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605_금요일_05:00pm
작가와의 대화 / 군산, 그안의 나
지역읽기멘토 / 김선희_박미자_홍강식
주관 / 문화공동체감 주최 / 전라북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군산 창작 문화공간 여인숙 Gunsan creative cultural space yeoinsug 전북 군산시 월명동 19-13번지 Tel. +82.63.471.1993 cafe.naver.com/gambathhouse
군산, 그 안의 나 ● 군산이라는 도시는 오래된 역사성을 갖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들과 다른 정체성이 모호한 타자화된 공간으로 현상되고 있다. 군산의 이러한 도시 이미지와 성격은 군산이라는 도시형성이 주로 1930년대 근대 초기 일제에 의한 근대화 과정 속에서 건설된 도시로부터 출발하고, 해방 이후 6.25전쟁과 함께 미군들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었던 짧지 않은 세월들 속에서 공존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군산이 현재는 낡은 풍경 이미지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개발자의 홍보 저편에 불편한 진실로 방치되어있다. ● 본 전시는 이러한 군산의 다양한 지역 읽기를 「확장과 공존」이라는 주제 속에 지역 해설사 멘토와 함께 군산이라는 지역을 알아가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이다. 입주 작가는 그동안 창작했던 결과물을 보면서 작가 개인의 개성과 다양한 과정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군산이라는 타 지역에서의 8개월 동안 보여줄 다양한 예술 거주 과정 그리고 변화하는 예술적 소통의 계획도 확인할 수 있는 전시이다. 예술적 체류를 통해 지역 역사와 배경 그리고 시대적 철학을 작가적 해석으로 작품을 기록하며, 변화되는 작품이 어떻게 시각화되는지를 관찰할 수 있는 전시의 목적도 있다. ● 안명호「16BIT_소룡동」, 정초롱「정말로 믿을만한 전시」, 최은경「군산 픽션들」작품은 매우 직접적이고 전시에 거침없는 표현으로 완성된 결과물이기보다 사고의 과정을 차분하게 시각적인 형태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 던진 문제 제기를 회화,사진,영상,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탐색, 전개해가면서 작업의 정당성을 구축해가고 있다. 또한 이들에게 볼 수 있는 공통점이라고 하면, 작업의 소재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나름의 관계 고리를 만들고 은유적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보여주기보다는 감춰내는 전략을 더 선호하고, 그래서 어떤 작품을 보여 줄까의 문제보다는 어떤 해석을 유도할 수 있을까란 근원적인 질문도 던진다. ● 『즐거운 군산』展은 지역이라는 보편적 해석에서 예술가의 해석으로 지역의 삶과 소통이 예술을 통해서 어떻게 해석되는지 살펴보고자 기획되었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물질성과 비 물질성, 과거와 현재, 집단적인 기억과 개인의 기억, 자연과 인공적인 피조물 사이의 관계를 드러내고 있는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통되는 방식을 추적하고,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고자 한다. ■ 서진옥
16BIT_소룡동 ● 디지털 기술을 소재로 작업하는 나에게 경직되고 딱딱한 작업형태는 작업적 특성임과 동시에 표현적 한계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낯선 동네, 바닷가, 6.25피난민촌, 이제 곧 사라진다는 절박함이 더해진 소룡동 1019-6번지 일대는 그 곳이 담고 있는 삶의 진한 감정으로 그간의 작업에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감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았다. 현장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 자리에서 드로잉을 하고 버려진 물건들을 모으고 했던 일들은 군산 작업을 통해 기존의 디지털적 작업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들이었다. 그런데 하필 여기서 내게 가장 감성적으로 다가온 것은 낡은 물건이나 사진첩도 아닌 내가 중학교 때 유행하던 오래된 가정용 게임기였다. 돌아보건데 내 삶의 상당부분은 전자기기가 만들어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와 상관없고 어울리지 않는 바닷가 낯선 동네의 철거표딱지가 붙은 집에서 정확히 나의 기억, 추억과 맟닿을 수 있는 물건은 오래된 전자기기였던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느끼는 추억과 감정이 전자회로를 통해 만들어졌다면, 또 여기서 발견한 이 동네와 나와의 가장 강한 접점이 그것이라면, 전자매체를 통한 표현방식은 나에게 불가피할지 모른다. 또 이전의 작업처럼 가상이 아닌 이 곳의 진한 실제적 삶의 모습도 그 구조 안에서 표현되고 공감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룡동의 좁은 골목에서 벽너머로 티브이가 들려주는 익숙한 연예인의 목소리가 안도감과 친근감을 느끼게 했던 경험처럼 이 곳에 대한 감정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 안명호
정말로 믿을만한 전시 ● 군산의 중첩된 시간을 해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는데, 이 지역을 읽기 위한 한 방법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하루에 적게는 한 장에서 많게는 다섯 장까지 노트하고 표를 그리고 드로잉했다. 그 동안의 기록과 느낌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주었다. ● "바다를 메우면 그 땅은 네 것이다." 일본인들이 말했다. "바닷물을 막아 간척을 하면,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말했고, "이 곳에 주둔하여 한국을 수호하겠다." 미군이 말했다. 이런 거짓말에 속아 평생을 고생하며 소작농으로 살아가고, 언젠가 될지 모를 경제호황을 기다린다. 순박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군산 사람들은 그렇게 평생 살아온 터전과 일터를 빼앗기기도 한다. 거짓말과 진실의 경계 속에서 믿고 싶은 걸 믿어버리는 참극의 증거들을 보다가, 믿어보고 싶은 거짓말을 해보기로 했다. 개발에서 빗겨나간 비주류 지역들은 시간이 덧칠되어 고유한 분위기를 내는데, 그 비주류적인 성질 탓에 주목 받지 못하고 세상에서 잊혀지게 된다. 특히 하제 포구는 여러 번 발길이 닿던 곳이었다. 바닷물을 막아 갯벌이 썩어 일터를 잃고, 미군부대에 밀려서 터전을 떠나는 것이 바로 하제의 이야기다. 어쩌면 슬퍼지는 공간에서, 뭍에 나와있는 포구의 배들을 보고 선상카페를 떠올리기도 하고 철거되고 있는 소룡동에서 고액의 미술품을 발굴하는 걸 상상해본다. 이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붙이고 있으니 괜히 행복해지기도 했다. 누군가는 믿어주고, 그 곳에 발길을 한다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 정초롱
"내가 108개의 군산 픽션을 발견한 것은 미로 같았던 낯선 골목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작은 거울 하나와 그날 들고 다녔던 책에서 미끄러지듯 튀어나온 한 문장의 두 단어 사이 행간 덕분이었다. -「군산 픽션들」 텍스트 중에서" ●「군산 픽션들」은 군산의 (첫)인상을 아카이브 형식으로 보여주는, 정주민도 여행자도 아닌 상황과 그 마음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듯이 어떤 지향점을 잃고 싶지 않은 일종의, 마음의 이면지(裏面紙) 드로잉이다. 이 작업은 108개에는 조금 못 미치는 (군산의) 풍경 이미지들과 108개보다는 훨씬 많은 문장의 구두점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107보다 크고 109보다 작은 자연수인) '108'이란 숫자의 클리세는 군산에 대한 (원)기억, 그 메커니즘에 대한 번민과 피로감의 반영이다. 또, 군산에 관해 퍼포밍(performing)된 모든 발화(發話)는 더 이상 현재가 아니고 재구성된 과거이다. 발화란 언제나 말하는 자, 발화자의 각색을 통해 사후에 직조되는 허구의 내러티브이므로. 어쩌면 모든 것(세계)은 실제이면서 동시에 허구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실재의 사실성이지만, 어떻게 살아가는지 발화하는 건 허구의 구조를 따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허구 속에서만 주관적인 경험의 실재를 그려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대립하는 양극의 N극과 S극이 아니라, 막대자석과 자기장의 원리(그 구조적 자리) 사이의 차이처럼 작동한다. ■ 최은경
Vol.20150606b | 즐거운 군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