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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605_금요일_06:00pm
* 6월 2일부터 설치가 시작되어 오프닝 리셉션에 설치가 완료되고, 이후에 매일 철수가 진행됩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87번지 안국빌딩 B1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1. 그가 산에 올라 나무에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날, 나는 그 등산로를 올랐다. 그 나무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를 찾지 못한 채 길을 헤매다 금세 포기하고 산을 내려와 벤치에 앉아 숨을 돌렸다. 맞은 편 벤치에 놓인 작은 천가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천가방을 열어보니 방송용 카메라의 배터리팩이 두 개 들어 있었다. 비싼 배터리팩을 잃어버리고 전전긍긍할 카메라맨이 안쓰러워 배터리팩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고 해당 방송사에 전화를 했다. 아직 산속이라 어디 맡길 곳도 마땅치 않아 그대로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잃어버린 물건의 임자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루해 카메라를 꺼내 나란히 가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배터리팩 두 개의 모습을 담았다. 결국 나무는 보지 못하고 배터리팩을 찾으러 온 카메라맨에게 포카리 스웨트를 받고 돌아왔다.
매일 사진을 찍는다. 메모리가 가득 차면 연월 별로 분류한 폴더에 사진들을 복사해 넣는다. 한 주에 한번은 폴더를 열어 사진들을 고르고 'TIFF' 폴더에 다시 사진들을 복사해 넣는다. 공장에서 퇴근해 버스에 올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 딱딱하게 굳은 허리를 두들기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폴더를 열고 맥주 캔을 따고 슬라이드 쇼를 걸어놓은 사진들을 바라본다. 빈 캔들이 늘어나면 픽셀들이 모니터 위를 부유한다. 지난한 삶. 어두운 밤, 밝은 낮, 여름의 무더위, 겨울의 한파, 기나긴 장마,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자리에 피고 지는 지루한 풍경들, 풍경들이 사라지고 파헤쳐져 드러나는 속살, 돌고 돌아 본전인 도박판, 파국으로 치닫는 술자리, 밤하늘을 잠시 수놓고 사그라지는 불꽃. 홀로 남아 치우는 사랑의 흔적, 이승에 남겨진 죽은 자들의 자국. 나무를 찍으러 가서 배터리를 찍어 온 쓸모없는 기록들. 어두운 방, 술에 취해 바라보면 모니터 위를 부유하는 픽셀들. 슬라이드가 바뀔 때마다 점멸하는 눈부신 세계. 어두운 방 모니터 위를 부유하는 밝은 세계.
2. '실패한 다큐멘터리'는 삶의 단면들을 기록한 스냅사진 이미지로 구축한 아카이브이다. 2008년부터 축적된 이 이미지들은 일종의 사적 다큐멘터리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각각의 이미지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일반적인 미덕들을 비켜 나간 이미지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대상들을 기록한 것이지만 인물, 풍경, 사건, 사물 등에 대해 별다른 체계 없이 기록되었고 일상의 조각들을 파편적으로 기록한 것이기에 삶을 오롯이 담아내지도 시각적으로 큰 감흥을 주지도 못하는 일종의 실패한 기록인 셈이다. 그러나 이 '실패한 다큐멘터리', 이 비근한 이미지들은 어느 날인가 호출되고 호명될 잠상(潛像)이자 시짓기를 위한 재료들이며 아직 발화(發話)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이 시짓기의 재료들은 매일 끊임없이 생성된다. '실패한 다큐멘터리'의 각 이미지들은 개별 이름 없이 비순차적으로 아카이빙 되었다가 분류되어 여러 갈래들로 파생되는 작업들의 제재(題材)들로 사용된다.
3. '밝은 세계'는 축적된 약 3000장의 '실패한 다큐멘터리' 이미지들 중 약 1500장의 이미지들을 저렴한 품질의 인쇄방식으로 출력해 공간에 도배하는 프로젝트이다. '실패한 다큐멘터리'라 명명한 이 실패한 기록들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이야기를 발화(發話)시키지 못한 채 존재한다. '밝은 세계'는 아직 발화(發話)되지 못한 이 수많은 제재(題材)들을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 한 번에 펼쳐 보이는, '실패한 다큐멘터리'에서 파생되는 작업들 중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불빛은 어둡고 매일 사방 벽 위에 도배 되며 점점 공간을 채우는 이미지들, 심상(尋常)한 삶의 궤적들은 뒤섞여 펼쳐진 뒤 모든 이미지의 도배가 끝남을 기점으로 점차 벽 위에서 뜯겨지고 버려진다. '밝은 세계'는 그 말이 지시하는 아름답고 눈부신 세계가 아닌,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면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세계, 비루함과 처연함이 그림자 진 어둠과 실패의 세계이다. ● 매일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세계의 눈부심, 밝은 세계. 우리에게 없는. ■ 김주원
Vol.20150602j | 김주원展 / KIMJUWON / 金柱沅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