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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_성북예술창작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맺음 Gallery_Ties 서울 성북구 회기로 3길 17(종암동 28-358번지) 성북예술창작센터 2층 Tel. +82.2.943.9300 cafe.naver.com/sbartspace
나는 이명ㆍ난청을 앓고 있다. 귀가 울리며 잘 들리지 않는 병이다. 군 입대 후 잦은 사격훈련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전화 받기가 두려웠고 내가 못 듣는 곳에서의 쑥덕거림이 무서워졌다.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 나는 고립을 자초해 버렸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 했던 건지 아니면 살기 위해 몸이 먼저 반응을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을 야기한 책임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다른 어떤 것에 전가하기 시작했다. ● 바로 파티나몰의 존재이다.
파티나몰은 동 부식(銅 腐蝕) 현상의 결과물이면서 이명을 상징하는 파티나(patina, 綠 靑)와, 두더지 또는 이중간첩의 뜻인 몰(mole)의 합성어로서 내 귀에 살고 있는 가공의 존재이다. 이들이 귀에 들어온 소리들을 무작위로 먹어 치우고 놀이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뇌까지 도달하는 소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몇 안 되는 소리들을 조합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오해를 하게 되는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나의 청각구조와 소리를 시각화 하였고 파티나몰을 등장시켰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해 버리면 조금은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파티나몰의 등장 후 나는 심리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파티나몰을 시각화할수록 이명·난청에서 해방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림으로 나타난 파티나몰은 이명·난청을 가진 나의 모습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줘서 사회적인 문제에도 눈을 돌리게 해준다. 하지만 물속을 헤엄칠 때의 귓속의 느낌처럼 사회문제를 접할 때 마다 먹먹해지는 것은 이명과 난청이 야기하는 상태와 별반 다르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절과 은폐, 과장과 무작위적 조합, 소음 등은 내가 시각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하는 이명·난청과 사회적 문제의 교집합들이다. ● 이명·난청을 가진 내가 말을 잘못 들어 결과가 달라지더라도 최소한 유추하여 의사소통을 진행시키는 노력을 하듯 나는 세상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감상자들에게 내가 온전히 이해했는지를 그림으로 물어보는 등의 전달행위에 집중한다. 전시를 통한 의사소통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사회의 구성원이 되가는 느낌을 받는다. ■ 최상진
Vol.20150323b | 최상진展 / CHOISANGJIN / 崔相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