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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107_수요일_05:30pm
작가와의 대화 / 2015_0117_토요일_02: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화봉 갤러리 HWABONG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7길 12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82.2.737.0057 gallery.hwabong.com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들을 항상 마주하면서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첫 작업인「REQUIEM」시리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죽어가는 그들의 대부분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절망감에 고통스러워했다. 병원 안에서 이들과 오랫동안 지내다보니 마치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였다. 그들도 결국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모두 시한부 인생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죽음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시작한 두 번째 작업이 BABEL 시리즈이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에 정신이 팔려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 대부분은 현실에서 소유하며 누리고 높아지는 가치를 추구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토록 획일적으로 곧 사라져버릴 가치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기에 우리의 삶에는 근원적인 고통과 절망이 스며들고 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의 맨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 한다. ● 죽음은 매순간마다 호시탐탐 모든 인간을 노리고 있다. 사람은 누구든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인간의 유한성을 굳이 부인하거나 망각하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가는 편이 낳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을 기다리고 있는 존재는 죽음이며 그 누구도 이러한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소유하고 누리고 높아지는 가치를 추구하느라 발생하는 삶의 모든 근심, 걱정, 고통은 헛된 것처럼 여겨지리라.
상기한 바와 같이 나는 지금까지 크게 두 가지 주제의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주제들을 표현하는데 사용한 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과 풍경을 은유적인 소재로 삼아 이미지로 표현해내는 일이었다. 첫 번째 작업인 REQUIEM에서 나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지켜봐야했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죽음에 대한 감정과 극복의 과정을 은유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두 번째 작업인 BABEL에서 나는 언젠가는 사라져버릴 가치를 추구하기에 발생하는 우리의 삶과 세상의 고통을 로우키 톤의 도시를 소재로 삼아 표현하였다. ● 그러나 내가 두 번에 걸쳐 작업해 온 죽음과 삶에 대한 연작은 독립적이기 보다는 서로 연관된 주제이다. 'BABEL'적인 삶의 행태 속에서 이미 'REQUIEM'적인 죽음이 잉태되고 예견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관성이 이번 전시에 두 작업을 함께 보여주게 된 이유이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교훈은 분명 죽음 자체만을 기억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삶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죽음의 자리를 항상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역설적으로 현재 주어진 짧은 인생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도움이 될 터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미래의 죽음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일은 지금의 삶을 더욱 각별하게 만들며 어떻게 잘 살 것인가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리라. 바니타스(Vanitas: 모든 것이 헛되다)에 기반을 둔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그렇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와 결합되어 있는 게 아닐까? ●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 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부와 명예와 권력을 모두 가졌던 솔로몬 왕이 인생의 황혼기에서 외쳤던 절규) ■ 최영환
Vol.20150107f | 최영환展 / CHOIYOUNGHWAN / 崔榮桓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