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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610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에이치 ARTSPACE H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29-4(원서동 157-1번지) Tel. +82.2.766.5000 www.artspaceh.com
김인태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으로 치자면 본다는 것의 문제를 들 수가 있다. 외관상 드러나 보이는 양상은 다르지만, 개념미술에 바탕을 둔 전작에서나 조형에 방점이 찍힌 근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언제나 보는 것을 문제시한 것이었다. 보는 것의 문제는 조형의 기본이었고(그래서 조형예술을 시각예술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그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한다는 것의 문제에 연동된 것이었다(보면서, 동시에 인식하는 것. 그러므로 본다는 것은 사실은 인식론적 문제인 것). 전작에서 보면, 얼굴의 좌우측면을 하나의 평면 위에 펼쳐놓아 시각의 한계를 확장시킨 것이나, 셀프카메라(자기를 향한 캠)와 모니터를 매개로 자기가 자기를 보는 상황을 연출해 자기는 자기를 볼 수 없다는, 다만 타자를 통해서만 자기를 볼 수 있다는 실존적 자의식을 비틀어 보인 것이 그렇다.
그렇담, 근작에서 보는 것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현상하는가. 외관상 작가의 근작은 개념보다는 조형에 방점이 찍힌 것이고, 그럼 만큼 보는 것의 문제의식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의 근작은 한눈에도 곰, 호랑이, 사자, 말, 코뿔소, 상어, 그리고 복어와 같은 동물을 소재로 한, 작가의 말마따나 차갑지만 따뜻한 느낌의 조형물들이다. 조형이 차가운 것은 스테인리스스틸의 금속성의 소재를 재질로 한 탓이고, 그럼에도 따뜻한 느낌은 그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정교하고 섬세한 손맛(스킬?)이 금속성의 재질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조형을 멀찌감치 보면 동물들이 보인다.
여기서 작가는 조형물을 가까이 다가가서 보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동물형상은 자잘한 입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형태를 이룬 것으로 드러나는데, 그 입자들로 치자면 나비와 동그라미 그리고 물결패턴으로 드러난다. 나비형태의 입자들이 모여 동물형상을 만들고, 동그라미 형태의 입자들이 모여 복어형상을 만들고, 물결패턴이 모여 상어형태를 만든다. 인간도 마찬가지. 세포들이 모여서 인간을 만들고 생명을 만들고 존재를 만드는 것. 여기서 동그라미 형태의 입자는 아마도 복어의 비늘을 조형한 것이고, 물결패턴은 상어가 유영하는 바다 속 정경에 착안한 것일 터이다.
문제는 나비형태의 입자들이다. 작가는 특히 나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나비는 알에서 애벌레로 그리고 재차 번데기를 거쳐 최종적으로 나비로 변태된다. 작가가 나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듯 변태에 있다. 그저 자기변신보다는 하나의 존재가 내포하고 있는 다중적인 측면들을 보라는 주문이고, 관점에 따라서 하나의 사물대상도 얼마든지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렇게 자신의 조형을 멀찌감치 보고, 그리고 재차 가까이 다가가서 보라는 작가의 주문에는 이런 인식이 깔려있다. 그리고 삶이 꼭 그럴 것이라는 코멘트도 함께.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나비가 갖는 상징성이다. 나비는 꿈을 상징하고 환영을 상징한다. 나비를 꿈꾸는 애벌레의 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혹 조형이, 존재가 통째로 꿈이며 환영일지도 모른다. 삶이 송두리째 일장춘몽일지도 모른다. 나비들이 풀풀 날아가 버리면, 그러면, 손에 잡힐 듯한 실체는 무엇이고, 믿어 의심치 않는 실재는 어떻게 되는가. 작가가 굳이 나비를 입자 삼아 형상을 조형한 이면에는 이런 삶에 대한 그리고 존재에 대한 자기반성적 성찰이, 견고한 것들을 허무는 허망한 성찰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 고충환
Vol.20150609i | 김인태展 / KIMINTAE / 金仁泰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