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5 갤러리푸에스토 영아티스트展
관람시간 / 11:00am~10:00pm
갤러리 푸에스토 GALLERY PUESTO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92 Tel. +82.2.765.4331 puestogallery.co.kr
희비극적인 삶의 무대 ● 이명훈의 『OPTIMIST × 1440rpm』 전은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통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대변하며, 이를 통해 공감의 수사학을 시도한다. 전시부제에 나타나있듯이 그는 스스로를 낙관주의자라고 생각하며, 그 뒤에 붙은 '1440rpm'은 24시간의 분당 회전수이다. 이 전시는 '낙관주의자(행동하는 긍정주의자)'인 자신의 일기와 같은 위상을 가진다. 돌이나 금속 같은 육중한 재료를 다루지만, 표현방식은 기호적이다. 이모티콘처럼 몇 가지 정해진 표정이 있고 연극적 상황 설정과 부속물을 통해 이야기한다. 인물의 상황을 나타내는 부속물 역시 오브제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다. 오브제가 현실의 연장임을 강조한다면 조각은 환영의 속성을 강조한다. 조각은 현실과 구분되는 어떤 영역에 서있다. 그러나 환영 또한 현실이 될 수 있다. 환영이라는 매개를 거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현대로 올수록 더욱 모호해져간다. 이런 저런 캐릭터들과 성장했을 그 세대에겐 기호들 역시 생명력은 물론이거니와 구체적인 물성을 가진다.
인간은 기호화되고, 기호는 다시 물질화 된다. 그 물질이 다시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일상문화에서도 캐릭터는 차원 수를 달리하면서 편재한다. 편재하는 기호들은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간편하면서도 보편적인 소통력을 확보하며, 몸이라는 버거운 물질을 과도하게 활성화된 인터페이스 저편에 남겨 놓는다. 이명훈이 창안한 공개 일기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2등신이다. 동그란 얼굴을 감싸는 후드티를 입은 듯한 인물의 얼굴은 검은색 돌(오석)로 만들어져 그 위의 선적인 표현이 어떤 압축된 표정도 쉽게 읽도록 한다. 때로 얼굴은 분홍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피가 도는 따스한 느낌을 살린다. 웃고 있기는 하지만 밝게 보이지 않는 모호한 웃음과 깨진 이빨을 가진 악동은 개인사로부터 추출된 부분이다. 작가의 분신과 다름없기에, 특정한 이름이 없는 그 캐릭터는 귀엽지만 의지가 강고한, 어리숙해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여리지만 독립적인, 순진하면서도 고집스런, 우호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면모가 있다. 이러한 양가적 캐릭터는 현실을 블랙 코메디로 간주하는 작가의 생각과 조응한다.
그의 캐릭터에는 비극적 상황도 희극적으로 대처하는 찰리 채플린이나 동키호테 같은 모습이 발견된다. 아이 같은 모습의 주인공은 성장을 거부하고 성인 사회의 게임원칙에 대항한 자기만의 게임원칙을 관철시키려 한다. 둥근 얼굴을 한 겹 더 감싸는 의상은 보호막 같은 느낌을 준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막, 즉 주체와 객체 사이의 중간 지대이다. 예술의 기능과도 유사한 이 보호막 안에서 쓰라린 현실원칙은 차단되고 쾌락원칙, 즉 환상과 망상, 희망과 욕망이 그 한계를 모른 채 활성화 된다. 비현실성은 단지 비현실에 탐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변형시키기 위한 거리두기의 결과이다. 현실을 지배하는 원칙은 온갖 의무사항과 금기들로 가득하다. 작가는 스스로를 낙관주의자로 간주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것은 세상은 낙관적일 수 없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명훈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라는 말을 인용한다.
캐릭터라는 대역을 설정한다는 것은 작가가 삶을 연극무대와 같은 거리감을 두고 관찰함을 뜻한다. 삶을 흉내 내는 놀이 속에서 작가는 상황의 반복을 통해 웃음을 끌어낸다. 베르그송은 [웃음]에서 사건들 속에 기계적인 어떤 질서를 부여하면서도 그것들에 그럴듯한 삶의 모습을 지니게 하는 것, 즉 반복은 고전주의 코메디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이라고 말한다. 베르그송은 희극적 유형에서 '생명적인 것에 심어진 기계적인 것'을 찾아낸다. 전시부제는 물론 모든 작품 제목에 포함된, 하루를 나타내는 코드인 '1440rpm'은 생명을 억압하는 사회의 자동적 규칙을 강조한다. 이항대립 속의 역설은 이명훈의 작품의 재미적 요소를 주는 효과이다. 그의 작품은 생명/기계의 어떤 중간지대에서 활동하는 캐릭터들은 사회의 자동화된 규칙 속에서 허둥대는 희비극적인 인물들이다. 거기에는 희극이라기도 비극이라기도 할 수 없는 역설적 세계에 대처하는 작가의 자세가 표현되어 있다. ■ 이선영
Vol.20150503b | 이명훈展 / LEEMYEONGHOON / 李明勳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