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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기 블로그_jungkibeak.blogspot.kr
초대일시 / 2015_060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공휴일_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두산갤러리 서울 DOOSAN Gallery Seoul 서울 종로구 종로 33길(연지동 270번지) 두산아트센터 1층 Tel. +82.2.708.5050 www.doosangallery.com
백정기는 이번 전시에서 실제 사진 속 피사체로부터 추출한 색소를 잉크로 써서 프린트 한「Is of」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는 신작 사진「접촉(接觸)주술: 16개의 보」(2015) 16점과「접촉(接觸)주술: 새싹, 개나리, 진달래, 영산홍」(2015) 4점, 설치작품인「무제: 부화기와 촛불」(2015),「유감(類感)주술: 매화」(2015),「기우제(祈雨祭)」(2015)를 선보인다.
감염주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접촉(接觸)주술은 어떤 대상의 부분이 분리가 된 상태라도 내재하고 있던 기운에 의해 그 부분과 전체가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실제로부터 시공간이 단절된 사진 속 피사체를 직접 불러온다. 새싹, 개나리, 진달래, 영산홍 등에서 직접 추출한 색소로 만든 잉크로 인쇄하거나 금강, 낙동강, 영산강, 한강 일대에 건설된 16개의 보 이미지를 보가 설치된 지역의 강물을 잉크로 이용해 리트머스 종이 위에 프린트한다. 산성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리트머스 종이는 강물과 보의 생태학적 관계에 따라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흐릿하게 보이기도 한다. 또한「무제: 부화기와 촛불」(2015)에서는 촛불의 열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계란에서 병아리로 부화시키고,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먹을 이용해 그린 매화 그림「유감(類感)주술: 매화」(2015)는 실제 라디오 전파를 송출하는 안테나 역할로서 사운드 테러피(Sound Therapy)를 바탕으로 한 소리를 전달한다. 수분이 말라 흙이 갈라진 틈을 바셀린으로 채운「기우제(祈雨祭)」(2015)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자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일종의 수행적 작품이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대상은 작가에 의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매개체로 바뀐다. 작가의 다쳤던 피부의 상처를 보호하고 치유했던 바셀린은 고체화된 기름이지만 상처 난 피부에 바를 경우 세포가 재생하기에 최적의 습윤상태로 만들도록 수분의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바셀린은 기우제에서의 물의 역할을 하며 피부 대신 전시장 한 벽면을 가득 메운 흙벽의 갈라진 틈을 채우며 균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는다. ■ 두산갤러리 서울
17세기 갈릴레오와 뉴턴 등에 의해 그 기초가 마련된 고전물리학과 근대 세계관의 기틀을 마련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은 서구는 물론 아시아의 근대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에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이 등장하면서 지난 세기를 주도해온 근대적 세계관은 마침내 균열을 일으키게 되었다. 기존의 고전물리학이 거시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의 운동으로부터 일관되고 결정론적인 법칙을 도출해냈던 반면, 아원자 입자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연구하는 양자역학(양자물리학)에서는 입자에 대한 정확한 관찰과 측정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아원자 입자를 관찰하는 행위조차 관찰되는 입자의 운동과 위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양자역학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하는 불확실성의 원리와 확률론을 대두시켰으며, 물리학자 존 휠러 (John Archibald Wheeler)는 이에 대해, '과학자는 더 이상 자연에 대한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즉, 서구의 근대화를 이룩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에서 주장하는 이원론, 즉 물질과 정신, 정복자로서의 인간과 그 대상인 자연 등등의 이분법적 태도를 벗어나 좀더 확장되고 통합적인 사상적 체계가 필요해진 것이다.
20세기 이후, 현대물리학을 포섭하기 위한 수많은 사상적 패러다임이 등장했으며, 그 중에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는 현대물리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혀 무관하게 느껴졌던, 오히려 과학과는 양극단에 위치했다고 여겨졌던 동양사상에서 찾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몸을 하나의 소우주로 인식하고 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동양의학, 세상의 모든 만물은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그물망에 의해 이어져 있다는 힌두교의 인드라넷, 만물은 인연의 이치를 통해 존재한다는 불교의 연기사상, 또한 음과 양의 상반된 기운이 만물을 이룬다는 음양사상은 현대 물리학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물질 이상의 존재들(에너지, 기, 에테르, 파동)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동양사상과 샤머니즘은 대상을 독립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전체와 연결된 일시적 필연적 현상'으로 인지한다는 면에서 매우 유사하며, 두 학문의 본질적인 목적성을 따지자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인간에게 이롭게 하기 위한 순수과학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도구를 이용할 뿐,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태도는 같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물리학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양극화로 분열된 정치, 사회, 문화에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각자의 생각에 매몰되어 이념이 수축되고 양극화되는 과정은 오랜 가뭄에 땅이 갈라지는 현상과 비슷하다. 땅이 갈라진 틈의 부피는 증발된 물의 부피이며, 그것은 한때 그 흙이 균열되기 이전에 모두가 하나이게 했던, 이해와 관용 그리고 통섭에 필요한 마음의 부피와 같다. 이것이 양극화된 이 시대에 물이라는 상징적 용매제가 필요한 이유이며, 물은 과거부터 작가의 작업세계에서 바셀린과 함께 치유와 순환의 의미를 가지고 꾸준하게 보여주었던 매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마인드워크(Mind Walk)는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물질 외에 그 안에 내제된 우주의 원리와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연결됨이라는 동양사상/샤머니즘의 사상체계를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증명한다. 동일한 목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양립할 수 없었던 두 가지의 주제를 상보적 관계로 융합시킴으로써, 물질과 정신, 인간과 자연, 너와 나의 이원론적 태도에서 벗어나 세상의 본질에 다가가기 하나의 길로써 통합된 태도를 제시한다. ■ 백정기
Vol.20150605b | 백정기展 / BEAKJUNGKI / 白丁基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