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5_0119_월요일_06:30pm
참여작가 강병욱_구민정_이유림_지혜_백장미 윤나영_장경현_유기주_최수진
기획 / 유진상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아마도예술공간 AMADO ART SPACE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3-31번지 Tel. +82.2.790.1178 amadoart.org
'이웃(neighbor, voisin)'은 접해있거나 멀어지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접해있지만 다른 것이며, 멀어지고 있지만 아직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조우하는 이웃들은 동일한 아파트나 골목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각자의 공간 속에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다. 타자들은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낯선 내면들을 가지고 있어 그들이 깃들고 있는 신체나 주거가 아무리 흠잡을 데 없이 유사하다 할지라도, 그들과 나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경계들이 있다. 여기에 젊은 작가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으로부터 이웃으로 나아가려 한다. 근방(neighborhood, voisinage)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점점 멀어져 가는 희미한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근방은 작가들의 정신의 내면에 뚜렷한 것과 희미한 것들로 떠오른다. 이미지는 근방의 재구성이다. 예술가들은 그것들을 뒤쫓고, 탐색하고, 기다리며, 떠오르는 것들을 포획한다. ● 구약성서에는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라는 명령이 십계 중의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은 서로의 경계를 넘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일인지에 대한 종교적일 뿐 아니라 인류학적인 증언이리라. 그러나 예술과 더불어, 예술 안에서는 유일하게, 이웃의 것 뿐 아니라 우리는 이웃을 탐해야 할 것이다. 경계 너머의 것들이, 근방의 존재들이 나에게 다가와, 원근을 뒤흔들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때, 예술가들은 그것을 탐해야 한다. '네 이웃을 탐하라'라는 제목을 쓰면서, 영문으로는 '**ck your neighbor'라고 썼는데, 그것은 외설적이고 노골적인 단어들을 연상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Hack 이나 Pick 같은 단어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탐한다'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본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어떻게 '이웃'을 탐하는가? 유기주의 이웃은 '지하실'에 있다. 음침하고 인적이 드문 공동 지하실에 여기 저기 매달려 있는 거울들은 각각의 '장면-이웃'들이 접면을 이루고 있는 경계가 된다. 장면들은 다가올 사건들과 결코 다가오지 않을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어, 작가는 그것들이 어떻게 같은 거리에 놓이게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안무를 만들어낸다.
강병욱이 불러낸 이웃은 독특한 의상을 입고 자신만의 행위에 사로잡혀 있는 '어떤 이웃'이다. 이미 죽었거나 아직 죽지 않은,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 인물은 작가 자신의 모습과 겹쳐지곤 하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그것의 안으로 들어가 그것을 연기하는 것은 실은 목적도 역할도 없어 보인다.
윤나영은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의 몇 페이지에서 무한히 머물러 있다. 심지어 그는 그 페이지들의 글귀들을 오랫동안 필사해 왔으며, 결국 전부 외워, 되뇌고 또 되뇌고 있다. 이 페이지의 글귀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녀가 이 글귀들을 외우는 것에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지혜는 자신과 똑같은 머리모양에 똑같은 옷을 입은 '이웃'과 함께 대칭적인 퍼포먼스를 구사한다. 이들이 서로에게 하는 행동은 마치 거울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이 둘 사이에는 마치 자신의 알터-에고와의 투쟁처럼 끝을 알 수 없는 교환과 권력의 행사가 반복된다.
장경현에게 있어 이웃은 과거의 어떤 목격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렸을 때 그는 아파트에서 어떤 이웃이 투신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 사건에 대한 직접적 목격과 간접적 소문의 경험은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TV 드로잉에서 빠르게 지나가는 축구경기나 뉴스, 포르노 영상의 이미지들을 투명한 랩 위에 여러 개의 레이어들로 겹쳐서 그리는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민정은 자신이 살던 집에 자주 찾아간다. 그는 이미 철거되어 잔해들로 변해버린, 수없이 이사를 했던 집들 중의 하나에 찾아가서 자신이 살던 장소를 탐색한다. 그곳은 자신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낯선 곳이 되었다. 그것은 정신적 이웃인 된 것일까? 그는 그 장소에 낚싯줄을 드리운다.
최수진은 숲을 거닌다. 숲 속에서 그는 서서히 사라지거나 다시 돌아오는 어떤 사건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그것들은 멀어지다가 다시 가까이 다가오면서 뇌리 속에 각자의 자리들을 찾는다. 그의 드로잉과 사진들은 기억과 이웃하다가 다시 소멸되어버린 장소들을 담고 있다.
이유림은 '침대'를 만든다. 그가 만드는 침대 속에는 누군가가 함께 있었거나, 이제는 그 자리에 없다. 작가는 침대 속에 누워, 일어났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랑의 기억들에 대해 세세하게 회상한다. 어떤 것들은 친밀했다가 낯선 것이 되고, 낯선 것이 되기 전에 다시 친밀함의 언어 속으로 소환된다.
백장미는 장소를 방수포로 싼다. 아무 것도 들어올 수 없는 공간 안에 놓인 사물들은 주체이거나, 아니면 그곳에서 고립되어 있는 객체들이다. 이웃하지 못하는 것과 이웃하는 것들 사이에서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 이들에게 있어 '이웃'은 가시적 거리 안에 포착되는 세계 전체를 가리킨다. 이웃은 가까이에 있으면서 동시에 멀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네 이웃을 탐하라. 근방을 재구성하라. ■ 유진상
Vol.20150119d | **uk Your Neighbor-네 이웃을 탐하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