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이주 Move & Emigration

신광展 / SHENGUANG / 申光 / mixed media   2015_0529 ▶ 2015_0618 / 월요일 휴관

신광_대기번호표_2008~9

아티스트 토크 / 2015_0616_화요일_06:30pm

패널 / 오인환

퍼포먼스 / 매주 금요일~일요일_02: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성균관대학교 다빈치 창의 융합인재 양성사업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서초구 방배동 777-20번지 2층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나는 중국에서 태어난 조선족이다.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으로 살아 왔었고 한국에 살고 있는 지금 나는 한국 사람들이 같은 민족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국적을 가진 외국인의 신분으로 생활하고 있다. 가끔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한국이랑 중국이랑 축구를 하며는 어느 쪽을 응원하세요?" 또 "한국이랑 북한이랑 축구경기를 하며는 어느 쪽을 응원하세요? 중국이랑 북한이랑 할 때는요?" 참 난감한 질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축구경기를 볼 때마다 지지하는 팀이 바뀌어 있었다. (작가노트 中)

신광_이사와 이주展_스페이스 윌링앤딜링_2015
신광_당구(4ball, 16ball)_2채널 영상_2012

당구 ●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당구 또한 하나의 스포츠인 동시에 사람들이 즐기는 오락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당구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게임방식과 룰이 다를 것이다. 본인의 경험적인 예로 중국에서 사람들이 즐겨하는 당구는 포켓볼이고 한국에서 사람들이 즐겨하는 당구는 삼구나 사구이다. 중국에서 사구는 접하기 힘든 반면 한국에서 포켓볼은 흔하게 접할 수는 있으나 주로 포켓볼은 여성들이나 남녀가 혼성으로 많이 즐기고 남성들은 주로 사구나 삼구를 즐겨한다. 이렇게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인 차이점은 본인에게 매우 흥미로운 발상으로 작용한다. 이 작업은 우선 포켓볼과 사구라는 당구의 두 가지 게임 룰을 제거하고 다른 두 가지 룰을 만드는데 한 가지는 포켓볼 당구대 위에서 사구 공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구 당구대 위에서 포켓볼 공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원래의 게임 룰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전혀 다른 게임 룰을 만들어 게임을 진행한다. 이렇게 게임 도구는 원래 그대로의 것을 사용하지만 그 두 게임을 섞으면 전혀 다른 게임으로 바뀐다. 본인은 이 새로운 게임은 본인의 정체성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된다. 본인은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이중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 국적의 소유자이지만 다른 민족이고 한국에서는 같은 민족이지만 외국인이다. 이런 정체성의 뒤섞임은 상대적인 문화권 안에서 두 게임이 뒤섞여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어 내듯이 전혀 다른 본인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신광_보이지 않는 경계_2015
신광_보이지 않는 경계_퍼포먼스 기록 영상_2015

보이지 않는 경계 ● 이 작업은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한 재해석이다. 영역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물리적인 공간임과 동시에 문화적 정체성이 구별되는 공간이기도하다. 이러한 영역적인 공간은 이사와 이주가 빈번한 현대사회, 특히 도시화라는 현대문명이 시작되면서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생성·확장·전환의 과정을 거듭하면서 더욱더 다양화된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생산해낸다. 내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들은 다년간 이 거대한 도시의 정착생활을 거쳐 자신들만의 집거구역을 형성한다. 이러한 외국인 집거구역들은 그들이 본연에 가지고 있는 문화적 백그라운드와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이 서로 혼재되어 다른 공간과 차별된 상이한 문화적 공간을 형성한다. 본인은 이 작업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통하여 서울이라는 공간을 외국인들의 집거구역과 그렇지 않는 구역으로 나눈다. 본인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 수도권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외국인들의 집거구역에 해당하는 구역은 18%정도를 차지한다. 이 수치에 근거하여 전시장 전체면적의 18%에 해당하는 면적을 A구역으로 설정하고 그렇지 않은 구역을 B구역으로 설정한다. 관객은 스마트폰에 다운된 app을 통하여 이 보이지 않는 두 구역과 그 경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서로 다른 구역의 경계를 넘나들 때마다 해당 구역에 대한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하여 받을 수 있다. 또 이 두 구역의 경계에서 본인은 허공에 외국인 집거구역의 지하철역 이름을 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는데 허공에 대고 빛으로 쓴 지하철역들은 바로 사라져 버린다.

신광_이사와 이주_2015

이사와 이주 ● 이사와 이주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본인의 이사과정은 이주를 동반한다. 또한 본인은 이러한 이사와 이주 과정을 통하여 일련의 정체성의 변화를 경험하는데 이 작업은 이러한 이사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경험인 난방 시스템의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이 작업은 대체적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집의 난방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드로잉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그 난방시스템을 설명하는 텍스트와 거주한 집과 관련된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연필로 그린 드로잉 작업은 스캔과 일련의 컴퓨터 작업을 거쳐 다시 프린트된다. 이 프린트된 드로잉은 그 난방방식을 설명하는 텍스트와 그 집과 관련된 다수의 이미지들과 같이 구성되는데 이런 이미지들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 이미지와 온라인 공간에 떠도는 이미지를 수집한 것들이다. 본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모두 아홉 개의 집에서 생활을 했었는데 그 중에 중국에서 여섯 개의 집을 거쳐 왔고 한국에서 총 세 개의 집에서 살았었다. 이 집들의 난방시스템은 지역과 시간, 문화적 특성에 따라 4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본인이 유년시절에 살았었던 집들은 우리가(중국조선족) 한반도에서 이주한 탓으로 대체적으로 북방 한민족의 전통적인 난방시스템 구조로 형성되었거나 전통적인 중국북방 주택의 난방 형식을 띠고 있다. 본인이 성년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가족과 함께 중국 북방의 아파트 난방형식을 갖춘 아파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2007년 본인은 한국유학과 더불어 한국의 난방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 신광

신광 작가는 외국인이다. 중국 연변에서 살았던 조선족인데 미술 공부를 위하여 한국으로 유학을 왔으며, 현재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가정을 꾸려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서울 지역의 수많은 외국인 거주자들의 삶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지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경계』-이번 전시의 신작의 제목이기도 한-에 대한 개인적인 체험과 일반화된 현상을 드러낸다. 작가는 그의 출생에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 전시장 한 면을 채우고 있는 「이사와 이주」는 드로잉과 사진으로 구성된 총 24점의 액자형식의 작업이다. 액자는 검은색과 흰색 두 가지 종류인데 이는 지역적인 구분이다. 검은색 액자들은 1980년부터 2007년 까지 신광 작가가 태어나서 자라온 연변 지역 거주지에서의 난방구조를 그린 드로잉 7점에 각 해당 거주지에서 생활하는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고 그 기간 동안 찍은 가족들과의 사진 등이 위·아래로 배치되었다. 2007년도에 서울로 이주하면서 거주하게 된 5개의 집의 난방구조를 그린 드로잉과 기록, 그리고 해당 기간에 찍은 사진들도 흰색 액자를 통하여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작가의 사적인 기억을 통하여 어떤 환경에서 살았으며 그 환경의 변화가 집의 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등을 서술하며 각 주거 공간의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경제적, 건강상 신변 등에 의해 그 구조가 바뀌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다. 작가의 주변에서 일어난 가족 구성원들과의 생활과 그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하여 선택한 것은 집이라는 거주 시설의 난방 방식에 대한 것이지만 이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화 현상, 이데올로기, 정체성 등의 변화로서 치환하여 들여다 볼 수 있다. ● 작가는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 이주자들의 분포에 대한 통계를 내고 이를 전시장에 적용함으로써 이질적 지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보이지 않는 경계」라는 작품에서 사용되는 어플을 실행해 보면 두 개 구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 텍스트가 생성되는데 여기서 특정 에피소드는 인용되지 않는다. 전시장의 일정 구역을 정하여 그 구역으로 진입하면 A라는 외국인 거주구역이 되고 그 구역을 벗어나면 B라는 지역으로 가게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시스템이다. 또한 작가는 전시 기간 중 주말 동안 전시장의 한 구역에서 지속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게 되는데 이는 외국인 집거지역의 전철역 이름들을 허공에 적는 것이다. 허공에 적히는 글은 행위로서만 현장에서 보일 뿐 남겨진 흔적은 없다. 흔적이 남지 않고 지워져 버리는 것은 물리적 경계를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심리적, 정서적 차이에서 생성되는 자연스러운 문화적 차이를 감지하고 있는 현황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실행된 어플 속에서 단순한 수치적 통계의 차이 외에는 특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딱히 없는 것은 그다지 외국인과 한국인 사이의 차이를 들추어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외국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주요 동네들에서 생성된 구역의 문화는 단지 또 하나의 구역으로서 생성된 새로운 장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경계가 문화의 차이를 바라보게 하고 개인의 아이덴티티를 구분해 내는 현실의 감성에 스스로 적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관객 또한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나'에 대한 구분 또한 모호해짐을 체험할 수 있다. ● 이러한 적응 과정은 영상 작품 「당구」에서 볼 수 있는데, 작가와 한국인 친구 둘이서 진행하는 당구대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을 찍은 화면이다. 당구 게임 중 '사구'와 '포켓볼'이라는 대중적인 경기를 각각에 사용되는 볼을 서로 바꾸어 새로운 경기로서 진행하는데 기존의 룰로는 불가능한 게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룰을 만들어서 진행한다. 새로운 룰에 맞춰 진행되는 경기는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려워 보이지만 보는 동안 이내 적응하여 관람하게 되고 심지어 이 게임은 흥미진진해진다. 이 게임이 흥미로워지는 순간,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작가는 전시장 입구에 「대기 번호표」라는 작업 중 일부를 확대하여 부착하였다. 그는 출입국 사무소라는 국가 간 경계를 가장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상징적인 기관에 1년동안 (2008.11~2009.10)매일 방문하였다. 심사를 받기위하여 순서를 정하는 이 단순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되 신광 작가에게는 심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해당 장소에 존재했다는 것을 남기는 징표를 만들어내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몇 가지 이유로 외국인의 전시를 하지 않고 있다. 작가에게 입구에 뭔가를 꾸며보았으면 하고 추가 작업을 제안했을 때 작가가 내놓은 안이 바로 이 작업이었고, 나는 조금 뜨끔하였다. ■ 김인선

Vol.20150529k | 신광展 / SHENGUANG / 申光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