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309_월요일_05:00pm
주최 / 코오롱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스페이스K_과천 SPACE K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 11(별양동 1-23번지) 코오롱타워 1층 Tel. +82.2.3677.3119 www.spacek.co.kr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서는 2015년 3월 9일부터 4월 23일까지 『랜드마킹: 장소의 사회학』을 마련한다. 장소를 매개로 현대사회의 일면을 조명한 이번 전시는 금혜원, 김주리, 김홍식, 박진아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공공장소를 비롯하여 도심의 지하 등 도시공간의 면면을 조망한 회화, 조각, 사진 작품 36점을 선보인다.
금혜원은 도시에서 꼭 필요하지만 그 존재를 부정하는 장소인 쓰레기처리 시설을 대상으로 촬영한 사진을 선보이며 익숙치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김주리는 70~80년대 대량 생산되었던 주택을 흙으로 빚은 후 물을 스며들게 서서히 무너뜨린다. 대상의 불안정한 변화는 재개발, 재건축의 광풍 속에 주거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한편 김홍식과 박진아는 공공장소에 대한 탐구로 사회현상에 접근하는데, 대형 미술관을 관람하고 있는 풍경을 금속판 위에 묘사하는 김홍식은 기념비적 공공 장소가 현대인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에 숨은 오류 가능성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공항의 구석구석을 그리는 박진아는 공항이 지니는 특수한 성격에 주목하고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 풍경으로 회화로 그려낸다.
이렇듯 네 명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는 동시대 사회의 이면으로 안내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기성의 장소에 대한 개념을 확장시킨다.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도심 속 장소들은 현대인들과 분리될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의 물적 증거이자 좌표이다.『랜드마킹: 장소의 사회학』은 장소의 사전적 정의와 기능에서 벗어나 우리시대와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오늘의 '그곳'을 새롭게 랜드마킹 할 것이다.
금혜원은 거대한 도시가 양산해낸 부산물을 소화하는 쓰레기 처리 시설을 사진으로 담은 연작 「Urban Depth」를 선보인다. 섬세하게 치장한 도시의 외피와는 대조적으로 은폐된 지하에서 쉼 없이 가동되고 있는 쓰레기 처리 시설은 벗겨진 피부 아래 배관과 골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냉기를 뿜어낸다. 급속하게 성장한 사회에서 우리가 영위하는 만큼 다른 한 켠에서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도시의 동력 구조를 포착한 작가의 시선이 미화 없이 드러난다.
김주리는 70-80년대에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구조가 체계 없이 뒤섞여 있는 보급형 주택을 통해 은유한다. 작가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한 이 가옥 형태를 고운 흙을 사용하여 벽돌 벽까지 사실적으로 조형하는데, 완성 후 물을 부은 바닥부가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붕괴되면서 주택은 위태롭게 기울어버린다. 흙과 물의 결합으로 지어지고 다시 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은 수요 충족을 위해 공급에 급급한 나머지 일거에 대량생산되었다가 결국 또 다른 시대의 요구에 굴복한 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도시의 불안정한 변화 과정에 비유된다.
김홍식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술관의 광경을 금속판 위에 새기는 작업을 통해 현대 도시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현대인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미술관의 풍경은 유려한 문화와 역사의 당위성을 표출하기 위해 권위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특수한 장소성을 통해 소통이라는 명목 아래 개입된 권력을 들추어낸다. 미술관에서 보전되는 유산들이 집단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공공의 교육적 역할을 앞세워 절대적 지식인 것처럼 기능하는 오류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현대인들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과 읽기 방식에 대한 반론이기도 하다.
박진아는 공항의 구석구석에서 발견한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한 후 회화로 담는 연작을 선보인다. 여행객들의 경유지이자 지역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 공항은 장엄한 규모와 수많은 이정표 등의 비일상적 요소들을 통해 다른 장소가 대체 할 수 없는 특수한 장소성을 제공한다. 그러나 공공 시설이 요구하는 질서와 제도를 따르는 여행객들은 여행을 앞둔 설렘보다는 긴장된 분위기와 쓸쓸함이 느껴진다. 고도로 갖춰진 시설과 시스템에 압도된 듯 온기를 잃은 회색 빛과 반사된 바닥 면을 과장되리만큼 부각시킨 구도의 설정을 통해 공항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행동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 스페이스K_과천
Vol.20150309a | 랜드마킹_장소의 사회학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