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번지점프

2015_0612 ▶ 2015_062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612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권능_권평화_김두은_김미숙_김설희 김영현_김진유_박장호_배단비_신새록 유진희_윤수정_윤혜원_이시은_이유라 인예원_전주희_최다혜_최은지

후원 / 아트타임즈_디 아티스트_아트 허브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 컴퍼니 긱 Art Company GIG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 31-5 Tel. 070.7795.7395 www.artcompanygig.co.kr blog.naver.com/suntory0814

『상상 번지점프』展은 19명의 젊은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늘날의 젊은 작가들의 관심사와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들은 학생이거나 이제 갓 미술계에 뛰어든 신예들이다.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은 신선하면서도 진지함이 엿보인다. 세련되게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행보를 설레면서 기대하게하는 작품들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표현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조개 속에서 커가는 진주처럼 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의 개성이 돋보이는 작품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오늘날 고단한 도시의 삶에 대한 고민이다. 빠르고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도시의 삶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 이들은 인간적 감정을 교류하며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삶을 그리워하며, 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느낀다. 자연은 치유와 휴식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작품에 드러나는 두 번째 특징은 사회와 인간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혹은 외면하는 이면을 발견하여 드러내놓는다. 때로는 냉소적으로, 때로는 역설적으로 인간 삶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여 작업을 통해 환히 밝혀낸다. 세 번째 작가군은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독특한 조형언어를 만들어낸다.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며 시각적 사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일상을 환상으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기도 하고, 다른 장르의 이미지 혹은 형식을 접목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물이나 대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성찰한다. 이 작가군은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며, 구체화된 대상을 통해 스스로의 모습을 재발견해낸다. 특정 대상이 가진 속성 속에 작가 개인의 기억이나 감성을 대입하여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김설희_big celebration_장지에 혼합재료_75×50cm_2014 신새록_친숙한 낯선 것_장지에 먹_100×80.3cm_2015

1. 도시와 자연 ● 김설희, 신새록, 이유라, 전주희, 윤수정 작가는 현대의 도시환경과 문명 속에서 획일적이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에서 휴식과 치유에 대한 희망을 찾는다. ● 김설희 작가는 도시 속 자연을 관찰한다. 도시의 자연은 인공적 조경으로, 인간에 의해 선택되고 조작된 자연이다. 작가는 이러한 도시 속 자연물의 형상의 상징성과, 그것을 선택하는 주체의 가치관을 읽어낸다. 그리고 전형적으로 정형화된 자연의 이미지들을 화면위에서 조합하여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자연을 일궈낸다. 우리가 꿈꾸는 자연의 이미지를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자연은 완전한 세상(perfect world)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세상은 아름답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 신새록은 골목에 놓인 화분에서 삶에서 개성이 사라져 감을 깨닫는다. 이전에는 골목 가 집 앞에 놓여있는 비슷비슷한 화분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화분 속 식물들은 터전에서 분리되어 인간세상으로 옮겨졌지만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자연이다. 어느 날 화분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들여다보면서 각각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관심을 기울여 보면 서로 다른 개성으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것이 있던 자리」에서 작가는 개성을 베일로 가리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불안을 자각하고, 이런 상황을 작품에 옮기면서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유라_꽃 감싸다1_장지에 채색_50×70cm_2013 전주희_부서져 물들다_장지에 채색_92×117cm_2015 윤수정_미몽1_장지에 채색_130.3×162.2cm_2014

이유라는 현대사회에서 느끼는 소외와 불안을 작품을 통해 위로하려고 한다. 개성이 무시당한 채 기계적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고독과 불안에 빠져든다. 작가는 문명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인간이 점차 자연에서는 멀어지며 느끼는 정신적 피로를 작품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란다. 꽃잎이 포근하게 감싸듯이 우리의 척박해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부드럽게 감싼다. 작가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락한 자연의 공간에서, 편안한 쉼과 함께 희망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 전주희 역시 도시와 대비되는 자연으로 돌아가서 도시생활에 지친 삶을 치유하고자 한다. 작품「비밀의 화원」은 자연 속에서 일상적의 휴식의 순간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어린아이를 지나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며, 해골로 돌아가는 순간을 맞이하는 인간의 일생이 한 곳에 있다. 이는 죽음이 영원한 휴식이자 새로운 시작임을 의미한다.「비밀의 화원」에 열린 붉은 열매는 욕망, 검은 물은 죽음 혹은 망각의 시간, 그 위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삶과 죽음의 영속성, 생성과 소멸의 회귀를 의미한다.「비밀의 화원」은 죽음과 같은 휴식의 공간이자,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다. ● 윤수정은 유기견을 주제로 작업한다. 작가는 현대인들이 도시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결핍을 반려동물을 통해 충족시킨다고 보았다. 그러나 동물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학대하거나 유기하기도 한다.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지만, 정작 그들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 작가는 사람들의 손에서 버려진 동물들이 이상향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이라는 의미의「미몽」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인간은 그들의 실제로 그들이 원하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권평화_My flower_장지에 채색_190×100cm_2014 김미숙_witch-hunt_천에 수묵채색_48×39cm_2015

2. 뒤집어 보는 세상 ● 어떤 작가들은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사회의 부조리함, 은폐된 진실들을 발견한다. 때로는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이 깃들여져 있지만, 그러한 관점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모순을 발견하여 폭로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 권평화의 작업은 목회자의 자식으로서 자신이 가진 태생적 정체성에 의문을 품으며 시작된다. 작가는 종교적으로 선해야 한다는 소리 없는 강요 속에서, 완전히 선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죄의식을 갖는다. 선 아니면 악이라는 이분법적 세계에는 속할 수 없는 자신의 양면성에 혼란을 느낀다. 작가는 작품에 지고한 종교적 가치와 평범한 인간성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 작품 속에는 종교적 상징물, 죄와 악의 상징들이 등장하며 그 안에 고통을 담는다. 긍정적 가치일지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것이 될 때, 오히려 한 사람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 김미숙은 특정한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사실상 허상인 논리적 실체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마녀라는 메타포로 표현하였다. 사실상 존재하지 않지만 허구적으로 마녀와 같은 대상을 만들어 낸다. '마녀사냥'은 드러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안을 마녀에 투사하여, 역으로 불안을 잠재우게 기능을 한다. 진실과 상관없이 하나의 대상을 화려하게 조작하여 희생양을 만드는 사회적, 개인적 폭력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순수한 소녀로 대변되는 무고함은 베일로 가려지고 강렬한 색채의 꽃을 얹어 다른 의미로 보이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진실의 은폐를 위해 가짜의 실재를 만들어내어 현혹하는 언론, 사회, 인간관계에 대한 냉소가 담겨 있다.

김영현_기억을 걷는 시간_면지에 채색_130.3×193.9cm_2015 유진희_2011.12.28_장지에 먹_53×53cm_2011 최다혜_꽃꽂이_캔버스에 유채_90.9×72.7cm_2012

김영현은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들을 은유적으로 담아 작품으로 공론화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주어진 삶의 방식을 익숙하고 편하게 느낀다. 그리고 그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언제나 똑같은 선택을 하고, 다른 삶의 방식을 배척한다. 빠르게 전개되는 삶 속에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유예시키며 환상을 쫓는다. 그러나 작가는 삶에서 외면당하는 어두운 이면의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비판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 유진희는 감정을 감추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을 선글라스라는 메타포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선글라스는 눈을 빛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동시에 개인의 감정과 시선을 감추는 역할도 한다.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정을 숨기고, 외면으로 호소해야 하는 삶을 '명품 선글라스'로 보여준다. 이 사물은 외적인 것을 중시하며 내적인 것을 숨기려는 인간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 한편최다혜는 권력을 행사하는 인간의 폭력성을 고깃덩이라는 상징물로 표현하였다. 전체적 구도는 지극히 장식적이며 정교하게 그려진 로코코시대의 정물화를 연상케 한다. 정물이라는 것이 자연의 일부를 취하여 인간의 공간에 옮긴 것을 그리는 것처럼, 최다혜의 작품은 익숙한 정물의 이미지에 숨겨진 코드를 다른 방식으로 읽어내어 극적으로 표현했다. 중앙의 고깃덩이가 있는 부분은 의례히 꽃이 그려져야 할 자리였다. 작가는 꽃이라는 자연을 고깃덩이라는 욕망과 폭력의 산물로 대체하여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이기적이며 폭력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권능_Art Class 3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14 김진유_WHAT...3_캔버스에 펜_110×110cm_2015

3. 날아오르는 상상력 ● 일련의 젊은 작가들은 뛰어난 상상력으로 구축한 자신만의 세계를 시각화한다. 독창적인 이야기, 형식, 스타일을 창조하며 새로운 시각적 유희방식을 제시한다. ● 권능은 익숙하여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상상을 더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 낸다. 작가의 공간에 시공간을 초월한 유명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 옮겨놓는다. 마릴린 먼로라는 희대의 배우를 모델로 마그리트, 렘브란트, 키스헤링 등 유명작가들이 둘러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밥 로스가 화면 밖을 향해 웃는 모습을 삽입하여 유머러스한 요소까지 가미하였다. 각각의 예술가는 작가의 현실 속으로 소환되어, 그들에 대해 이미 만들어진 해석과 이미지를 작가의 일상성 안에서 재해석 한다. ● 김진유는 작품 속에 자신의 이상향을 화면에 옮긴다. 여러 차례 반복되는 노동으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 혹은 하나의 자기완결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자연 속에 살고 싶은 자신의 희망을 펜으로 새기듯이 그려나갔다. 그려진 형상은 실재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유기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이상향인 꽃과 자연의 형상을 재창조한다. 작품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작가의 의도를 넘어선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다.

박장호_천둥번개_흙 위에 채색_190×136cm_2014 최은지_flower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1

독구(獨狗)는 박장호가 만든 캐릭터이다. 각 작품은 어떤 서사적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보이며, 각 장면에는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제시된 이야기만으로는 전체의 스토리는 알 수 없으며,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을 뿐이다. 작품은 관객마다 서로 다른 전체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이미지가 이야기를 담게 되는 방식, 이미지가 이야기를 돕는 방식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미지만으로도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이미지의 기법을 사용한다. 각 이미지마다 부과된 텍스트는 상상의 범위를 제한하지만 다른 작품과 전체적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 최은지 작가는 색채와 면으로 음악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기하학적인 패턴이나 흐름으로 동적인 리듬을 만들고, 색채로 장식성을 더한다. 작품에는 서사에 대한 해석이 필요치 않다. 음악처럼 감각적으로 느끼고 즐기면 된다. 칸딘스키나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선, 면, 색채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조화와 균형의 정도에 따른 긴장과 느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작품에 그려진 기하학적 형식과 패턴화된 형상에서 익숙한 형식을 발견할 수 있다. 연꽃처럼 그려진 꽃, 창살의 형상, 구름문양 등은 이미 알고 있는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되며 음악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김두은_One_장지에 채색_162.2×112.1cm_2014 배단비_if you can_순지에 수묵담채_15×15cm_2014

4. 대상과 마주하기 ● 마지막으로 김두은, 배단비, 이시은, 윤혜원, 인예원 작가는 어떤 대상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대상의 속성에서 떠오르는 느낌, 사물이 공간에 놓이는 방식, 대상의 배치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과 내면적 감정을 교차시킨다. ● 김두은은 오브제와 장소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맥락에 관심을 갖는다. 사물이 어떤 장소에 놓이는가에 따라 사물의 의미는 달라진다. 작가는 특히 낯선 상황에 사물을 놓아 사물의 익숙한 맥락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법을 시도한다. 작가는 바람 빠진 풍선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허무함'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작가는 연극의 막이 오르기 전 부푼 기대감이 여러 감정곡선을 지나며 막이 내릴 때 바람이 빠지듯 사라지는 것을, 커튼과 그 앞에 놓인 바람 빠진 풍선으로 표현하였다. ● 배단비는 자신의 손에 대한 고마움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의 손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들과 그것을 제작하면서 손에 남는 굳은살과 주름들은 작가로서 삶의 흔적들이다. 손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표정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작품은 작가 자신의 역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켜켜이 쌓인 손의 흔적들이 모여 작가라는 개인의 전체를 이루며, 손 하나하나는 꽃잎이 되어 피어난다. 예술가의 작업이라는 것이 삶의 일부이며, 그것이 예술가의 삶을 꽃피우게 된다는 개인적인 성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시은_new project_한지에 수간채색, 백토, 먹_80.3×116.8cm_2015 윤혜원_Healing 2_장지에 채색_117×91cm_2013 인예원_漠-막Ⅵ_장지에 채색, 혼합재료_116.7×80.3cm_2014

이시은 작가의 작품은 공간에 설치한 작품을 평면에 옮긴 것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작품 속 전구는 우리의 생명처럼 빛을 밝히고 있으며, 엉켜 있는 전선은 그 빛이 발산되도록 해준다. 화면 속에서 뿌옇게 잘 드러나지 않는 사물과 빛은, 희미하게 존재를 밝혀가는 우리의 삶을 말해준다. 각각의 사물은 개체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빛을 내기 위해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 역시 각자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모든 삶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이 전체를 이루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 윤혜원은 자신을 앵무새에 비유한다. 앵무새는 아름다운 색채의 깃털과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을 매혹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하는 말은 사람의 음성을 따라하는 무의미한 음성에 불과하다. 앵무새처럼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과의 관계에서 입력된 의미 없는 이야기들로 소통한다. 그리고 그것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가 자신 또한 관계 속에서 타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현란하고 어지러운 형상의 앵무새로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반성의 거울을 제시한다. ● 인예원은 사막을 그린다. 작가에게 사막의 이미지는 막(漠)이라는 한자의 의미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넓고 광막한, 쓸쓸한, 그윽한, 조용하고 고요한, 소리가 없는, 맑고 투명한, 어둡고 침침한, 움직이지 않는, 우거지거나 무성한, 널리 펴진, 사막...생명의 기운이 희미한 사막의 진공상태는 죽음에 가깝다. 작가가 묘사한 사막의 모습은 신비로운 태초의 지구, 생명이 출현하기 전의 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죽음을 두렵거나 꺼려지는 그 무엇이 아닌, 작가가 느끼는 사막의 이미지로 해석한다. 즉 삶이 있으면서 존재하게 된 죽음은 삶 이전에도 있던 태초의 고요와 같은 것이다. ● 19명의 작가들이 가진 네 관심주제는 젊은 작가들이 다루기에는 어쩌면 무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환경이나 대상에 대해 질문거리를 찾아내어 새로운 관점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이미 만들어진 유행이라는 쉽게 걸칠 수 있는 옷이 있는데도, 굳이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고통스러운 노력이다. 어떤 대상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으며,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삶을 다시금 곱씹어 본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이미 있는 것의 반복이 아닌,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창조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된 과정이야말로 예술가가 지닌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속이 빠른 강물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있다. 하지만 그 빠른 흐름 속에서도 허둥대지 않고, 유속을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를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자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며 시류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자신을 단련해 왔다. 그리고 큰 도약을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예술이라는 커다란 강물 속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이제 19명의 작가들이 이제 심호흡을 하고 그 속으로 점프해 들어갈 것이다. 되도록 깊숙이 말이다. ■ 이수

Vol.20150612e | 상상 번지점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