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고독에 대한

우은정展 / WOOEUNJEUNG / 禹殷鼎 / painting   2015_0501 ▶ 2015_0531 / 월요일 휴관

우은정_절대고독2-멍미의 시간을 보다_캔버스에 유채_260×180cm_2015

초대일시 / 2015_0501_금요일_05:00pm

후원 / 청주시_충북문화재단

관람료 어른(20~64세)_1,000원(단체_800원) 청소년 및 군인(14~19세,하사이하 군인)_800원(단체_600원) 어린이(초등학생포함 7~13세)_500원(단체_300원) * 대청호미술관은 문의문화재단지 입구를 통해 입장 가능 * 문의문화재단지 입장객 무료관람 * 단체 20인 이상

관람시간 / 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DAECHEONGHO ART MUSEUM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반로 721 Tel. +82.43.201.0911 museum.puru.net

『우은정_절대고독에 대한』展은 대청호미술관 기획전으로 지역 중견작가의 작품 활동에 주목하고, 2015년 미술관 전시 주제인 '여행'과 소통 가능한 전시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밤길여행을 통해 직접 체험한 경험을 드로잉으로 옮기고 있다. 각 전시실은 응시(鷹時), 멍미의 시간(時間), 월류(月留)라는 개별적 공간으로 나눠지며, 각 공간의 특성과 전시작품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여 제시되고 있다. 전시는 절대고독이라는 명제아래 인간의 정체성과 의지에 대한 사유를 주제로 화가 우은정의 고유 시각과 미감을 보여준다. 전시작품 구성은 작가의 사유적 공간을 함께 여행하는 듯 한 시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의도하였으며, 각 전시실 마다 제시된 작가의 시와 인터뷰 내용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2012년 『바람의 결에 바람으로 서서』전시 이후 작가의 새로운 사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로 절대고독이라는 명제와 무한달빛으로 가득한 화면은 즐거운 우울함처럼 삶에 대한 깊은 사유(思惟)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 대청호미술관

우은정_멍미의 시간을 보다_캔버스에 유채_60×200cm_2015
우은정_멍미의 시간을 보다_종이에 연필_108×77cm_2014
우은정_달빛_캔버스에 유채_64×90cm_2015

바람의 화가 우은정 ● 내가 우은정 화가를 처음 만났던 것은 대학원에서였다. 그러니 십여 년 전쯤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사람들 입을 통해 그 이름을 들어왔던 터였다. 그리고 여성적인 이름에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선입관으로 인해 나는 그가 무척 가녀리고 야들야들한 모습의 그림꾼일 것이라 상상해왔었다. 바람으로 치면 봄날 솔솔 부는 솔바람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나의 기대는 우 화가를 만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허름한 입성에다, 전혀 곱상하지 않은 얼굴, 어디 한 곳 잘생긴 구석이 없는 이목구비, 민둥산 머리까지, 난 그의 겉모습에 대단히 실망하고 말았다. 게다가 입만 열면 어수선한 수사로 머릿속을 혼란에 빠뜨렸다. 만약 그림에도 논리가 필요하다면 우 화가는 재수강을 해야 할 판이었다.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입을 열지 않아도 뭔가 예술가다운 풍모가 풍겨야하지 않겠는가. ● 그건 내가 이제껏 그려왔던 화가의 모습이 아니라, 눈만 뜨면 우리 동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만고강산 노는 형님들의 전형이었다. 우 화가는 이제껏 내가 관념적으로 생각해오던 그런 화가의 말끔한 이미지에 금을 가게 했다. 솔솔 부는 이쁜 바람이 아니라 벌판을 달려온 거친 광풍이었다. 한동안 나는 우 화가에게 받은 그런 느낌을 앞세워 그를 그림꾼들 속에서 제외시켰다. ● 그리고는 가끔 우 화가 화실에 들를 때면 작업장을 들여다보며, '뺑끼 지랄하고 있다'고 악담을 해댔다. 그래도 그는 그저 빙긋이 웃기만 할뿐이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고사하고 볼 줄도 모르는 나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니 내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코끼리를 본 적도 없는 어떤 사람들이 제각각 코끼리 이야기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다만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 화가들이 쓰는 물감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내가 '뺑끼 지랄'이라고 한 것은 작품성이 아니라 넓은 화판을 채워야하는 물감 값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더구나 우 화가 그림은 커도 너∼무나 컸다. 뜨고 있어도 감은 것이나 다름없는 내 눈에는 수작의 대작이 아니라 크기의 대작이었다. ● 화가의 작품을 물감 값부터 걱정할 정도로 문외한이었던 내가 우 화가의 작업실을 드나들며 점차 그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모에서 풍겼던 첫인상 광풍과는 달리 우 화가의 내면은 따뜻하고 잔잔한 솔바람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말당이지만 우레를 뚫고 지나와 '이제는 돌아와 국화 옆에 선' 그런 사람이 우은정 화가였다. 그러자 그의 그림이 조금씩 보였다. 지독한 소외, 지독한 외로움, 밤길을 걸으며 지독한 두려움을 느껴본 자가 아니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가벼움과 유연함이 우 화가의 그림에는 녹아있었다. 지극한 고통을 겪고 난 다음에야 맛볼 수 있는 절대 고독이 그의 그림 속에는 있다. 이제는 우 화가의 색채 속에서 물감 값이 아니라 묘한 아우라를 느낄 정도로 빠져들었다. 그는 항상 바람을 타고 다닌다. 아니 어느 날은 광풍을, 또 다른 날은 솔바람을 타기도 하며 바람과 더불어 살고 있다. 나는 그것을 안다. 그의 정신이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 정신이 혼탁해질 쯤이면 그의 작가 정신을 차용하기 위해 화실을 찾아간다. 그리고 나의 약한 구석을 보이기 싫어 방어기제를 편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오늘도 또 뺑끼 지랄만 하고 있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악담이 아니라 찬사의 뜻이 담긴 말이다. 우은정 화가가 전시회를 한단다. 연녹색이 좋은 오월에 대청댐 바람을 끌어들여 절대 고독을 보여주려나 보다. 가난한 화가가 그 비싼 물감으로 또 얼마나 지랄을 했는지 대청호미술관에 가봐야겠다. ■ 정연승

우은정展_응시(鷹時)_울림을 사유하다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5

떠도는 자가 그린 어느 '율도국'의 풍경 1 ● 금천동 단골 순대집에 돼지 머리고기 한 접시 턱 올려 놓고 마주 앉으면, 형은 필시 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겠지요. 추정리에서 산정말로 오르는 고갯길 이야기, 회남에서 문의로 넘어가는 염티 이야기, 은운리에서 분저실로 이어지는 산길 이야기, 쌍곡에서 대야산 바라보며 걷는 달밤 제수리재 이야기, 봄 하늘재며, 여름 새재, 가을 피발령, 겨울 질마재 이야기, 먼 바다로부터 깊은 내륙에 이르기까지 산과 물줄기를 따라 실핏줄처럼 얽힌 산길, 물길, 들길 이야기, 열흘을 꼬박 걸어 땅끝에 당도한 해남길 이야기, 백제와 신라가 오가던 나제통문 이야기, 가도가도 끝없던 새벽 죽령 이야기…. 듣노라면 애먼 발목이 시큰거리고 삭신이 쑤셔오겠지요. 아, 목도 마르겠지요. 막걸리가 한 병, 두 병, 세 병, 네 병, 버쩍버쩍 비워집니다. 술기운에 눈이 간잔지런해집니다. 허나, 얼추 됐지? 서로 주량을 묻는 법도 없이, 자고로 술은 홀수로 마시는 거라며, 어느새 막걸리는 다섯 병, 일곱 병, 아홉 병, 열한 병을 훌쩍 넘깁니다. 그래도 형의 길 이야기는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길에 취했나, 이야기에 취했나 헛다리를 짚다가 진짜 술에 취해서야 비틀비틀 밖으로 나옵니다. 술 취한 사람들은 위험합니다. 차가 와도 피하지 않고, 아무 데서나 오줌을 내갈깁니다. 더구나 이 모든 게 다음날이면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니요! 그런데 더 위험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떠도는 자들입니다.

우은정展_멍미의 時間_근원을 알 수 없는 그리움을 사유로 보다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5

2 ● 한잔 더 걸치겠다고 술집을 찾아 가는 길에, 허깨비처럼 어른거리는 저들, 얼핏 봐도, 떠도는 자들입니다. 마(麻)로 짠 거친 옷을 걸치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저 사람은, 신라가 망할 무렵, 망국의 한을 품고 떠난 마의태자가 아닌가요? 바랑 하나 메고 승려인 듯, 유생인 듯, 광인 같은 행색으로 금천광장을 떠도는 저이는 매월당 김시습이구요.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공부하던 책을 불태우고 세상을 등졌다더니…. 아, 그리고 저분은, 삿갓 쓴 방랑 시인, 김병연이군요. 신동 소리를 듣던 글재주로 향시에서 급제하였으나, 치욕스러운 가문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집도 처자도 버리고 해학과 풍자의 시나 읊으며 방방곡곡 떠돈다지요. 외국 분도 계시네요. 오이디푸스라고요? 신탁을 피해 이웃 나라에 맡겨졌지만 결국 운명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야 했던, 그래서 스스로 두 눈을 찌르고 유랑의 길을 떠나야 했던…. 한결같이 무엇인가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나라를 잃거나, 명분을 잃거나, 운명에 버림받았거나. 상실은 그리움의 원천이 되고, 그리움은 다시 떠돌기의 동력이 되니, 이것이 떠도는 자의 숙명인가요. 정착하여 땅을 일구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신석기 이래로, 떠도는 자들은 환대받지 못했습니다. 돌림병을 옮기거나 식량을 축내거나 물건을 훔칠 뿐이었지요. 씨족 사회에서 가장 가혹한 형벌은 마을에서 내쫓는 것이었습니다. 죄인들은 차라리 때리거나 가두거나 종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지요. 떠돌이는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에 추방은 곧 죽음을 뜻했습니다. 오늘날이라고 다를까요. 자본의 지붕 아래 세계는 한 가족이라니, '갑'이 정한 '정글의 법칙'은 더욱 엄중합니다. 그러니 생애의 전부를 떠돌며 살아온 형은 대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 걸까요? 그걸 알긴 아는 걸까요?

우은정展_월류(月留)_환한 울음을 깊이 사유하다_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_2015

3 ● '떠돈다'고 할 때, 그것이 곧 물리적인 공간을 걸어다닌다는 뜻만은 아니겠지요. '취한다'고 할 때, 꼭 술에 취하는 것만이 아니듯이요. '술에 취한 채 떠도는 자'란 달리 말해 '무엇엔가 미쳐 기존의 틀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일 것입니다. 정착한 자들은 뿌리 뽑히지 않기 위해,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어 땅을 움켜쥡니다. 정해진 공전 주기를 가진 행성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궤도를 수정합니다. 떠도는 자들은 세계의 중력에 필사적으로 저항합니다. 기존의 어떠한 틀에도, 개념에도, 상식에도 자신을 맞추지 않습니다. 가장 자명한 것들부터 의심합니다. 자유인이지요. 그러니 가장 위험한 자입니다. 형이 들려준 이야기가 하나 더 떠오르네요. 새벽 2시, 화북에서 속리산을 넘어 내속리로 갈 요량으로 문장대에 오른 길이었습니다. 오르는 내내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쳤다고요. 문장대에 오르니, 산 아래로는 여전히 시커먼 비구름 가득한 아수라인데, 하늘 위로는 둥그런 달이 휘영청 밝더라고요. 그 기묘한 아름다움에 한동안 넋을 놓고 서 있었다고요. 오래도록 길을 걸으며 형이 꿈꾸었던 어떤 정점이 그 풍경 속에 덩그러니 현현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세속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오직 그림 하나 바라보고 걸어온 고독한 정신이 문장대에 서 있던 것이지요. 떠도는 자들이 위험한 이유는, 어느 유혹으로도 사로잡을 수 없는, 그 구제불능의 고독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충주호에 잠긴 청풍 강나루의 기억을 거슬러 오르거나 아버지와 함께한 유년의 뜨락으로 달려갈 때, 형은 이 세상의 중력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웠습니다. 그 원초적 상실이 어떠한 유혹보다 강렬했기에 형은 몸을 일으켜 그리움을 찾아, 문득 길을 떠나곤 했습니다. 회화에서 출발해 철학과 문학의 준령을 넘나든 것도 그 궤적의 하나겠지요. 그림에 갇히지 않으려는, 한 자유인의 몸부림 말입니다. 매월당이 죽기 얼마 전에 지은 시라고 합니다. ● 백년 후 내 무덤에 표할 적에 /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써준다면 / 내 마음 몇 가닥은 얻은 것이니 / 품은 뜻 천년 뒤에 알아주리라 ● '꿈꾸다 죽은 늙은이'가 평생을 떠돌며 꾼 꿈은 자유였습니다. 형이 걸어온 길이 저들, 떠도는 자들의 길 속에 어렴풋합니다. 이제 형의 그림을 보러 갑니다. 형이 떠돌며 찾은 그 '마음의 율도국'에서, 넋놓고 형의 그림을 보겠습니다. 그 자유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시나마, 가만히 서 있겠습니다. ■ 연규상

Vol.20150507i | 우은정展 / WOOEUNJEUNG / 禹殷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