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선광미술관(선광문화재단) SUNKWANG ART MUSEUM (SUNKWANG CULTURAL FOUNDATION)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4(중앙동4가 2-26번지) Tel. +82.(0)32.773.1177 www.sunkwang.org
기억은 항상 불완전하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한 기억도 오랜 시간 주체에 의해 가공되고 재가공되면서 현실과는 세발자국쯤 떨어진 전혀 다른 모습을 띄게 된다. 영화 '오!수정'의 주인공인 수정, 재훈이 같은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기억이란 그때/거기에서 일어난 사건의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주체의 감각과 감성이 더욱 중요하며 이에 따라 사실이 재조합되기 때문일 것이다. 공원정은 이러한 속성에 주목하여 작업 초기부터 꾸준히 자신과 주변인들의 기억을 수집해 왔다. 자신과 동생의 동일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을 작품화하기도 하고, 한 집에서 30여년간 살았던 어떤 남자의 사적인 추억에 대한 기록을「익숙한 것으로부터의 낯섦」으로 제작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기억이 사실을 정확하게 지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기억이 주체에 의해 어떻게 변용이 되는지 추적한다. ● 근작에서 작가는 노인과 마을공동체까지 기억 수집의 영역을 점차 넓혀 나간다. 전자에 의해 수집된 기억이 오랜 기간 차곡차곡 쌓아온 기억들을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는 와중에 마주한 기억의 단편들이라면, 후자는 동일한 공간에 속한 다양한 주체들의 저마다의 관점에 의해 형성되었다. '기억의 숲'은 타인들로부터 수집한 다양한 기억을 얇은 종이 타래에 쓰고 이를 천장부터 공중으로 늘어지도록 연출한 설치작업이다. 글을 쓸 줄 모르는 어른을 대신하여 구술된 기억들을 작가가 직접 손으로 쓰기도 하였고, 기억의 주체가 글을 쓰기도 하였다. 이렇게 모인 단편적인 기억들이 모여 집단적인 기억 군상을 만든다. 우표를 수집하는 수집가처럼, 우표의 탄생과 그 비하인드스토리를 하나의 우표 속에 각인시켜 앨범에 꽂아두는 것처럼, 작가는 그 사람의 삶과 기억을 엮어 긴 롤링페이퍼를 만든다. 11만장의 종이타래가 공중으로 하늘하늘하게 엮여 내려오는데, 여기에는 그들 삶의 주요한 지점들, 결혼, 출산, 장성한 아들의 독립 등이 그들의 책장 속에서 꺼내어져 흩뿌려져 있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이 마음을 연 순간 듣게 되는 기억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사적인 순간들이다.
관객들은 우연히 마주치는 종이타래의 글귀와 마주쳐 자신들의 지나간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가 기억의 매개로 언어를 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래동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듯 기억은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전달됨으로써 자신의 생을 연장하게 된다. 반복적으로 주체로부터 꺼내어진 기억은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상에 불과했더라도 재가공되는 그 순간부터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언어화되는 기억은 주체에 의해 끊임없이 상기되고 반추되며 자리 잡은 기억이며, 이는 작가 혹은 관객에게 저마다의 기억과 관점에 의해 재가공되어 수용된다. ● 한편 작가는 언어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온 기억들을 신체에서 찾고자 한다. 작가는「손」시리즈를 통해 세월을 고스란히 감당한 손을 기록한다. 손은 얼굴처럼 누군가를 정확하게 지시하지 않지만 얼굴과 마찬가지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자전거와 수영에서부터 젓가락질, 가위질이나 뜨개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습득된 손-질은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잊혀지지 않고 몸에 배어있게 된다. 다양한 습관들은 그 사람의 성격을 만들고 그 성격은 손에 주름으로서 기록된다. 신체에 밴 기억은 언어로 발화되거나 구체적으로 표상될 수 없지만 촉각에 의해 감지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기억이 사실로부터 탈락되어 자신만의 길을 펼치게 되는 이유가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언어와 신체)의 속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어와 신체라는 해석망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사실을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사건으로 서서히 변모시키는 그릇이다. 작가는 이렇게 기억의 공통분모 속에 수집된 기억을 펼친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작가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농후하며, 이야기의 화자가 가진 기억이 왜곡될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또한 기억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 중의 하나이다. ● 나아가 예술을 경유하여 선보이는 그때/거기에 대한 기억의 군상들은 지금/여기에 있는 관람객의 경험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또 다른 새로운 기억을 탄생시킨다. 기억의 생성과 변화, 재탄생이라는 일련의 기억화 과정은 이야기의 화자들과 그들이 살았던 삶의 터전으로부터 전시장으로, 전시장에서 다시 관람객의 경험으로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다. ■ 유은순
Vol.20150109b | 공원정展 / KONGWONJUNG / 孔元貞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