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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홈페이지_http://www.kimjaeil.co.kr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료 / 2,000원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박영 GALLERY PAKYOUNG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7-9(문발리 526-6번지) Tel. +82.31.955.4071 www.gallerypakyoung.co.kr
흔적 : 풍경과 비-풍경 사이에서 ● 삶의 공간 속에서 수없이 지나쳐왔던, 그저 무의미한 것들이 어느 순간 거대한 감응을 불러 일으키며 자신을 장악해 버리는 사건들을 경험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후부터 그 대상-사물 혹은 풍경은 우리의 고정된 인식세계의 목록화된 대상-풍경이 아니라 탈 목록화된 풍경으로서 자리하며 기억의 흔적들을 따라 부유하는 텍스트화된 풍경이 된다.
작가 김재일은 우리가 쉽게 장악하고 있는 일상적인 풍경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분명 그는 나무나 해변이나 별들을 집적된 이미지 혹은 음각화된 이미지로 재현시키지 않는다. 풍경에 대한 표상적 재현이 아니란 말이다. 단지 그는 동그란 흙 덩어리들로 대상(풍경)의 가시적 이미지들을 형상화 시키는 3차원 입체 조형방식을 택하지만, 이를 캐스팅한 후에 2차원 평면에 음각되어진 영역만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중첩된 포지티브한 양의 공간을 배제시키고 네가티브한 음의 공간의 일렁임을 우리 앞에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의 중첩된 네가티브한 공간과 색점은 견고하게 구성된 우리의 대상에 대한 재현-이미지를 왜곡시키고 우리의 파편화된 풍경-이미지들을 재구성시키는 씨줄과 날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풍경의 불명확한 형태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 의식적 이미지화나 기하학적 구성방식의 인위적인 표현 체계와는 다른 세계, 지각 속에서 발생중인, 즉 진동하는 세계를 포착하게 한다. 아마도 쉽게 장악되지 않는 풍경에 내재된 흔적들에 대한 이미지화된 사유로, 가시적 공간과 비가시적인 공간의 기밀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그 "흔적들에 대한 무엇들"이 그 스스로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조형어법에서 주목할 점은 3차원적 조형방식에서 2차원적 조형방식으로의 전환이다. 회화의 영역에서 색 층의 대비를 통해 대상의 인상을 잡아내려 한 것처럼, 그는 집적된 평면 안으로 네가티브한 공간을 구성하여 양각과 음각이 서로 충돌하며 빚어내는 인상을 포착하려 한다. 또한 풍경-이미지를 기하학적 구조로 파악함으로써 그 실재와 우리의 인식의 일치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포착할 수 없는, 기하학적 구조로 환원될 수 없는 대상-세계의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표상된 세계의 재현이 아니라 대상과 조우하고 있는 그 순간에 발현되는 것들을 담으려하는 태도라 할 것이다. 이를 비표상적 태도라 할 수 있는데, 비표상(Non-representation)은 작가가 작가의 표상세계를 나타내기 위해서 현실 세계의 사물과 유사하도록 제작하는 방식과 다르다. 사물(풍경)에서 발생되는 현상을 자신의 눈을 통해서 촉발되는 타자로서의 사물(풍경)에 주목하는 태도, 즉 사물에서 발생되는 현상을 사물의 형상으로 되새겨주는 가변적인 행위를 비표상적 특성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김재일의 경우 대상과 조우하는 그 순간에 대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적인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태도라 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표현된 이미지는 신체와 세계의 만남, 즉 신체적 지각 '속에서'그 둘의 얽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심상-이미지는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서 그의 어머니 사진은 다른 이들에게는 하찮은 한 장의 사진이 되겠지만 그 자신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푼크툼이 발생하는 장소이며,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세계라는 언급을 떠오르게 한다. 바르트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작품은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기억들이 발생되는 장소이며, 지극히 개인적이며 공유 불가능한 개인적 정서의 표현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를 자신의 경험 세계로 이끌고 들어가려는 일차적 전략에 목적이 있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작가의 일차적 표현 의도를 따라 이행하는 과정에서 무의미한 흔적들이 유의미한 흔적들로 전환되는 그 정신적 이탈의 순간에 작가의 풍경이 탈-물질화, 탈-조각화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작가는 일상적 풍경에 은폐되어있는 개인적 '흔적' 또는 공통감으로서의 '흔적'을 드러내 보여주려 하고 있으며, 형태적으로는 일상적 풍경의 형상을 빌어 제작함으로써, 그곳에서 발생하는 의미를 새롭게 환기하게하고, 재인식하게하며, 재해석을 유도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작가의 중심은 형상의 재현 또는 복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재현에서 발생되는 "그 어떤 힘들"로, 모든 사물들의 현상 그 너머에 있으며, 그 세계의 특성들을 감지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방식이다. 일상적 풍경에서 탈 풍경으로의 전환을 통해서 작가는 우리의 삶과 더욱 밀접한 이야기를 하려하는 것이다. ■ 황찬연
나의 작업 표현 방식은 들어가게 파내고, 숨김으로서 형태와 이미지, 개념을 나타내고자 하는 역설적 작업방식을 취한다. 모든 회화나 입체작업이 원근감이나 환조적인 돌출되고 드러냄의 형식을 취하지만 나는 파냄과 가려짐의 형식으로 숨기려한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과 생각을 좀더 다이나믹하게 표현한다. 나의 작업은 분명 평면적 구조 -flat structure-를 가지고 입체와 평면의 그 어디쯤의 경계에 있다. 조각이 표현할 수 있는 3차원적 구조와 회화가 표현하는 2차원적 구조를 한 화면에 담아내고 싶다. 더불어 이러한 기법들을 통하여 우리 주변의 여러 흔적들을 음각화 하는 행위를 통해서 실제로 실현하려 한다. 이것은 놓치기 싫은 나의 흔적을 작품 속에 각인시키기 위한 나만의 언어이다. ■ 김재일
Vol.20150412c | 김재일展 / KIMJAEIL / 金在一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