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영은미술관은 2015년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영은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하지훈 개인전 『풍경』展을 개최한다. 작가는 과거 장소에 대한 수집과 기록에서 비롯된 풍경을 표현하며 그 속에는 작가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그 곳은 익숙하면서도 익숙치 아니한, 모호한 상상을 야기하는 풍경 너머의 새로운 세상과도 같다.

하지훈_Coast #3_캔버스에 유채_73×73cm_2014

흔히 '풍경'은 우리 눈에 펼쳐진 가시적 자연의 모습을 일컫는데, 그의 풍경은 일반적 그것과는 상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작가가 풍경을 표현함에 있어 사실적 재현의 의미로서가 아닌, 시간과 의식이 흐르는 동안 그의 내면에서 변화해 온 과거 장소에 대한 감정을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작업 해 오고 있는 것에 기인하리라. ● 그에게 있어 자연의 모습이란 지난 경험의 무대이자 배경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경험과 뒤섞여 왜곡되거나 모호한 형태로 남게 된,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이미지들을 화면에 옮기는 것이다. 이는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작가의 유년시절부터 이어져 온 잦은 이사를 통해 축적되어 온 기억의 편린들이 단편적이고 일회적이지 않은. 견고하고 영구적인 감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오고 있음을 반추하기도 한다. 이 후 약 8년간의 독일 유학을 통해 자연과 더욱 근접한 환경 속에서 작업을 해 왔으며 이러한 환경적 영향 또한 현재의 작업에 자연스레 묻어나오고 있다. 화폭 속 자연 공간은 한번 쯤 봤음직한 유럽의 불특정 명화의 느낌도 자아내지만 실제는 작가 개인적 기억 속에 기록된 자연의 조각들을 새로이 재구성한 가상의 자연이다. 풍경의 전체적 분위기는 묵직하면서 이국적이고, 현실에서 보여지는 실제 공간이 아닌, 초현실적 색과 톤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가 의도적으로 구상적 재현 풍경화가 아닌, 여러 감정적 편린의 집합체로서 부여된 것이라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의 회화적 기조방식에 입각하여 정의 내린다면, 실제로 자연은 풍경이 아니며, 풍경은 자연을 바라보는 주관적 시점을 드러낼 때 비로소 명확히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그에게 있어 풍경이란 현재까지 축적되어 온 개인적 경험만큼 보여지는 것이며 이러한 표현의 영역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되고 재생되어 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훈_Nightscape_캔버스에 유채_46×38cm_2014

'과거 풍경화에서 보여지는 (암시적 역할이라든지 조화로움, 장엄미 등의) 요소들은 오히려 배제되고 풍경만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된다.' (작가 노트 중) ● 이번 전시 제목에서 상징하듯, 작가 하지훈의 풍경은 사전적 의미로서 정의 내려진 그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상상해볼 수 있는 감정적 편린의 결정체로서의 풍경이다. 이렇듯 낯설고 새로운 경험과 감상자 간의 맞닥뜨림이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의 감정적 이면들과 공유되기를 희망해본다. ■ 영은미술관

Vol.20150228d | 하지훈展 / HAJIHOON / 河芝勳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