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Breathing

우국원展 / WOOKUKWON / 禹國元 / painting   2015_0312 ▶ 2015_0410 / 일,공휴일 휴관

우국원_Octopus Magic_캔버스에 유채_181.8×227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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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국원 인스타그램_@kukwonwoo

초대일시 / 2015_031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토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살롱드에이치 Salon de H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번지 신관 1,2층 Tel. +82.(0)2.546.0853 www.salondeh.com

우국원은 감각적인 경험들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려내는 작가이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표현과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텍스트, 낙서와 같은 이미지들이 매체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무의식적인 취급이 소위 말하는 '자동기술법'으로 설명된다. 우국원의 다섯 번째 개인전, 『Keep Breathing』에서도 같은 맥락의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들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표현 기법을 넘어서 주관적인 사유의 반영과 성숙해지기 위한 성찰, 내재된 의식이 작품을 통해 발현되는 과정에 주목해 보기로 한다. ● 성격의 형성을 이끄는 정신 기능의 네 가지가 있다. 칼 융(Carl Gustav Jung)은 심리학 유형 개념에 근거하여 정신 기능을 '사고(Thinking)와 감정(Feeling), 감각(sensation)과 직관(Intuition)'으로 나누었다. 주로 어떤 영역에 기인하여 의식이 성숙해지는가에 따라 '주기능'부터 '열등기능'까지 구분되어 의식 경험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들 기능은 저마다 다른 유형으로 발달되는데, 심리적인 균형을 잃게 되면 여러 측면의 불안한 요소가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억눌려있던 열등 기능이 표출하며 정신적 혼란을 야기하게 되면, '모든 측면'-콤플렉스나 페르소나 마저도-을 드러내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고 주기능과 조화롭게 발달시켜야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국원_Dear Bear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5
우국원_Dear Pig_캔버스에 유채_100×100cm_2015

이런 점에서 우국원의 작품에 스며들어있는 '순수성'은 보다 나아지기 위한 의식적인 저항에서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순수함과 원초적인 것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자유로운 표현들. 그렇기에 작위적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해지거나 부족함이 없이 끝을 맺는 것은 절실했던 성장의 실마리를 위하여 자신을 직면한 결과이다. 여기서의 '순수'는 어린 시절과 같은 것이 아니라 논리가 배제되어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의미한다. ● 사회화 과정에서 형성된 삶의 목적은, 이미 의미가 상실된 채 허상이 되어버렸다.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하여 힘들게 버텨보지만, 결국 의미와 가치는 점점 바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부여된 의무와 책임, 여러 관계에서 파생된 입장과 강요되는 태도, 타자와의 관계가 우선시되어 정작 '나'는 소외되는 고달픈 인생이다. 정체성을 잃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존재 자체에 불안함을 야기하며 더 이상 '나'는 주체가 아니게 되어버린 현실 세계에서, 작가는 담담히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자기를 이해하고, 주체 의식을 획득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 이것이 곧 본질로의 회귀, 곧 무의식의 욕구에서 순수성으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된다.

우국원_Ignorance Is Bliss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5
우국원_I Was Born To Love You_캔버스에 유채_162×260.6cm_2015
우국원_Sign of The Time_캔버스에 유채_130.3×162.2cm_2015

우국원은 종교학, 철학, 심리학,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아마도 노마드적 사유를 지닌 작가에게는 물리적인 현실 세계를 벗어나 어쩌면 정신 세계까지도 불가항력의 지점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기독교적인 세계관이나 경건한 신앙심이 근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각과 수용을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써 작품 활동의 핵심적인 기제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흥미롭지만 쉽게 결론을 낼 수 없는 주제들을 가지고 고민하는 것, 이 또한 성숙해지기 위한 의식의 저항이다. ● 짐작건대, 이것이 나아가기 위한 호흡이며, 나아지기 위한 숨이다. 작품에 투영된 원초적이고도 철학적인 사유는 저마다 다른 심리의 유형을 가진 이들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단순한 관찰자적시점을 벗어나 자신을 대입한 주관적인 개입으로 이끈다. 이미 관객들은 숨겨지거나 거짓으로 점철된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일상의 통찰, 그 솔직함에 매료되어 버렸다. 어떤 다른 것도 중요한 주체가 되지 않는다. 그저 사유의 세계를 유영하게 할 뿐. '나아지기' 혹은, '나아가기' 위하여 굳은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작품이 인도하는 순수성으로의 회귀에 동참하여 새로운 원동력을 갖게 되길 기대해본다. ■ 손하영

Vol.20150312h | 우국원展 / WOOKUKWON / 禹國元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