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 7길 37(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욕망으로 지속되는 도시 ● 예로부터 민화는 순수한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작품이라기보다는 서민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벽사와 길상의 염원을 담기 위해 실용적인 목적으로 그려져 왔다. 다양한 사물에 사람들의 욕망을 담은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이미지를 조형화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하였기 때문에 민화의 상징세계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사적인 바람을 가장 쉽게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김정아는 이러한 민화의 형식과 도상을 차용함으로써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를 결합하고 현대인들의 삶과 욕망에 대한 표상으로 재구성한다. 작가에게 있어 화면은 현대의 유토피아를 유쾌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자유로운 매개체이기에 그 안에는 희망과 기쁨의 판타지가 가득하다. 전통적인 민화가 가지는 조형적인 특성을 살려 화려함과 장식성을 강조하면서도 여기에 현대문명의 상징인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결합하여 이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민화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감상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로 향유되는 예술 형식이었다. 특히 민화가 현대에 와서 오히려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민화에 나타난 서민 감정이 오늘날 현대인의 의식과 부합되기 때문일 것이다. 김정아는 민화가 그 시대 서민들의 염원을 전해주었듯이 현대의 물질문명에서 변화된 욕망을 상징화하여 지금 시대가 바라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제시하고자 한다. 작가는 현대의 대표적인 인공 환경인 도시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그 안에 동서양에서 길상으로 여겨지는 이미지들을 다양하게 차용한다. 도시의 고층 건물들은 인간의 창조적 결과물이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삶을 반영하는 욕망의 숲으로 대변된다. 인간의 소비욕구와 남보다 높아지려는 열망이 맞물려 지금 이 순간에도 높은 건물들은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도시의 화려한 변모는 어쩌면 현대의 삶을 가장 잘 반영하는 거울이며, 그 도시의 발전 척도를 의미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이제 빌딩, 아파트, 거대한 쇼핑몰 등과 같은 현대적인 건물들은 과거의 역사적 기념물과 선조들의 업적과 전통을 대신하여 그 도시의 정체성이 되어 버린 것이다. 작가는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를 상징화하기 위해 화면 안에 다양한 사물들을 나열된 구도로 빈틈없이 배치하여 밀도 있는 화면을 유도한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건물들은 회색계열로 단조롭고 차가운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다채로운 동식물이 건물 사이사이에 펼쳐지며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물질문명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함께 전통적인 도상의 의미와 작가의 주관적인 상상이 더해져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에 의해 현대적으로 변용된 다양한 사물들은 이제 감상자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기를 기다린다. ● 서구의 전통적인 원근법과 비교하자면 민화가 지니고 있는 입체감이나 공간감, 시점이 모두 무시된 평면성은 상대적으로 불합리해 보인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민화를 조형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보자면 시점의 자유로운 이동과 앞뒤 거리와 상관없는 형태의 크기, 나열형 구도 등의 오히려 상식을 넘는 독창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김정아의 작품에서 충분히 반영되어 있으며 작가는 현실의 재현을 위한 화법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이상적인 세계를 더욱 천연덕스럽게 표현한다. 민화는 기본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보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을 부각시키고 표현에 있어서도 사실적 묘사보다는 이미지가 가진 상징성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각 사물의 중요도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독립된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형태뿐만 아니라 색채에 있어서도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을 자유롭게 대치시켜 사용한다. 현대에 와서 민화의 색채가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그 빛깔이 우리민족 고유의 미감일 뿐만 아니라 원시적인 색채이기에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억눌렸던 마음의 충동과 욕구를 자극하고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장식적인 색은 주로 윤곽선과 함께 나타나는데 선은 단순히 대상의 외형적인 묘사뿐만 아니라 선 자체가 가진 자율적인 운동을 표현하여 화면 안에서 리듬감을 준다. 이처럼 작품에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대담한 색채표현과 약간은 과장되고 단순화시킨 형태표현에서 파생되는 강한 대비는 화면 안에서 인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조형세계가 작가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의 이미지 결합을 시도한 김정아의 작품은 현대의 물질문명과 소비사회를 살고 있는 대중들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강렬한 색채표현과 자유로운 사물의 배치는 화면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며 작가만의 유토피아를 환상적으로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민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물은 공동체 내부의 약속이며 그들의 의식 구조를 반영하기 때문에 그 당시의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이는 역으로 민화에서만 볼 수 있는 욕망을 염원하고자 하는 기발한 발상이 현대 예술에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대상의 재현이라는 표피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우리시대의 욕망과 결합시켜 상징화하는 창조적 변용과 함께 이를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민화에 내재된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김정아의 행보는 현대에 맞는 새로운 언어와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전통을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김미향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을 부릴수록 욕망은 커져만 간다.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욕망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은 삶의 대한 의욕과 희망을 잃어가고 웃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현실에서 인간의 욕망을 모두 채워 줄 수 있는 곳을 찾고, 이를 구현해 줄 수 있는 이상향의 공간을 꿈꿔왔다. ● 나의 작업 속 공간은 사람들의 소망들을 구현해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이상적인 공간으로 적막이 흐르는 고요한 곳이 아니라 생동감이 넘치는 활기찬 곳이다. 의인화된 동물과 식물이 공간을 넘나들며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이상적인 상황들을 연출한다. 형상들은 동양에서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민화의 요소들과 서양에서 좋은 의미로 여겨지는 동식물 등을 차용한 것으로, 공간 안에서 인간의 욕망을 빌어주고 채워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 또한, 이들은 사람이 사는 건물(집)이라는 공간 안에 배치된다. 이는 나의 건축물에 대한 생각에 기인한 것인데, 건물(집)은 본래 우리의 삶이 녹아들어 추억과 세월의 흔적을 담게 되는 따뜻한 공간이다. 나는 점점 차갑고 삭막한 곳으로 변해가는 건축물 안에 희망을 가져다주는 생명체를 그려 넣어 우리가 사는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공간 안에 좋은 기운을 주고자 하였다. ● 이렇게 구현된 나의 작업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 환타지를 운반하는 전달자이자, 유토피아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다. ■ 김정아
Vol.20150429e | 김정아展 / KIMJUNGAH / 金貞娥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