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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대화 / 2015_0410_금요일_07: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수요일_02:00pm~07: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1라길 37-7 Tel. +82.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나비 - 우아함과 고통의 사이 ● 자수는 어릴 적 어머니의 기억과 같이 공존한다. 어머니의 방에 널려 있던 전통자수 문양에서 어쩌면 내 어릴 적 꿈의 이미지가 형성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어느 날 그 자수는 나에게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 전통자수의 문양은 인간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인 무병장수, 부귀영화, 부부금슬과 다손다남 등의 욕망의 도상이다. 특히 나비는 가정의 행복과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누에고치 안에서 살고 있는 번데기는 나비로 변태하여 밖으로 날아가지만, 삶아진 고치는 비단실이 된다. 고치에서 뽑아진 비단실을 바늘에 꿰어 나비문양을 수놓으면 나비는 이미지로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전통자수와 검프린트(gum print)는 많은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수작업이다. 회화에서 유화물감을 층이 지게 두껍게 발라 마티에르를 강조하는 것처럼, 검프린트는 종이 위에 검이 섞인 물감층을 한켜한켜 쌓아 올린다. 또한 자수는 천 위에 얹혀진 아주 낮은 부조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자수와 검프린트는 작업과정이 마치 지층이 쌓여가는 것처럼 '시간의 축적'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사진이 일상을 뒤덮고 있는 현실에서 19세기의 고전기법인 검프린트 작업은 시대를 거스르는 바보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프린트는 질감과 회화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적절하고, 보존성이 뛰어나며,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미 내 작업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비단천에 비단실로 수놓아진 나비도, 그 나비가 노니는 비단실로 설치된 공간도 모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이미지이다. 나의'허망한 몽상'은 검프린트 작업을 하는 긴 시간 동안 종이 위의 나비들과 이어진다. 그 사이에 나비가 다가와서 나에게 속내를 터놓았다. "겉으로 보기에 자유롭고 우아해 보이지만 날갯짓을 끊임없이 계속해야하는 저의 어깨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세요?" ■ 임명희
Vol.20150402d | 임명희展 / LIMMYOUNGHEE / 林明姬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