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LIPSE

임소담展 / LIMSODAM / 林昭潭 / painting   2015_0304 ▶ 2015_0410 / 월요일 휴관

임소담_Dried Branches_캔버스에 유채_123×177cm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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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0304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스케이프 GALLERY skap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Tel. +82.2.747.4675 www.skape.co.kr

눈의 풍경행성은 자신이 돌던 궤도를 지속적으로 돌 뿐이지만 관찰자가 특정 위치에 있을 경우 일식과 같은 기묘한 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관찰자의 시점이 중요한 반면에 작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작가노트 中) ● 일식, 많은 예술가들이 달이 해를 가리는 순간 지상의 빛이 사라지는 이 신비로운 현상에 매료되어 왔다. 일식 현상에 대한 임소담의 관심은 지극히 회화적인 관점에서 발생한다. 작가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대상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특정 위치에 주목된다. 달과 해가 서로 하나의 선상에서 공명한 순간은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 그 시점과 관계된다. 화가는 자신과 세상 사이에 발생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우연적이고도 필연적인 장면들을 시선에 담는다. ● 대게는 일상 속에서 관찰한 것들, 산책 중 발견한 이미지, 여행길에 포착된 풍경, 꿈속에서 본 장면 등 자신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기억한 이미지가 그림의 바탕이 된다. 2010년부터 작가는 일상 속에서 계획하지 않은 채 발견된 이미지들을 자연스럽게 스냅사진으로 채집해 오고 있다. 작업의 초반부에는 인터넷으로 수집한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였으나, 근래에는 직접 촬영한 이미지만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와 관계한 작가의 경험과 기억이 그림의 배후에서 계속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진과 현실, 이미지와 기억, 시각과 감각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는 틈이 존재해 왔다. 아무리 화가가 똑같이 모사한다고 하여도 이미지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할 수 없다. 임소담의 시선은 이미지와 대상 사이 만날 수 없는 틈의 세계에 개입된다. 그에게 관찰되고, 기억되었으며, 상상된 것들은 그리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로 다시 만나진다. 바라본 눈의 풍경은 회화의 질료를 능숙히 다루는 그의 체화된 몸을 통해 손으로 풍경화된다.

임소담_Persimmon Tree_캔버스에 유채_197×155cm_2014
임소담_밝은 연못 Bright Pond_캔버스에 유채_152×200cm_2014

손의 풍경 ● 임소담의 회화는 화면 전체적으로 이미지화되어 있으면서 고정된 형태로 머무르지 않는다. 여기에 흰 여백으로 남은 화면의 모서리와 윤곽은 프레이밍 되지 않기에 관찰자에게 고정된 시각적 테두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애초에 밑그림 없이 그려지는 그림은 손의 느낌에 의해 변화될 여지가 크다. 빈 캔버스 천만을 먼저 벽에 걸어 붓질을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미지는 정해진 규격과 대상으로부터 벗어난다. 화면의 윤곽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던져진 처음의 붓터치는 이미지의 정해지지 않은 운명에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때 '붓질의 강도와 사이즈, 느낌에 따라 전체적인 이미지의 크기가 방향 지어 진다' 말한다.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작업의 과정에는 화가의 신체가 깊숙이 관여한다. ● 그림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떠오른다기보다 붓질의 생생함을 통해 촉각적으로 환기된다. 캔버스에 스치듯 얕게 더해진 붓자국은 옅으나 힘이 넘치어 이미지를 너머서는 생동감을 화면에 불어 넣는다. 그곳에는 분명 이미지가 있으나 쉽게 눈에 포획되지도 대상화되지도 않는다. 그림 속 장면들은 익숙한 듯 다가오면서도, 전형적인 구도와 색채로부터 벗어난 낯선 긴장감이 발생된다. 오히려 이 대상의 역할은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이미지에 가려진 대상의 애매모호하고 중첩된 성질을 바라보게 한다.

임소담_Borderline_캔버스에 유채_151×202cm_2014
임소담_검은 물 Black Water_캔버스에 유채_125×187cm_2014

화가는 집을 만든다. 다시 말해, 화가는 집의 기호가 아닌 상상의 집을 캔버스 위에 창조한다. 그러하기에 그 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집들이 가진 모든 모호함을 유지하며 드러난다. (장 폴 사르트르) ● 그리는 행위는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이 상상의 집, 임소담의 회화에서 이미지를 그려내는 촉각적 감각은 도자기로 대상을 빚어내는 간접적 훈련이 뒷받침된다. 손장난을 하듯 점토로 빚어낸 도자기는 손의 감각이 부드럽게 담긴 작은 오브제들로, 종종 그의 그림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눈에 포착된 나뭇가지의 풍경을 그리고, 도자기로도 빚어 본다. 그 가지들을 캔버스에 그려내는 과정에는 촉각적 감각과 시각적 감각이 서로 복합적으로 관계한다. 손의 감각은 비단 제작의 과정뿐만 아니라, 대상이 배치되고 시각적으로 발견되는 화가의 시점에도 영향을 준다. 눈과 손의 풍경은 서로 한데 용해되어지며 마음의 풍경과 만난다.

임소담_동굴 꿈 Cave Dream_캔버스에 유채_154×195cm_2014

마음의 풍경 ● 그리는 과정에서 동물적으로 감지되는 손의 감각은 시각적 연상 작용을 생생하게 화면으로 이끌어낸다. 병원에서 보았던 창 밖의 풍경, 오래 전 여행길에서 방문한 호수의 전경, 꿈 속에 본 절벽 위 집, 감나무의 감을 따는 장면 등 개인적인 경험과 추억이 깃든 이미지들은 그리기를 통해 작가에게 친밀했던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 발생된다. 이에 대해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미지가 나를 통과하게 둔다.'고 설명하는 작가는 자신과 이미지 사이에서 대상에 깊숙이 종속되지 않는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해 낸다. 이미지에 흠뻑 빠져 그림을 그리다 마무리될 때쯤 그 밖으로 빠져 나올 때 화가가 경험하는 쾌감은 마치 일식 현상에서 경험하는 우연과 필연이 조우한 순간일 것이다.

임소담_Eclipse_캔버스에 유채_45.5×60.6cm_2015

'그림을 그리는 일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다.' (임소담) ● 임소담은 자신이 그림 그리는 과정을 꿈에 비유한다. 이는 꿈의 이미지 자체보다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과정과 관련한다. 꿈에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기억의 파편들과 만나며 예기치 못한 이미지들을 생산해 낸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연상 작용에는 이 기억의 파편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작가가 그렸던 이미지들 또한 엮어지며 끊임없는 낯설음이 시도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길고양이의 미묘한 움직임은 일상적 풍경과 회화의 구조를 매번 낯설은 생명력으로 재발견한다. 임소담의 회화는 시인 릴케가 자유시(Free verse)의 열린 형식을 통해 찾아나선 무형식의 시적 실험과도 닮아 있다. 시적 몽상을 찾아 나서기 위해 매서운 바람의 공격에 기꺼이 참여했던 릴케와 같이 임소담의 회화는 눈, 손, 마음이 세상으로 열린 생생한 풍경으로 다가갈 것이다. 눈의 풍경이 손의 풍경, 그리고 마음의 풍경과 오버랩 되는 기묘한 순간은 이제 관객의 시점에서 공명할 것이다. ■ 심소미

Vol.20150304e | 임소담展 / LIMSODAM / 林昭潭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