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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 전시중 휴무 없으며, 마지막 날은 1시까지 관람 가능합니다.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갤러리 담에서는 춘천에서 작업하고 있는 이광택 작가의 『강, 그리고 호수』전을 마련하였다. 소양강과 공지천을 둘러싸고 있는 춘천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안개도 자주 생겨나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강이 주는 유연함과 장구함을 배우고 살아가게 된다. 안개와 햇살로 아침을 맞이하면서 따스한 공기와 강바람과 함께 춘천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물을 둘러싸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가족의 모습을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내고 있다. 유년기에 과수원을 하던 부모님과의 삶들도 현재의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서, 과수원 안에 있는 작은 집에서 책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조선시대의 매화서옥도와도 같은 정취도 자아내고 있다. 때로는 공지천에 수호정령과 같은 물고기가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 「마을을 지켜주는 물고기 105×64cm 캔버스에 유채 2015」에서는 커다란 물고기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와 같이 이광택 작가는 설화나 유년기의 기억에 바탕을 둔 작업들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민화적인 요소도 많이 보이는데 예컨데 물고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약동」이라는 작품을 보면 마을에 있는 호수에서 물고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민화에서는 등용문이라는 주제로 시험에 합격한다는 의미로 그려지는 물고기를 작가는 우산을 들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15여 점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광택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중국사천미술학원에서 유학후 현재는 춘천에서 작업 활동 중이다. ■ 갤러리 담
강과 호수 ● 기다려야 한다는 것, 인내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강으로부터 배웠다. (헤르만 헤세) 오늘도 역시나 내 고향 춘천의 소양강은 그저 무심하게 흘러간다. ● 늦가을 노을이 봉의산 뒤편 하늘을 선지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아마 얼마 있지 않아 저 저녁놀이 스러지면, 바로 그 자리에 부려진 한 자루의 별자리가 치렁치렁 널리고 산의 이마 어름에 청청한 달빛이 윤기를 더하며 출렁거릴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저녁 이내가 자늑자늑한 부드러움으로 호수를 감싸고, 흐르는 밤안개가 아마포처럼 강물 위에 감기면 뻘흙처럼 질척거리던 우리들 일상의 삶도 어느 사이 시부저기 풀어져 고요해질 것이다. 오래된 공동묘지의 묘비같이 처연하던 늦가을의 스산함은 그땐 이미 문제도 안 된다. 풍성하고 찬연한 강변의 밤 풍경만이 아늑한 이불이 되어 우리 마음을 덮어 줄 것이다. 해질 무렵 강가에 나가 바람같이 잠드는 적막에 몸을 맡기시라.
강, 그리고 호수. ● 한 사내로 태어날 때도 마을 곁으로 강이 흘렀다. 그리고 화가가 된 지금도 마을 앞으로 강이 흐른다. 만약 강과 호수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화가가 되었을까? 바람, 산, 별, 달, 소, 개, 닭, 돼지, 비, 눈, 소나무, 오리나무, 배나무, 복숭아꽃, 자두꽃, 배꽃, 까치, 자전거, 교회 종소리... 얼른 머릿속을 지나가는 낱말들을 떠올려 본다. 모두 다 정겨운 이름들이다. 그러나 아, 강과 호수만 할까. 정말 강과 호수는 내 미술의 육친과 같다. 아니 육친이상 이래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난 뒤 오십 해 동안 살아오면서 이 두 낱말이 내 의식에서 떠나 있던 때가 과연 몇 날 며칠이나 될까. 그만큼 강과 호수는 언제나 나를 어루만져 주었고 보듬어 주었다. 기쁠 때나 즐거울 땐 구순한 웃음으로 반겨주었고 절망이 정육점의 붉은 등처럼 허무의 침윤으로 이어져 젊디젊은 가슴에 생채기를 낼 때도 나의 넋두리를, 나의 변명을, 자분자분 들으면서 따스하고 정갈한 보랏빛 꿈을 조용히 전해주곤 했다. 언제나 그랬다. 난장판 같은 세상의 헝클어진 집착을 싸 가지고 가서는 꽉 조이지 않는 느슨함의 미학을 배워 왔고, 가슴 한쪽에 가득 그늘을 담아가서는 반짝거리는 생기로 바꿔왔다. 강과 호수는 내게 주기만 했다. 나잇살을 먹어도 아직 나는 일의 옳고 그름이나 일에 대한 분간조차 하지 못하는 맹문이 화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맹문이: 일의 옳고 그름이나 경위도 모르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흔히들 성장기의 환경을 중요시 한다. ● 딱 맞는 말이다. 이렇게 나를 화가로 키운 건 진짜 8할이 강과 호수였다. 그러기에 아직도 나는 이 강과 호수를 멀리 벗어나지 못한 채 그림을 그리고, 살아가고 있나 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강과 호수를 지나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입가에 흠흠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얘기하곤 한다. 너희들이 곁에 있어 참 행복하다고. 그리고 언젠가는, 천천히 흐르되 깊고 그윽한 너희들의 본질을 그림에 담아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행복의 주파수를 꼭 맞추게 해주마고. 그래서 사람들이 너희에게로 와서 사람 사는 삶의 진정한 의미도 잔잔히 좀 느끼고 제각기 가슴속에 맑고 투명한 빛을 가득가득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늦가을 밤, 잔 바람이 이는 감청색의 강물 위로 달빛이 곱다. ■ 이광택
Vol.20150421b | 이광택展 / LEEKWANGTAEK / 李光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