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리셉션 / 2015_0109_금요일_06:00pm 라운드테이블 / 2015_0116_금요일_06: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주말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이신애 작가가 오려서 만든 잔디가 한동안 사무실 한 켠에 놓여있었다. 사무실의 차가운 선반과 잔디는 묘하게도 잘 어울렸으며 한쪽 구석에 이 잔디의 면적을 조금 더 넓게 만들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였다. 이때는 작가가 이 잔디를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처음 이 잔디를 들고 왔을 때 슬쩍 놓아본 선반 위 장면이 차가운 사무실에서도 왠지 조화로우면서도 생경하여 어딘가 웃기기도 하였던 것 같다. 이 풍경이 마음에 들어 당분간 이 잔디를 곁에 둬 보기로 하였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이신애 개인전 『첫 장의 뒷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작품들은 주변 환경의 작가의 대한 독특한 시각을 드러낸다. 스스로의 관점을 중심으로 읽어 내려가는 세상에 대하여, 보여지는 것 그 이면을 찾아내면서 상상한 것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작가 노트에서 밝히듯 작가는 여의도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무인도로의 여행에서 마주한 야생의 자연풍경은 정돈된 공원과 가로수, 잘 깎인 잔디와 고층건물 간의 경계로서 구획된 식물 등에 익숙한 고층 건물 숲의 거주자인 작가 이신애에게는 신선한 충격인 동시에 즐거운 발견이었을 것이다. 인공섬에서 작가의 평생을 접해온 자연 환경이 결국은 철저한 계획하에 조성된 도시조경이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덕에 주변 풍경에 대한 작가의 눈은 달라졌다고 한다. 나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이신애라는 사람의 독특한 캐릭터에 대하여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게 하였다. 유난히 친화력이 좋은 이신애는 누구라도 금방 경계심을 풀게 만들고, 엉뚱한 발상을 하루에 열두 가지는 족히 내 놓을 수 있다. 이상한 호기심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도 하고 그냥 지나칠만한 사소한 것을 특이한 것으로 바꾸어 몇 날 며칠을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여간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전시 공간 속에는 동양화 형식의 회화 시리즈 「쓸모 없는 수영장」, 영상 작업인 「100개의 나무」, 설치 작업인 「스스스스스스스스」와 「서울 잔디」 및 사진 작업 「돗자리 펴는 곳」 등의 작업이 전시 되었다. 이 전시에서는 사무실에 한동안 놓였던 잔디를 전시 공간에 항상 놓여져 있던 벤치 위에 빽빽하게 설치함으로써 본래의 사물의 기능을 없애고, 잔디라는 관념적 의미를 끌어내어 진짜가 아닌 것을 보고도 잔디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아마 관람객들은 이를 실재 잔디라고 의식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신애 작가 특유의 잔디 이미지를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본 소위 '잔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추상적 '잔디'의 시각적 특징을 충실하게 재현하며 어쩐지 잔디 같은 이미지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듬어진 야외의 계획된 잔디보다 더 인공적이면서 생뚱맞게 놓여진 작가의 잔디 한 움큼을 사진으로 구성한 「서울 잔디」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울의 대표 잔디' 혹은 '서울이니까 이런 잔디'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잔디는 잘 깎인 골프장 잔디를 감상하듯, 잔디가 바라보고 있는 저 편에서는 파헤쳐진 대지와 높이 서 있는 빌딩 숲을 전망 삼아 자신의 운명을 관조하듯 우두커니 놓여져 있다.
선풍기 바람에 날리고 있는 설치 작업 「스스스스스스스스」는 바람이다. 바람의 소리와 바람의 움직임을 연출하였고 바람을 직접 볼 수는 없으나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에게 제시된,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종이들이 맞닿으며 내는 소리를 기호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지각적 충실함을 가지고 있는 설치 작업이다. 이 역시 인지적 관념을 구체화하고 있는 작업이며 이신애 작가 특유의 바람 이미지로서 바라볼 수 있다. 영상 작업 「100개의 나무」 역시 이러한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작가는 '나무'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를 매일 한 장씩 그렸다. 그릴 때마다 다른 모양을 그리려고 노력하였을 것이고 이들을 나열했을 때 모양이 다른 제 각각의 이미지들이었으나 이는 틀림없는 나무의 형상이었다. 관념 속의 나무가 그리는 행위로써 구체화 될 때 본래의 이미지가 하나씩 해체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작가는 기호적 인식에서 떠올리는 나무는 결국 모호한 이미지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흥얼거리면서 하나씩 뽑아내는 나무 이미지들이 점점 겹쳐져서 만들어진 시커먼 덩어리처럼 말이다.
「쓸모 없는 수영장」은 인공 풀장에서 물이 차오르거나 뿜어져 나오거나 새어 나오거나 흘러내리거나 하는 여러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색채이되 그 농담이 다르고, 장지 위에 굵은 붓과 세필 붓을 사용하여 면과 선을 극대화하여 묘사된 이미지인데, 그 구도는 단순해 보이나 장면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채롭다. 특정 기능을 가진 수영장의 틀은 사라지고 그 속의 물이 차오르거나 흐르거나 뿜어져 나오거나 새어 나오거나 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묘사된 것이다. 바다나 강이 유유히 흐르거나 파도 치거나 출렁거리거나 하는 자연으로서의 움직임처럼 풀장 속에 갇힌 물이 스스로 움직일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의 싱싱함이 푸른 색채 속에서 어우러진다. 작가는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기능하지 않았을 때 쓸모가 없어지는 인공 자연물은 더 이상 순환하지 않으며 생명력이 없어져버리는 상황에 대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숨을 불어넣고 있다.
이신애 작가는 주변을 관찰할 때 있는 그대로 보다는 그 이면의 이야깃거리를 찾곤 한다. 그 덕분에 주변에 있는 우리는 갑자기 풍경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사물이 엉뚱해 보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이 특별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일반적이면서 추상적이기에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단순한 관념을 예의 작가의 습관대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영상 작업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는 공간 속에서 퍼지고 있다. 마치 무엇이든 즐거워지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 김인선
Vol.20150110d | 이신애展 / LEESINAE / 李信愛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