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Company

Paul Brown Company ● 손안의 핸드폰이 사라진 순간 혼비백산(魂飛魄散)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내일 무슨 주제의 회의가 몇 시에 있는지, 홈쇼핑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은행거래 인증서까지. 게다가 가끔씩 꺼내보며 미소짓는 행복하지만 내밀한 가족의 모습들도 그곳에는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의 일상적 용도를 넘어선 위치에 있는 것 같다. ● 폴리는 스마트폰을 위한 스피커를 제작하였다. 이미 용도를 다한 허접한 박스로 만든 스마트폰용 스피커는 에디슨이 발명하였다는 축음기 모습을 띠고 있기도 하고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 모습일 때도 있고 심지어 백팩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한다. 첨단의 소재와 기술로 만든 스마트폰이 인류 역사와 함께 한_종이_그것도 값싸고 다른 물건을 위한 포장용도였던 골판지박스를 이용한 단순해 보이는 기구 안에서 소리를 낸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지닌 디지털의 음색이 종이박스의 스피커를 통하여는 지직거리지만 부드럽게 울려퍼지던 아날로그의 소리를 내는 현상을 만난다. 이 오묘한 융합의 지점에서 과학을 넘는 단순 기술의 즐거움, 유희로서의 예술과 테크네가 만나는 아주 오래된 미술의 개념을 확인하게 된다.

폴 리_Horn-2_종이_23×29×11.5cm_2014

폴 리_Horn-3_종이_17.5×13.5×14cm_2014

폴 리_Horn-4_종이_72×35×26cm_2014

폴 리_Horn-5_종이_17×17×9cm_2014

폴 리_Horn-6_종이, 플라스틱 파이프_40×38×21cm_2015

폴 리_Horn-7_종이_50×80×32cm_2014

같은 형태가 나타날 수 없는 수공의 과정을 지나 제작된 개개의 스피커는 현대 사회 인간의 존재성을 되새기게 하는 장치가 된다. 튜브를 통하여 확성기와 연결된 스마트폰은 인체를 연상케 하고, 태국의 레지던시 공간에서 현지에서 구한 종이박스로 만든 가방은 외부의 포켓에 넣으면 소리가 울려퍼지는 백팩이어서 노마드적 삶을 은유하는 것 같다. ● 기계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며 스마트폰도 결코 더 이상 같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똑같은 외형의 기기여도 사용하는 앱과 저장된 데이터의 다름으로 인해 결코 같지 않은 스마트폰은 그것의 소유자 개인의 삶을 반영한다. 다른 스마트폰과 함께 비교할 때 더욱 그러한 인격성은 두드러진다. 스마트폰이 허접한 박스 스피커 안에서 진동할 때, 우리는 개개인의 목소리와 발언을 상기하게 된다. ■ 조은정

Vol.20150319b | 폴 리展 / Paul Lee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