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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501_금요일_03:00pm
보성군립 백민미술관 기획초대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보성군립 백민미술관 BOSEONG-GUN BAEKMIN MUSEUM OF ART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길 168-14 Tel. +82.61.853.0003
박수만은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중견작가로 개성이 뚜렷한 작업을 하고 있다. 세상에는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유행을 리드하는 사람이 있다. 진정한 리더는 유행을 좇아가지 않고 이끌어간다고 한다. 예술가로서 박수만은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유행을 만드는 사람이다. ● 흔히 미술을 조형예술(造形藝術)이라고 한다. 박수만은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자유로이 형상을 만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전혀 이상화되어 있지 않다. 인물은 모두 비정상적으로 큰 머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몸과 사지, 돌출한 눈, 삐죽거리는 입 등을 가졌다. 벌거벗은 사람들(이상적인 의미의 누드가 아닌)은 헤어스타일과 가슴으로 남녀를 구분했으며 평면적으로 표현했다. 왜곡된 형상은 해학적이라고 하기엔 무척 현실적이다.
작가에게 작품은 현실을 떠난 몽환적인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인간의 형태가 항상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은 마치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꿈과 욕망, 이중성, 도덕성의 결함, 결핍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 내용뿐 아니라 서명에 등장하는 집, 술병, 밥그릇 등에도 욕망이 읽힌다. 결국 변하는 것은 나약한 인간의 마음, 생각이다. ●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고 이어져 온 미술의 목적은 의식의 전달이었다. 동양에서 미술이론의 시초라고 할 만한 고개지(顧愷之)의 전신론(傳神論)에서 문인화의 사의론(寫意論)까지, 서양에서는 동굴벽화의 주술적인 면에서 정신적인 면(무의식적인 면까지 포함하여)으로 확장하기까지 미술은 항상 의식의 전달 역을 담당했다. 중세시대 미술작품은 성경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으며, 조선시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의 삽화에는 대중을 교화(敎化)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박수만의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감상용 그림이 아닌 것이다.
"순수의 본형으로써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돌아보면 원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또 다른 세상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하며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되지만 현실의 벽은 다르게 변형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타협된 사회 속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우리모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며 찾아나서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 본다." ● "나의 작업의 큰 테마는 잃어버린 순수성이다. 아마 그 속에는 참 인간세상, 즉 좋은 세상이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삶의 진실이나 진리가 대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박수만)
작가가 작업에서 말하고자 한다는 것은 전달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박수만에게 그림은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다. 작품에는 주변의 현실, 자신의 일상이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유미주의의 시각적, 감각적 쾌감을 의도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현실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이나 완벽함은 삶을 배반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연극적 요소가 다분히 드러나며 추상적 개념을 그림 속 사물에 이입시켜서 그림의 주제를 암시한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과일 또는 기물들은 인물 표현과는 다르게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왜곡된 인물과 사실적인 사물의 대비는 (다양한) 사물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매력이 있다. ● 세상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보고 판단할 수는 없다. 박수만의 작품은 화려한 겉모습 이면(裏面)의 상처와 진실을 증언함으로써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는 전위적인 매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담은 상상력은 매우 전위적이다. 개별성을 가진 인물이 아닌, 욕망 덩어리의 인간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 비인간화 되어가는 사회에 대한 풍자이자 비판이며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며 사회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속물화된 인간의 모습은 사회에 대한 탐구이자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 궁극적으로 도덕성과 양심, 이상적인 화합과 조화, 인간성의 회복을 말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실은 월산동 닭전머리(양동 닭전머리의 반대편)에 있다. 작가는 그곳을 '사회 또는 제도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모이는 기(氣)가 센 곳'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양동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속칭 방석집, 점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양동시장은 광주광역시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점집은 대개 일이 안 풀리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방석집은 옛적 작부가 있던 술집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 2차, 3차 가는 곳인데 옛날과 다른 점은 나이 든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 이번 전시 출품작인 마네의 '올랭피아',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패러디한 작품들(창녀를 그렸다고 비난받은 작품들이다)과 인간들이 모여 글자를 이루는 형태의 작품 '점', '술' 등 그리고 술병뚜껑과 바비인형, 악세사리를 이용한 설치작품은 모두 작가의 주변 환경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작가가 명명(命名)한 이번 전시 "월산동, 숨기고 드러내다"는 자신의 삶과 주변을 빌려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이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 조현
Vol.20150503a | 박수만展 / PARKSUMAN / 朴修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