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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예展 / JEONJIYE / 全智禮 / painting   2015_0520 ▶ 2015_0525

전지예_Magnolia_75×50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가나인사아트센터 GANA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작업은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다. 반복된 형상을 그리고, 그 형상들이 모여 또 다른 형태를 이룬다. 그 형태가 무엇인지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곡선의 인간 형상을 그리면서 스스로를 치유한다는 것이다. ● 아이가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이번 '소인' 시리즈는 내 안에 존재하는 사과씨보다도 작은 세포 하나가 그토록 큰 의미와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두려움에 관한 것이며, '나'라는 존재가 피상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엄마'라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 '엄마'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괴기스러우리만치 두려운 두 글자였다. 그것과 나를 하나로 연결시키는데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허약한 태아의 건강에 대한 불온한 상상들을 어떻게든 없애보려고 애쓰며 무의식적으로 그려나간 이 조그마한 아이의 형상이 오히려 나를 자라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도 늦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조그마한 소인들이 손을 맞잡고 종이 위에 가득히 증식하는 동안 나는 천천히 위로받으며 그렇게 '엄마'가 되어갔다. 사과씨보다도 작은, 그러나 그때부터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그 조그마한 세포 하나가 결국 나를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전지예_carnation_33×33cm_2015
전지예_비나이다,비나이다_75×50cm_2015
전지예_비나이다,비나이다_50×75cm_2015
전지예_버려진모든것을 쓸모있게 만드는창의적 실현_55×33×20cm_2015
전지예_황제의 왕관_75×50cm_2015
전지예_날수없는 새_30×21cm_2015

본능적인 아이를 키워나가는 동안 나의 안전이나 감성보다는 아이의 건강, 먹거리, 환경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했고 그런 어떤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어느 가정에나 있을 평범한 식기류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든 것 같다. 각종 음식 알러지가 있는 아이에게 엄마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좌절했고, 식기류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옛 선조들의 의식들에 처음으로 동감했다. 108배를 하듯, 기도를 하듯, 불경을 외는 듯한 심정으로 소인들을 그려나가며 이들이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길 빌고 또 빌었다. 예술 작품이 종교와도 같은 어떤 신념에 의해 탄생한다는 사실, 예술가의 독창성에 의해 만들어지면서도 어떠한 보편성을 획득하며 많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향유되어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 이 조그만 형상 하나가 터무니없게도 어떻게 이 인류가 유지되어온 것인지에 대해 말해 주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자라난 조그만 사과씨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 수없이 많이 그려진 소인들. 이들은 하나의 형태를 위한 조그마한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곡선들을 그리면서 나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었다. 이기적인 '나'를 포기하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희생이겠지만 나는 분명히 더욱 완벽한 형태의 사과가 되어가는 중이다. 나의 작품이 아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우리 시대의 어른들의 보편적인 공감을, 혹은 그 이상을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 전지예

Vol.20150520e | 전지예展 / JEONJIYE / 全智禮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