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321_토요일_03:00pm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아트팩토리 헤이리 ART FACTORY Heyri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63-15(법흥리 1652-134번지) Tel. +82.31.957.1054 www.artfactory4u.com www.heyri.net
"상처가 클수록 더 넓고 깊은 세상과 만난다. / 그 관계에서 새로운 생명, 새로운 언어가 자란다. / 상처받은 자체가 사유의 기본 조건이 되며 / 내 자신의 내면과 나의 참된 자아을 발견하고자 한다. / 상처를 사랑하자. 상처를 끌어안자. / 기억하며..." ● 지나쳤을 과거를 상상하며 그 상처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억이 파생되는 근원적 뿌리와 만나게 된다. 나의 '사과는' 그 뿌리가 '빼앗긴 삶'에 가 닿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상처받은 표면에는 '소외된 사람들'과 '벌거벗은 일상'이 숨 쉬고 있으며, 외로움이 뒤척이는 대자연의 소용돌이 같은 날들을 떠나보낸 '사과'의 빼았긴 삶이 있다. 나는 부재하는 것들을 향한 그리움을 상처의 붉기와 시간의 깊이로 보여주면서, 상처가 덧난 자연의 단상 위에 서서 조용히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
저마다의 향기와 빛깔로 번져나는 기억의 밑바닥을 보며 나는 성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속도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픈 기호들을 드로잉한다. 구체적인 형상으로 풀어내면서도 그 형태가 슬픔과 아픔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느린 호흡과 생명력으로 다독일 줄 아는 힘을 상처 속에서 삶의 향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기억'의 줄기는 제각각의 상처뿐인 형태와 빛깔로 뻗어간다. 그 상처의 흔적는 이미 지나가 버린 삶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추억의 힘이면서 또 다른 생의 형식 위에 뿌려진 햇살이며 물기이다. 그 오래된 상처조차도 오늘의 삶을 키워 주고 지탱해 주리라 본다. 상처의 기억을 되새기며 과거의 기억을 그리고 있다.. 상처가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역설적 조형의 힘은 자학하듯 상처를 내는 행위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화된다. '허무하게 마구 베어진 상처', 그것은 욕망과 함께 베어진, 잃어버린 살점이며, 시간의 이빨이 낸 흔적이다. ● 내 작업들은 상처와 상처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서로의 상처를 통해 인간의 역사와의 몸통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상처를 두르고도 살아야만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것이 우리의 기억에 살아 숨쉬게 하라는 것이다. 상처로 벌겋게 드러낸 채로 땅바닥을 뒹굴다가 흙더미에 버려진...그 땅에게도 상처가 생긴다. 나는 스스로 견뎌야 할 상처의 무게와 깊이를 확인한다. 견뎌야 하는 삶이 깊을수록 생명력은 만개한다. 상처가 깊다는 것은 그만큼 견디며 살아가야 할 열망의 시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픔도 슬픔도 웃음으로 넘겨야 할 삶의 위안이며 힘인 것이다.
오거스틴(S. Augustin)의 말처럼 기억은 경험의 이미지와 관념, 감정 등을 보존하며 인간의 모든 정신 활동뿐만 아니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나에게 '기억'은 단순한 습관의 반복이나 특수한 사건의 자발적 회상의 보고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 전부터 보고, 듣고 만지고, 지각했던 경험의 양상들이 쌓여 현재의 의식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을 취한다. 몸에 베인 경험적 기억들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거나 그리움을 곱씹으며, 현재에 지속적으로 길을 내는 것이다. 기억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연속성을 가지며 지속적으로 의식의 깊은 곳을 자극하고, 부재하는 것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 그 상처받은 형상의 근원에는 가진 자의 욕망, 탐욕, 파괴가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말 한 마디도 없는'사과' '기둥'이 있다. 한때 상처와 추억으로 자리했을 그리움의 질량은 시간이 흐를수록 끊임없이 변한다. 그 질량의 변화를 예감하며 작품재료의 속살을 풍광에 드러냄으로 감정시간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그렇게 기억을 통하여 내면에 단단한 뼈대를 세우고 존재의 원형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조형화시키고자 한다. ■ 김진수
Vol.20150321b | 김진수展 / KIMJINSOO / 金震洙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