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306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듬 인천시 남구 주안동 1342-36번지 Tel. +82.32.259.1311 cafe.naver.com/daggdum
흔히 '비활성기체'란 화학적으로 활발하지 못하여 화합물을 잘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비활성기체는 들뜬 상태에서 산화물 등의 화합물을 생성하기도 하고 공기 속에 함유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적은 소량인데다가 아무런 맛도 냄새도 없는 무(無)특징으로서 우리 주변에 있다 하더라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한 인체는 비활성기체를 인지하는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이것으로만 이루어진 가스를 마시게 될 경우 질식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하여 비활성기체는 인체와 접촉할 시 무엇인가와 혼합되고 섞인 채 마주해야 한다. 끊임없이 주변과 흐르고 결합된 혼합물만이 인체가 수용하고 공기와 같은 필수적인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듬이 위치한 신기촌은 전형적인 도시 서민들의 거주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미술형식이 때로는 낯선 상황으로도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비활성기체가 나름대로의 시도를 통하여 새로운 혼합물을 만들어 내듯, 이 곳 역시 주변 환경과 교류하며 또 다른 공기를 생산해내고 있다. 『비-활성기체, 비-정형 현실』은 개관 이후 세 번째 문화기류로써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4인과 호흡한다. ● 이 전시는 투명한 기체와 달리 작가 개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다.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감각과 현상이 그렇다. 실제 김유정의 작품은 중성적인 흑백 톤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미로와 비좁은 길이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준다. 또 시트지를 잘라 중첩하는 방식인 박상희의 작품은 선명한 도시의 야경을 스펙타클하게 재현한다. 수많은 조각들과 파편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이미지는 도시의 미묘한 정서를 시각화하여 나타낸다. 서재현의 작품에서 사회란 친숙한 환경보다는 불안하고 어지러운 상태로 비쳐진다. 인간은 다시금 동물의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행태를 띠며, 몇몇 상황에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 작가는 이와 같은 변화를 포착하여, 인간과 동물을 합성시킨 그로테스크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류성환의 작품은 일상의 평범함 속에 사적 담론에 대한 은유와 리얼리즘적 태도로 일관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 역시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된, 삶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상대적 이해와 한계를 담는다.
『비-활성기체, 비-정형 현실』은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이나 현실을 연상하거나 혹은 환기시킬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를 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비정형적 이미지들로 표현하여 기존과는 또 다른 상징적 의미로 나타낸다. 현실에서 소외된 가치에 대하여 되새어보기도 하며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주변 환경을 보다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는 앞서 기술한 공간과 신기촌과의 공간적, 물리적 합성과는 다른 연동관계로서 새로이 교차된다. ■ 윤해솔
Vol.20150306f | 비-활성기체 비-정형 현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