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51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 미술세계 MISULSEGAE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24 3층 Tel. +82.2.2278.8388 www.mise1984.com
이남수의 근작들은 전통적인 한국화의 표현방법과 기본 매재를 벗어난 실험성이 시선을 끈다. 한지 대신에 캔버스를 사용한다든가 분채나 석채가 아닌 아크릴 물감으로 전통적인 오방색에 대응하는 삼원색을 응용하고 있다. 심지어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구현된 화풍은 모더니즘 회화의 노선을 추종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화면을 얼핏 보아서는 작가의 감정개입이 최소화된듯하지만 찬찬히 음미하다보면 산뜻하면서도 정갈한 색의 향연이 동양적 운율과 사색의 편린들을 머금은 채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동양적 운율의 한 경우는 색면과 색면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백 즉 여백의 존재이다. 이는 색과 색의 연결 내지는 상호 소통의 차원에서 전통 한국화에서 중시되는 잠재태로서의 여백을 의미한다. 예컨대 유(有)와 무(無) 사이의 절묘한 균형감을 견인하는 동양회화정신의 한 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이다. 이렇듯 그의 화면에는 절제와 균형 그리고 율동, 품격이 어우러져 생생하고 아련한 색과 형태가 빚어내는 잔잔한 정서적 깊이와 마음의 움직임을 포괄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의 화면에는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 진동이 정제된 색면으로 윤무(輪舞)할 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변주와 착시현상이 마음의 나래를 펼쳐보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흡사 옵아트를 연상케 하는 그의 색면의 포치는 입체적인 착시효과에서 얻어질 수 있는 운동감을 유발하는데, 이를 토대로 정리되고 체계적인 작가의 정신적 함의내용을 외면화하는 그만의 조형적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에 관람자의 시선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색면의 율동이 3차원적 오브제처럼 지속적으로 진동하고 순간순간 새로운 동세와 추이를 경험하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작가는 자신의 유희정신을 표출하고 관람자는 그 유희의 마당에 동참하면서 2차원적 평면 위에 3차원적 공간감이 어떻게 조직화되는 가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화면의 조형적 형식미와는 달리 작풍의 내용적 모티브는 진지한 철학적 단상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로인해 율동하는 색면의 배열은 절대자유를 지향하는 자연과 삶에 대한 작가 자신의 내적 울림을 형상화 한다. 한색과 난색, 무채색의 리드미컬한 배열, 도드라져 보이는 난형(卵形)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빗댄 삶의 이력에 대한 되새김이자 심리적 변이양상의 발현에 다름 아니다. ● 그가 붓을 잡기까지의 심사(深思)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로 비유될 만큼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되어 있다. 성찰의 무게가 고통스럽거나 버겁지 않다는 말이다. 화면은 작가자신에게 호응하고 현재를 유희한다.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가 단순한 놀이 개념을 넘어선 마음의 정화를 통해 얻어진 정신의 해방을 의미하듯이 그는 이미 세속의 번잡함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그로인해 색면과 필선의 흔적은 한층 승화된 마음속의 우주이자 무소유에서 비롯된 자발적이면서도 신명나는 유희, 소요유의 회화적 번안이라는 상찬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 손청문
Vol.20150512e | 이남수展 / LEENAMSU / ???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