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15_0530_토요일_04:00pm_서학동 사진관
기획자의 만남 / 2015_0531_일요일_03:00pm_서학동 사진관
기획 / 송수정
2015_0530 ▶ 2015_0702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서학동 사진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서서학동 189-20번지) Tel. +82.63.905.2366 blog.naver.com/jungmiso77
2015_0707 ▶ 2015_0719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 blog.naver.com/noongamgo
서학동 사진관은 전주에 있는 아주 작은 전시 공간이다. 이름은 사진관이지만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시절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에 공을 들인다. 사진 속에 담긴 소박한 사람들의 일상과 사연까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서학동 사진관의 행보는 잔잔하지만 깊고 진한 울림이 있다. 이 공간은 정미소를 개조해 다양한 전시를 시도했던 진안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의 후신이기도 하다. 두 곳의 관장이자 사진가인 김지연 선생은 이 공간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집단의 역사, 시대의 기억과 맞닿는가를 참신한 기획으로 보여 주었다. 특히 지역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앨범 사진처럼 먼지 묻은 자료들을 들춰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데도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 산들바람처럼 청량한 서학동 사진관의 움직임이 지역을 벗어나 국내 기획자와 작가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이 행보의 진정성 때문이다. 굳이 문화 예술 다원화나 지역 문화 활성화 같은 거창한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서학동 사진관은 사진의 쓰임새와 전시 공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고민케 한다.
'서학동 언니'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길을 먼저 걸어온 서학동 사진관을 응원하고 그동안의 우정을 나누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공간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인정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한 일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우선 1년마다 다양한 활동 폭을 지닌 기획자와 사진가들이 서학동 사진관에서 전시를 꾸리는 것이 목표다. 전시 기간 중에 작가와 기획자가 전주에 머물며 작가와의 대화, 강연 등의 연계 행사도 펼친다. 서학동 사진관의 가치에 주목하고 더 많은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원정 행사이자, 시각 예술이 지역 공동체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취지에 공감한 사진위주 류가헌이 같은 전시를 서울로 고스란히 옮겨 온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기획전인『응달 꽃은 짙다』는 그늘진 곳에 놓인 존재에 주목한다. 응달에 핀 꽃은 화려하거나 큼지막하지는 않아도 빛깔이 한결 곱고 선연하다. 그늘 아래 드문드문 스며드는 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서이기도 하고, 어둑한 곳에서 빛을 발하느라 안간힘을 쓴 결과이기도 하다. 이들 꽃은 애써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저마다 그늘진 터전에서 질기고 값진 생명력을 발한다는 점에서 참여 사진가들이 주목하는 대상들과 닮았다. 한편으로는 돋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알차게 제 몫을 꾸려 내는 서학동 사진관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시 참여작인 김영경의 '군산-안녕, 신흥동', 김혜원의 '용담댐-풍경', 노순택의 '얄읏한 공', 이갑철의 '한국인의 초상', 이상일의 '메멘토 모리', 이한구의 '청계천'은 쨍한 볕을 받아 본 적 없는 곳 혹은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멀리로는 일제강점기 최대의 미곡 수출항이었던 군산의 서글픈 역사부터 수자원 확보나 군사 기지 확충, 공단의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자신의 양달을 내줘야만 하는 이들의 시린 현실까지를 특유의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이한구가 중년이 될 때까지를 기록한 청계천의 삶, 이갑철이 직감적 순발력으로 포착한 우리네 얼굴들은 그늘진 산기슭에 만개하는 진달래처럼 수수하면서도 알싸하다. ■ 송수정
Vol.20150530g | 응달 꽃은 짙다-'서학동 언니' 프로젝트 1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