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수봉다방

2015_0302 ▶ 2015_0320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5_0306_금요일_05:00pm

퍼포먼스 데이 / 2015_0313_금요일

『안녕, 수봉다방』 참여작가 김가람_김보리+조항준_김재민이_류석주 박혜민_백인태_송지윤_송승현_임소민_신혜정 안x밖_엄아롱_우수현_이연숙_장미리내_정미타 수봉다방 1,2,3부 참여작가 강요한_김가람_김보리+조항준_김재민이_류석주 박민선_박이원_박혜민_백인태_송지윤_송승현_임소민 신혜정_안x밖_엄아롱_옥영경x옥영은_우수현 윤상윤_이연숙_장미리내_장원정_정미타_최세진_허나영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수봉다방 인천 남구 수봉로 83

버려진 공간에 예술가들의 손길을 더해 지난해 11월 30일 임시 개관한 『'수봉다방' 프로젝트』가 마지막 전시 『안녕, 수봉다방』을 개최한다. 인천 남구청(구청장 박우섭)에서 운영하는 숭의동 주거형 레지던시 '그린빌라'에 거주하는 박혜민, 정미타, 김보리를 주축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슈퍼마켓, 주민협의소 등으로 이용됐다가 최근 목적성을 잃고 비어있던 숭의동의 어느 유휴(遊休)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해 겨울 시각예술, 음악, 공연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수봉다방이라 이름 붙였고, 이후 1,2,3부로 나누어 전시를 선보이며 새롭게 탈바꿈했다. ● 인천에는 개발이 무산되거나, 혹은 건물의 노후화 등으로 비어있는 지역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쇠퇴해 버려지거나 죽은 공간을 의미하는 이러한 유휴공간들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우범지대로 전락하거나 도시의 흉물이라는 오명을 쓴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장소가 증가함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문화예술 기반 도시재생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낙후지역이나 오래된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하는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시도된 것은 아니지만, 『'수봉다방' 프로젝트』는 작가들이  자발적 참여로 꾸린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인천 구도심 수봉산 중턱에 위치해 지역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시각적으로도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예술가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 유휴공간에, 지역주민과 연대한 작가들이 독특한 감성과 상상력을 더한 대안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 『'수봉다방' 프로젝트』는 그동안 수봉다방 2층 공간에서 다방을 운영해 관람객과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했고, 1층과 2층 곳곳에 인천과 수봉공원, 숭의동 고유의 역사와 장소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매체의 예술작품을 릴레이로 선보여 왔다.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시 『안녕 수봉다방』은 회화, 영상, 설치 등 시각예술 뿐 아니라 디제잉, 연극, 퍼포먼스, 공연,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 실험적인 작품들을 대거 포함한다. 예술가들은 다양한 워크숍과 행사를 통해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수봉다방이 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신혜정_마담의 선서문_선언문 스피치 및 배지 수여_00:10:00_2014
송지윤, 송승현, 임소민_L.O.S.T Ver3. 2015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5
엄아롱_오아시스_수집된 오브제_가변설치_2015

동시대의 이슈를 재기발랄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김가람은 수봉다방에 미용실 「The AGENDA hair salon」을 연다. 작가는 집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때 삭발을 하는 행위를 사회현상으로 인식하고, 저항을 목적으로 한 삭발의식을 살짝 뒤튼다. '무료 헤어커트'라 쓰인 전단지로 방을 채우고 당시 사회이슈를 반영해 인천 어린이집 폭행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슬로건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를 내건다. 이에 동의하는 관람객은 '커트전문가과정'을 수료한 작가가 직접 머리를 잘라주는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다. ● 이와 함께 수봉다방이라는 프로젝트명에 걸맞게 카페도 열린다. 시각예술가와 바리스타의 협업을 선보인 팀은 시각예술가 김보리와 바리스타 청년활동가 조항준이다. 「수봉다방 우수종업원」의 우수종업원들은 전시장에서 다방을 운영하고, "커피 한 잔 하자."라는 인사말처럼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음료를 넘어 사교의 역할을 하는 커피를 매개로 지역주민과 소통한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이벤트를 열어 공간의 활성화를 도모한다. ● 김재민이는 숭의동 지역 리서치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해석을 보여준다. 낙원 여인숙에서 가져온 낡은 장과 주변의 다른 오브제를 함께 설치한 「조립식」이라는 작품을 통해 해체된 기억과 장소가 남긴 흔적을 재조합하고 그 과정을 관람객에게 내보인다. ● 류석주는 과거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퍼마켓이었던 수봉다방의 공간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로 변형한 「Y100 M80 C0」를 선보인다. 사진을 촬영해 장소특성적 작업을 시도하려던 작가는 과거 슈퍼마켓의 주인이 실제 안방으로 사용했던 방 벽에 붙은 야광별 스티커를 발견한다. 그는 어둠속에서 우연히 찾은 이 야광별에 대형 칼라 인화지를 밀착해 감광시키고, 이 야광별이 관람객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별자리 지도로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 관람객과 직접적인 소통을 꾀하는 박혜민은 프로젝트 「밥 먹고 가세요」를 진행한다. 작가는 파, 양파, 라면 등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캔버스 위에 그리고, 이를 실제 요리 재료와 맞교환한다. 교환한 식재료들이 다 모이면 직접 요리를 해 관람객에게 선사하는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밥 먹고 가세요 #1. 부대찌개」, 「밥 먹고 가세요 #2. 떡만두국」으로 지역 주민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세 번째는 자장면으로, 이번째는  진행과정을 함께 상영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김가람_the AGENDA hair salon_헤어커트 퍼포먼스_2015
박민선_거대메기_피규어, 스치로폼, 아크릴, 고무줄_60×30×20cm_2015
박혜민_「밥 먹고 가세요」프로젝트_드로잉+퍼포먼스_2015

텍스트와 그림을 접목해 그림일기를 연상시키는 형식의 드로잉을 선보여 온 백인태는 「dust to dust」(2014)를 선보인다. 그의 펜 끝을 통해 나타나는 소박하면서도 신랄함을 잃지 않은 백인태표 드로잉 시리즈를 만나볼 기회다. ● 송승현과 송지윤은 임소민을 초청해 함께 한 「L.O.S.T(Lost, Odd, Space, Time)」를 선보인다. 이는 인공조명으로 공간을 합치거나 나눈 공간예술 프로젝트로, 구상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것이 특징. 여기에 추상적이면서도 상징성을 유지한 색채와 일상 속 키치적 오브제를 가미했다. 수봉다방 공간 자체에 스며든 고유의 아름다움을 탐색해 시간 속에서 변모하는 공간 미학을 되짚은 이 프로젝트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공간의 재탄생을 축복하는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 신혜정은 비디오 작업 「다방구 인터뷰」(2015)와 「다방은 만남이다」(2015)를 선보인다. 작가는 지역에 대한 리서치 중 다방이라는 장소에 관심을 갖고, 다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속이나 상상속에 존재하는 등의 다방에 대한 타인의 정의에 작가가 인식한 다방에 대한 의미를 덧붙였다. 작가는 이를 과거 「수봉다방」을 거쳐 간 많은 예술가들, 주민들, 관계자들, 한 번이라도 스쳐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아듀 의식이라고 명했다. ● 안x밖(안지선x박주희)은 수봉다방의 방문객이 가진 장소에 대한 인상과 기억을 담은 키워드를 수집한다. 빛을 투과하는 재료로 만든 '수봉'이라는 글자들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자연적인 햇빛과 만나 벽과 바닥에 알알이 맺히고, 빛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벽을 타고 움직인다. 창문은 안과 밖을 잇는 매개로, 빛, 바람, 소리가 창문으로 드나들듯이 그동안 슈퍼마켓의 존재와 시간을 함께 한 외부의 이미지들을 건물 안으로 투영한다. 슈퍼마켓에서 수봉다방으로 건물의 용도는 변했지만 숭의동의 변함없는 풍경이 작품을 통해 색다른 의미를 갖게된다. ● 오브제를 채집해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엄아롱은 빛바랜 것들을 찾아 그 것이 지닌 가치를 찾고자 시도하며, 시간에 따라 변모하는 공간과 이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어떠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작가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 갈증을 느껴 사막과 같은 자신의 일상에 오아시스를 만든다. 수봉슈퍼에셔 수봉다방으로 바뀐 이 곳이 새로운 오아시스를 만들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삶에 지친 관람객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넬 유토피아를 구현한 「오아시스를 위한 해체작업」(2015)과 「오아시스」(2015)를 선보인다.

최세진_Room_캔버스에 유채_50×60cm_2009
이연숙_Memory from the tiny room_비닐봉지_특정공간 가변설치_2015

우수현은 시각이 아닌 청각을 통해 글을 해석하는 텍스트 기반 작업 「묘혈(墓穴)」을 선보인다. 어두운 방에서 ARS, 음성변조, ATM 기계음이 들려오고, 감정이 없는 기계음의 특성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귀에 남는 것은 몇 개의 특정 단어뿐이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여느 일상의 어둠 속에서 외면하고 있던 일상의 다른 면모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보통의 구덩이와 다를 바 없는 어느 구덩이가 시체를 묻기 위한 것이라는 특별한 용도로 인해 묘혈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는 것과도 연결된다. ● 이연숙은 일회성 오브제인 비닐봉지를 재료로 자신의 어린 시절 집에 대한 기억을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수봉다방의 바닥을 비닐봉투로 캐스팅하고, 비닐을 겹겹이 붙여 바닥을 덮는다. 다리미로 봉지를 녹여 서로 눌어붙게 하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공간에 축적된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모든 것들을 밖으로 드러낸다. 뜨개질로 특정 형태를 구축하는 기존의 시도를 넘어, 비닐에 열을 가해 발생하는 우연적인 효과를 이용하고, 비닐봉지를 잘라 천장에 매달아 공간을 확장하기도 한다. ● 장미리내의 「수봉다방의 오픈데이」는 그동안 수봉다방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발자국과 수봉다방의 바닥 타일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삶에서 마주치는 여러 모습과 다양한 순간들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세상과 연결고리를 찾으려 시도한다. 전시장 바닥에 먹종이를 깔아 한동안 이를 그대로 두고, 종이를 밟고 지나가는 이들의 발자국을 담아냈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생겨난 수봉다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모으는 행위를 통해 작가와 수봉다방의 특별한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 ● 정미타는 도시 속에 존재하는 경계의 곳곳에서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편집한 영상작품 「각자의 도시」(2014)를 수봉다방 버전으로 선보인다. 작품은 유흥가의 밤과 어둡고 한적한 골목 이미지를 대조하거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문화예술행사를 묘사하는 등 경계의 모호함, 공간과 공간속의 경험을 담는다. 과거와 현재의 영향을 받는 자신과의 관계와 결국 모든 관계 속에 얽히고설킨 신뢰를 탐구한다. ● 이렇듯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모아 꾸려낸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그동안 인천 지역재생과 문화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봉다방' 프로젝트』는 막을 내리지만, 유휴공간을 예술의 장으로 탈바꿈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안녕! 수봉다방! ■ 백아영

Vol.20150306i | 안녕, 수봉다방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