하고 텅 비어 있지만 거기 분명히 존재하는 것. 내가 살아있고, 경험하고 그로 인해 삶의 연속성을 느낄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다.  ■ 전하영

Vol.20150616b | 전하영展 / JEONHAYOUNG / 田夏英 / film.video.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