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327_금요일_06:00pm
런치토크 / 2015_0415_수요일_12:00pm
신한갤러리 역삼 공모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7678 www.shinhangallery.co.kr
지극히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오늘날의 풍경도 작가개인의 시각경험을 통해서는 하나의 인상 깊은 장면으로 포착되고, 이렇게 새겨진 인상은 화면과 관계하며 새로운 이미지로서 또 다른 인상으로 그려진다. 장고운은 바닥이나 벽, 창문 유리에 비친 빛과 그림자, 어두운 밤에 켜진 가로등 조명 등 우리가 늘 마주하고 있는 일상적인 장면을 포착해낸다. 그녀는 개인이 경험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특정장소에서 각인된 즉각적인 인상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다시 재현한다. 과감하게 잘려지고 확대된 구도에 구체적인 형상을 파악할 수 없는 모호한 이미지는 익숙했던 풍경을 더 이상 익숙하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게 하며, 현실 너머의 초현실적인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형의 빛이 현실공간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하늘거리고 아른대는 순간을 영원히 고정된 순간으로 새기는 작업은 특별하고도 감각적인 울림을 준다. 이러한 울림은 그녀가 사용하는 색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푸른 색감으로 인한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는 최근 작품에서 시도한 캔버스의 빨간 바탕이 주는 연색성으로 더욱 배가된다. 이렇게 장고운만의 감성으로 다시 재현된 일상의 장면은 결국 그녀가 그 순간 느꼈던 찰나의 감정과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새로운 감성이 중첩되어 나타난 이미지인 것이다. 즉, 그녀의 작품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충실하며 그 행위 자체를 유희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반면 조은주는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고 관조하는 태도로 바라본 도시풍경에서 현세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예민하게 포착해낸다. 그녀는 현대도시의 대표적 소비공간인 카페나 호텔에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소외되고 고독한 심리를 그린다. 화면은 분할처리로 평면적이고 단순화되는 작업을 거친다. 장식적이고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제거한 텅 빈 공간에 자리한 인물들은 표정이 지워진 채 부동의 자세로 멈춰있다. 근래에는 이마저도 거의 사라지고 궁극적으로 공허한 장소만 남게 된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거리를 두고 바라본 구도는 화면 밖으로까지 공간을 확장하고 관람자를 화면 안으로 개입시킨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외면했던 현실에 내재한 본질적인 문제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조은주가 최근 새로운 장소로 선택한 호텔은 이러한 이유에서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녀가 호텔에서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낯설고 어색한 감정과 그 장소가 주는 차갑고 무거운 이미지는 고유한 색의 처리방식으로 완성된다. 마치 색면화와 같은 그녀의 작업은 여러 색을 중첩시키는 방식을 통해 깊이와 무게감이 있는 하나의 새로운 색으로 재형성된다. 조은주 특유의 철저히 계산된 인공적이고 강렬한 색의 사용은 이렇게 텅 빈 공간 안에 묘한 긴장감을 야기 시키며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공간으로 재창조된다.
얼핏 보기에도 너무나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이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회화작가로서 '그림을 그리다'라는 공통된 개념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매체에 각자의 방식으로 드러난 상호간의 차이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새기다1」, 「새기다2」는 이러한 시도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연작들은 장고운과 조은주의 개인적 경험에 의해 각인된 특별한 장면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표현해내고자 한 합작이다. 조은주가 포착해낸 호텔 로비의 내부 공간, 장고운이 발견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은 다시 각자의 시선으로 체화되어 서로 다른 형식으로 화면에 배합된다. ● 상호간 작업방식의 다름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 이 합작들은 사실 조화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상이한 매체와 서로 다른 표현법으로 인한 이질감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의 과정을 주목하고자 한다. 장고운과 조은주는 우리가 당연시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순간을 고착화해 또 다른 사유의 체계로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평면으로서 존재하는 화면에 화가의 독자적인 이야기를 풀어낼 때 우리는 '그림을 그리다'라고 표현한다. 장고운과 조은주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각각의 매체에 담아내고 있지만 이렇게 자신들이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그리다'라는 개념은 곧 '새기다'라는 행위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정성어리고 반복적인 행위를 거쳐야만 하나의 표면에 무언가가 새겨지듯, '그리다'라는 근원적인 행위 역시 이러한 과정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반복되는 새김의 과정에서 새롭게 각인될 우리의 일상을 다시 마음속으로 그려내 보았으면 한다. ■ 윤여진
Vol.20150327g | 새기다-장고운_조은주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