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미展 / YOONJEONGMEE / 尹丁美 / photography   2015_0602 ▶ 2015_0630 / 일,공휴일 휴관

윤정미_운수 좋은날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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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5_0602_화요일_06:00pm

기획, 주관 / 사진미디어공간 포톤 후원 / 예술지구 P_파낙스 그룹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예술지구 P ART DISTRICT P 부산시 금정구 개좌로 162(회동동 157-6번지) ADP 1관 Tel. 070.4322.3113 www.artdp.org

(논)픽션의 논리 ● 윤정미는 초창기 작업인 「동물원」과 「자연사 박물관」 등의 시리즈에서 계통화되고 분류, 배열된 이미지들을 통해 견고한 관습과 제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동물원에 수집된 동물과 박물관에 박제된 동물은 인간에 의해 편집된 대상으로 근대적 분류체계의 강박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동물원과 박물관이라는 공간과 사람을 이러한 분류체계의 장치와 사회적 관계의 망 속에서 해석하고 시각화한다. 윤정미의 문제의식은 이후 사회적으로 구성된 취향의 체계를 유형학적 장면으로 구성한 「핑크 & 블루 프로젝트」에서 더욱 구체화되고 강화된다. ● 「핑크 & 블루 프로젝트」는 성별에 따라 관습화된 컬러를 일상의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와 질서로 연결시킨다. 즉, 특정한 색을 선호하는 것이 아이들의 행동과 사고는 물론 정체성과 사회성 획득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고, 이것이 소비의 구조는 물론 자본주의 체제의 질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은 물건들을 앞에 배치해 사물들이 더 많아 보이게 한 것이나 6×6 정방형 포맷을 통해 사물들을 더욱더 꽉 차게 보이게 만든 연출은 조리개를 최대한 조이고 빛이 고르게 퍼지도록 세팅한 조명 등의 형식과 함께 우리의 시선이 작은 사물 하나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렇게 핑크와 블루의 사물들로 가득한 방들은 주인공으로 가운데 자리잡은 아이들의 각기 다른 포즈와 표정과 함께 미묘하고도 섬세한 차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시리즈의 핵심은 수집과 분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류를 통해 행해지는 "구별짓기"와 일상의 권력 구조와 질서에 대한 일침에 있기 때문이다. 「핑크 & 블루 프로젝트」는 치밀하게 연출된 시각적 효과를 통해 일상적 삶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되는 시각적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파헤친다.

윤정미_화수분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08
윤정미_김강사와-T교수_라이트 젯 프린트_79×115.9cm_2013
윤정미_배따라기 02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08
윤정미_수난이대_라이트 젯 프린트_79×100cm_2008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은 192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한국단편소설의 장면을 재해석한 윤정미의 신작이다. 알다시피 소설은 사실이나 작가의 상상력을 토대로 하여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문학양식이고,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이나 인물의 행동과 심리묘사 등을 통해 인간의 본질이나 사회의 모습을 담아낸다. 소설에 담겨있는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은 그것이 비록 허구일지라도 오히려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휠씬 더 생생하고 극적인 형태로 드러낸다. 근대소설이 현재까지도 의미를 가지고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 역시 이 점에 주목하여 서사구조로 진행되는 소설에서 특정한 한 장면을 설정하여 사진적 구조로 재창조한다. 『운수 좋은 날』, 『날개』, 『메밀꽃 필 무렵』, 『오발탄』, 『백치 아다다』, 『B사감과 러브레터』 등 윤정미가 다룬 근대소설은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잘 알려진 것들이다. ●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물질만능주의, 빈곤과 차별 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화될 수 있는 내용들이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들이다. 윤정미는 소설과 사진, 시간성을 띤 서사와 순간의 장면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그래서일까 『메밀꽃 필 무렵』 배경 너머 도시풍경과 『운수 좋은 날』의 느닷없는 아파트 풍경 그리고 『술 권하는 사회』의 파란 플라스틱 의자와 낙서 등, 그녀가 포착한 장면은 근대와 현대의 간극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는 그녀가 강조한 것처럼 근대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갈등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현실과 허구, 논픽션과 픽션의 문제를 제기한다. 현실은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비틀고 상상을 덧붙임으로써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소설의 장면을 사진으로 구조화함으로써 현실과 허구, 실재와 재현의 관계를 다시금 묻는다.

윤정미_로렌과 캐롤린 그리고 그들의 핑크&보라색 물건들_라이트젯 프린트_122×122cm_2009
윤정미_선영이와 선영이의 핑크색 물건들_라이트젯 프린트_122×122cm_2014
윤정미_채리티와 호피 그리고 그들의 핑크색 물건들_라이트젯프린트_122×122cm_2011
윤정미_현호와 현호의 파란색 물건들_라이트젯 프린트_122×122cm_2009
윤정미_태형이와 태형이의 파란색 물건들_라이트젯 프린트_122×122cm_2011

이번 전시는 신작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과 대표작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시리즈를 함께 소개하면서 윤정미의 작업들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연결되는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전의 작업들이 분류되고 집적된 것들을 배열과 배치함으로써 사회적 장면을 연출했다면, 「It Will Be a Better Day_근대소설」은 소설이라는 픽션을 재연출하면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핑크 & 블루 프로젝트」가 사물들의 배열을 통해 취향의 사회화 과정은 물론 그 안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 것처럼, 연출된 픽션 역시 근대소설의 재현을 넘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즉, 여기서 근대소설의 한 장면은 보는 사람에 의해 해석되고 의미가 보충되는 "하나의 기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정미는 현실을 파악하고 인식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실의 재구축을 선택한 셈이다. 이 두 시리즈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윤정미의 일관된 시선과 관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치밀하게 계산된 배열과 배치, 프레임 구성 등의 형식과 연출로 우리 사회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질서와 작동원리를 관통하고 있다. ■ 이미정

Vol.20150602k | 윤정미展 / YOONJEONGMEE / 尹丁美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