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9:00am~11:00pm
갤러리 현대_윈도우 갤러리 GALLERY HYUNDAI WINDOW GALLERY 서울 종로구 사간동 삼청로 14(80번지) Tel. +82.2.2287.3500 www.galleryhyundai.com
1984년 나는 작품마다 꼭 특별한 의미나 심오한 뜻이나 어떤 답을 원하지 않는다. 운명이란 것을 믿지만 하루하루의 삶은 우연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나는 그 우연함을 즐기며 받아들이고 느끼는 그것을 일기 형태로 표현할 뿐이다. 그것이 나의 진실된 모습을 표현하는 방법이고 그 느낌은 어떤 노력으로 인해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인생에 대해서 우리는 항상 논할 순 있지만 정의를 내릴 순 없다. 사상과 철학을 통해 억지로 내려진 이론은 그 스스로 가치를 잃어버린다. ●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제시하길 원한다. 즉, 모든 사상과 철학과 문학 등은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그래야만 한다. 대답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현재진행형의 작품을 이루어 나가는 작가의 의무라 할 수 있겠다. 작가에 의해 마무리되는 그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품. 재해석 될 수 있는 진행형의 작품.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에 모나리자가 있다. 너무 잘 알려지고 자주 본 그림이라 해서 (흔한 그림) 무심코 그 그림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 그림이 어떻게 해서 미술역사에 중요한 역할과 많은 화가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게 되었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끊임없이 재조명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모나리자는 도대체 어떤 웃음인지(웃음엔 여러 종류가 있음), 결론지을 수 없는 미소가 있다. 눈빛은 탁하지만 세상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나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즉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간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듯한 풍경, 이런 요소들로 인해 구성된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프마또(안개기법)과 함께 신비로우면서 모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난 그 모호함을 중요시한다. 한가지의 답이 아닌 여러 가지 의미로 끊임없는 새로운 질문들과 함께 관객과 호흡하는 현재 진행형인 그림인 것이다. 나는 그 모호함을 추구한다. 결코 멋있거나 즉각 관객에게 어필하는 일종의 팝 아트 그림을 그릴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삶 속에 우연한 만남들과 그 속에서 이루어가는 한 개인의 삶(비록 고통과 슬픔이 수반될지라도)은 적어도 그런 멋있는 그림보다는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이번 현대 Window 갤러리 전시작「the Soul-생명」역시 그런 모호한 것들이 있다. 작년 12월 난생 처음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나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나 보는구나 라고 이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깨달았을 뿐이다. 항상 아뜰리에와 집만 오고 가는 나에겐 공간을 그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내가 사는 파리의 집엔 기둥이 하나 있지만 꼭 그 기둥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는 과정 속에서 한 부분이 하얗게 되면서 기둥 같은 그 형상을 발견했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 한 공간을 열어주는 의미로 자주 표현하고 있다. "Lucio Fontana"의 작품의미와 비슷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지운다는 의미가 부가되었고 두 공간(위, 아래)을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 등등... 거울도 비슷한 의미로 쓰여지고 "본다" "바라본다"라는 의미도 있음. 그리고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 두 팔이 긴 바위 같은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왠지 그래야만 했다. 그림자도 없다, 즉 과거와 미래가 없는 시간 속에 멈춰진 한 조형물이다. 이 그림은 밤인지 낮인지도 알 수 없다. 그것보다는 나는 멈춰있는 시간들 속에 어느 정도 긴장이 흐르는 그런 공간이 좋다. 여러 대상들이 있지만 (사람, 화분, 선풍기 등) 그 대상들은 분명 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지만, 특히 어린 소녀가 무엇을 위해 반쯤 열린 문 뒤에서 막 피어난 화분 속에 화초를 바라보는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고 불필요했다. 그저 그래야만 됐었다. 나는 작품들마다 그러한 우연들로 이루어진 숙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살았던 하루처럼...
이 세상은 너무나 소란스럽다. 사람들도 시끄럽고, 많은 작품들이 그렇다. 말도 많고, 표현도 많고, 대답도 많다. 이 모든 것에 나는 지쳐있고 신물이 날 정도다. 우린 과연 답을 몰라서 질문하는 것일까? 나는 절대적으로 고요함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도 속삭이는 조용한 울림이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려 한다. ■ 최요셉
Vol.20150309e | 최요셉展 / Joseph Choi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