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Bloom

한수정展 / HANSOOJUNG / 韓洙晶 / painting   2015_0601 ▶ 2015_0731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4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605c | 한수정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7:00am~09:00pm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HOAM FACULTY HOUSE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239-1번지 Tel. +82.2.880.0300 www.hoam.ac.kr

Strawberry Fields ● 이 시대의 작가들은 회화작업이 다분히 걱정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듣곤 한다. 격변하고 가속화하는 현시대에 회화는 더 이상 합당하지 않다던가 기술적인 면에서 너무 느리며, 번거롭다는 주장이 그것이며 뿐만 아니라 회화라는 매체는 이미 모든 것을 언급했고 시도해 봤으며, 보여주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화작업을 한다는 젊은 작가의 경우 애당초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 단정지어 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시각이 옳을 수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회화는 존속되어 왔다. 좀 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세히 관찰해보면, 확고한 회화의 종말론이나 현대미술에서 뉴미디어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신빙성 있는 분석이라기 보다 단지 하나의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5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5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5

한수정은 그린다. 그는 캔버스 위에 전통적인 유화를 그린다. 포토리얼리즘적 표현방식의, 거의 위협적인 크기로 확대된 꽃잎과 꽃은 일말의 감상이나 친근함 혹은 친숙함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그의 꽃은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죽어 시든다는 전통적인 허무함(Vanitas)의 알레고리로 부터 이미 자유로우며, 망막의 표면에 투사되어 상이 맺히듯 기술적인 완전무결함이 보여진다. 색감은 실제보다도 차갑고 거리가 있으며 그려진 이미지의 구조는 마치 틀에서 찍어낸 듯 어떤 착오도 배제한 채 단호하다. 그의 그림은 밑칠이 되어있거나, 투명한 마감재로 표면이 덧칠 되어 있지도 않다. 세밀한 염료조각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스프마토(Sfumato) 기법의 효과는 자연과학적 발로이지 어떤 시적인 의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에 효과를 더하는 붓 터치들도 보이지 않으며 어떤 구조나 특정한 표현스타일(Duktur), 안료를 두껍게 이겨 바르는 기법(Pasto)등도 완전히 배제되어있다. 그는 그림을 그릴 크기로 확대할 때 - 스스로 자기 관심의 중심부로 줌인(zoom in)함과 동시에 관객들 조차 한 마리 벌레의 차원으로 옮겨 놓아, 우리의 관점과 크기를 꿀벌의 그것으로 줄여놓는다. 이러한 방식을 우리는 흔히 주인공인 영웅이 줄어들어 무미건조하고 친숙한 일상으로부터 위험이 도사리는 멋진 새로운 세계로 빠진다는 식의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거기에는 일상이 갑자기 그 외양의 껍데기를 뚫고 잠재된 위협으로 정체를 드러내곤 하지만 한수정이 동물을 집어삼키는 괴식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의 그림에서 동적인 어떤 것이나 시간의 경과, 이어지는 시퀀스 등에 관한 어떤 관심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뛰어난 손재주를 통하여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표현된 주제는 도리어 하나의 거대한 전체에서 도려낸 꽁꽁 얼어있는, 정적이고 전형적인 하나의 부분처럼 보인다. 한수정이 즐겨 그리는 모란의 풍성한 꽃잎은 천정에서 벽으로 이르는 바로크 양식의 바람에 날리는 구름이나 미켈란젤로가 그린 프레스코화 속 인물의 펄럭이는 옷자락과 흡사하다. (그의 작업은 어떤 면에서 프레스코화로 보여질 수도 있겠다.) 우리의 눈앞에는 이렇게 실제 원래의 모티브에서 이미 멀리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장식적이고도 추상적인 이미지가 펼쳐진다.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5
한수정_Peony_캔버스에 유채_65×80cm_2015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타입의 주인공들이 늘 똑같은 일상의 지켜야 할 규칙들과 지루한 습관 속에서 무료해 하다가 어떤 한 사건으로 말미암아 전도되거나 처음엔 그저 의미 없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던 느닷없는 사소한 문제로 인해, 평온함으로부터 터무니없는 부조리함으로, 거의 밑도 끝도 없는 추락으로 이어지듯, 한수정 역시 우리가 익숙하다고 믿는 세계가 느닷없이 빈 곳을 드러냄으로써 마치 곧 터져버리는 비누방울의 막처럼 엷은 허상의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하는 듯이 그는 흰 캔버스의 눈 부신 여백을 통해 빛처럼 혹은 그저 없음(無)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중략) Lenon이 쓴 초현실적이고 은유적이며 부드러운 노래인 Strawberry Fields는, 사이키델릭하고 환상적인 그의 초창기 노래들 중 하나라기 보다, 그에게 영감과 다양함을 가져다 주던, 황폐한 그 만의 어린 시절의 정원에 관한 우울하고 향수 어린 기억이라는 편이 맞겠다. Let me take you down cause I am goingstrawberry fieldsis real…. (2010년 Strange Garden 송영화, 한수정 2인전 서문 중에서) ■ Bernhard Becker

Vol.20150605k | 한수정展 / HANSOOJUNG / 韓洙晶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