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대화 / 2015_0205_목요일_05:00pm
기획 / 이영욱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소항 GALLERY SOHANG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6-67 Tel. +82.31.957.0325
사진을 본다는 행위는 '의미'를 코드로 읽는다는 행위다. 그러나 사진에서 '생각에 잠김'은 읽기가 중단되고, 해석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러 눈 앞에 보이는 이미지가 마치 지워지는 응시하는 행위와 같다. 이것은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말을 할 수 없는 집요한 응시의 상태, 어떤 사건에 휘말려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탈코드적인 것이다. 이것은 사진에서 읽기가 중단되면서 어떤 특별한 경험 즉, 사진이미지의 어떤 세부적인 디테일에 꼭 붙잡혀서 환유적 확장으로 응시의 반전이 일어나는 경험이다. 이 때 비로소 사진은 읽혀지는 그 무엇이 아니라 사유하는 이미지가 된다. 이때 사진 이미지는 말을 하기 시작하고, 관객주체는 침묵으로 응답하는 음악적인 체험이 가능한 세계다.
대상과 주체의 응시의 역전현상 '생각에 잠김'은 사진이 나를 읽기 시작하고, 사진이 우리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만들 때 '나' 자신이 전부 드러나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경험은 논리적 사유를 통해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다. 너무나 강렬해서 말로는 불가능한 즉, 언어화 되지 않는 상태 - 매우 비논리적이지만 사진에서 '생각에 잠김'은 결코 몽상에 빠지지 않는 체험이다. 그래서 주체인 내가 깨어나게 된다.
그러나 과연 사진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 할 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어떤 사진도 코드화 되지 않은 사진은 없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주체적으로 탈코드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사진에서 '생각에 잠김'이라는 현상을 경험하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주체에게 달렸을 뿐이다. 또한 의지적으로 보려고 해서도 안 된다. 우연히 마주친 사진에 찍혀진 세부적인 디테일의 그 무엇이 섬광처럼 날아들어 내 마음의 상처를 찌를 때 일어나는 현상을 바르트는 푼크툼이라 말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진에서 '생각에 잠길 때' 가능하다.
어느 날 우연히 바르트의『밝은 방』을 읽다가 '생각에 잠김'이란 문장에 꽂혔다. 그 즉시 나는 사진전 기획을 계획했고 여기 4명의 사진가들을 모았다. 이들은 각자 이전부터 기획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작업을 해 왔고, 단지 '생각에 잠김'이라는 테제를 보고 작품을 선택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 그러니깐 이것은 기획의도에 맞추어 철저히 준비된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2월 5일 보름날 헤이리 소항 갤러리에서 작가와의 대화시간 해프닝을 기대할 뿐이다. ■ 이영욱
Vol.20150130c | Pensivité-사진, 생각에 잠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