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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4_1227_토요일_05:00pm
주최 /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 www.theetc.blogspot.com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6:00pm
공간 해방 SPACE HAEBANG 서울 용산구 신흥로 130 haebang.org
'도시신사 A씨의 일일'은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처럼 A씨가 도시를 거닐며 목격하게 될 다양한 현상들을 다섯가지 에피소드로 구성한 게릴라성 이벤트 프로젝트이다. ● ETC는 현대의 도시적 삶의 긴장과 복잡성을 보여주는 서울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게릴라식 문화 이벤트를 제공함으로써 공간(도시)에 대한 인간의 내면 심리를 반영하고자 하였다. ● ETC는 도시 그 자체나 삶의 도시성의 본질적인 의미의 상징인 일반인을 도시신사 A씨라고 칭합니다. A씨는 '그/그녀'의 제 3인칭일수도 '나'라는 제 1인칭 일 수도 있는 인물이 이다. 자본주의 현실 사회에서 나타나는 개인주의와 황금광(자본) 추구, 새롭고 더 나은 것의 추구는 새롭지 않을 것을 파괴하거나 부정해야하는 하는 것으로 치부되어 버리고 사회의 모순 속에서 결국 돌고도는 순환열차의 일부처럼 도시신사 A씨는 고독의 쳇바퀴 속에 돌고 돈다. ETC는 이러한 A씨의 이미지를 박태원의 『구보씨의 일일』에 등장하는 구보씨와 연결시켜 5개의 이벤트를 5개월에 걸쳐 진행하였다.
이동과 정주, 도시의 계층화 등 거대해져가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 대하여 대화의 장을 가진 "황금광시대 : 서울역 롯데마트 야유회", 신도시 관련 광고들에서 드러나는 프리미엄 생활과 계층향상에 대한 욕망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이야기를 담은 '멋진 신세계: 세운상가 스크리닝', 쇠락과 재생이 되풀이되는 도시의 역사 및 현재 우리 삶의 단상들을 짚어본 2호선 열차 내 퍼포먼스 '어느 곳에 행복은 나를 : 2호선 순환열차 투어', 모든 것을 하나의 상품으로 환상을 소비하도록 조장하는 자본주의와 환각이 공간화 된 것으로서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인 '다방의 오후 두시 : 미네랄 워터 팝업 바', 도시화된 삶을 살기위한 신체적 정신적 단련을 위해 시범 선생님과 함께한 플래쉬몹 '신사화와 숙녀화: 사회군무 워크숍'에 이르기까지, ETC는 도시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현상을 다섯 개의 이벤트로 재구성하였다. ● 이번 전시에서 ETC는 도시에 예술적 개입을 함으로써 현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하나의 이상(ideal/strange)한 현상으로 제시하여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reality)의 진실성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ETC는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재구성하고, 기존의 장소에 시각적, 문학적, 연극적으로 상상과 허구를 더하여 도시의 숨겨진 구조와 기억을 드러낸다. 이러한 방식은 그 장소에 있었던, 있었을 법한, 진행되고 있는 사건과 이야기를 창작하는, 공간에 대한 기록이자 새로 쓰기를 보여준다. 관객은 다섯 개의 지역을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는 옴니버스식 퍼포먼스 『도시신사 A씨의 일일』을 통해 도시의 기능과 현상을 이해하고, 도시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통해 한 장소가 인지적으로 변형되는 비일상적인 체험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 ETC
선택+준비+실천+집념+증거++ ● 1969년 서울시청 정문에는 위와 같은 시정구호가 걸려 있었다. 당시 서울 시장이었던 김현옥은 MB만큼 개발을 좋아했고, 두 개의 플러스가 붙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증거'를 좋아했다. 당시 서울시는 도심은 물론 외각까지 들어찬 무허가 판자촌을 정리하고 철거민을 위한 시민 아파트를 우후죽순처럼 건설했다. 잘 알려진 대로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는 1970년 4월 내려앉았고, 그해 5월 준공된 중구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오늘날까지 재개발을 논의 중이다. ETC(Enterprise of Temporary Consensus)의 작업을 1969년 시정구호식으로 얘기하면 어떨까? 2012년 인천 스페이스빔 레지던시를 계기로 설립된 ETC는 도시/장소/사람/관계/역사/이야기를 키워드로 선택, 리서치를 통해 실제와 허구가 섞인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준비과정을 거쳐 퍼포먼스, 전시, 출판, 대행서비스 등으로 실천한다. 사회적 지위체계에서 소위 '잉여' 혹은 '기타'로 분류되곤 하는 예술가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사회의 틀 안에서 하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신념으로 스스로를 '일시적 합의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다만 ETC 활동의 증거 옆에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가 더 적합해 보인다. 이샘, 전보경, 진나래는 각자의 저자성을 지우고 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의 기업을 자처한다. 리서치와 프로젝트 기반의 작업이 주를 이루기에 전시를 포함한 시각적인 결과물은 정제되어 있고 익명성이 강하다. ETC의 블로그를 방문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삼각형의 기업 로고와 사명서, 비전, 경영목표 및 전략, 고객 서비스 헌장 등이다.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문구들은 한국노동연구원,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등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형태를 패러디하고 있는 ETC의 경영실적을 보면 가이드투어, 관광안내소 운영, 판소리 공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글에서는 ETC의 최근 프로젝트를 통해 ETC가 사회현상에 대해 언급하고 도시 문제에 개입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ETC는 2012년 「낙원가족서비스」란 이름의 가족대행서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전단지와 웹사이트를 통해 서비스 의뢰가 들어오면, 1:1 상담과 사전 미팅을 거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갖춘 가족 구성원을 찾아 주었다. 고객 쪽에서 지불해야 할 서비스 비용은 무료, 대신 대행 서비스를 한 아르바이트생에게는 그에 해당하는 일당이 지급되었다. 6개월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총 7건이 접수 되었고, 사연에 따라 가짜 남자친구, 엄마, 막내아들, 이모, 시집간 언니, 존재하지 않는 쌍둥이 형제를 대행해 주었다. 서비스를 의뢰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나마 부족한 가족 구성원을 채울 수 있었지만, 그 가짜 가족은 약속된 시급에 따라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빈 곳을 채워준다기보다 오히려 그 부재를 확인하고 더욱 드러내는 것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ETC는 대인대행업체를 패러디함으로써 돈으로 사람을 써서라도 '정상적인' 가족임을 연기해야 하는 요즘의 세태를 보여주었다. 케이블채널에 차고 넘치는 상조업체나 암보험광고의 어법을 취해 제작된 「낙원가족서비스」 광고는 이 점을 더욱 부각시켜 주었다. ETC는 프로젝트와 함께 헛소동과도 같은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가족대행서비스를 하며 수집한 다양한 사연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아빠-엄마-딸을 연기할 배우들을 섭외해 전시 오프닝에서 난동을 부리게 한 것이다. 고용된 배우들은 (약속된 대로) 경비원에게 쫓겨나기 전까지 전시장 안팎에서 티격태격 큰 소리로 싸우며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괜히 남의 가정사에 끼지 않으려 불편함을 참고 있는 와중에 참다못한 한 지역 주민이 버럭 호통을 쳤을 때, 퍼포먼스는 비로소 완성된 느낌이었다. 올해 ETC는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1934)에서 영감을 받아 서울 이곳저곳에서 총 다섯 번의 옴니버스식 퍼포먼스 「도시신사 A씨의 일일」을 진행하였다. 서울역에서의 야유회 「황금광 시대: 서울역 롯데마트 야유회」, 세운상가에서 열린 「멋진 신세계: 세운상가 스크리닝」,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어느 곳에 행복은 나를: 2호선 순환열차 투어」, 시음회 형식의 「다방의 오후 2시: 미네랄 워터 팝업 바」, 그리고 팝업 단체 체조 「신사화와 숙녀화: 사회군무 워크숍」가 바로 그것이다. 행사 직전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일정과 장소가 공지되는 게릴라성 이벤트들로 관객 참여적 성격이 짙다. 그 중에서도 2호선 순환열차 안에서 열린 세 번째 에피소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와중에 실제 상황인지 퍼포먼스인지 헷갈리는 상황들을 만들어 승객들이 부지불식간에 퍼포먼스의 한 부분이 되도록 기획했다.
8월 30일 오전 11시,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승강장 8-2에서 열차는 출발했다. 이 열차가 동대문 방향으로 순환하는 동안, 지하철 안에서는 사전에 계획되었지만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펼쳐졌다.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생수를 '강남수'라며 비싸게 파는 잡상인이 등장하는가하면, 동대문 운동장 역을 지날 땐 다 커버린 굴렁쇠 소년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손에 손잡고」를 배경으로 열차 한 칸을 가로지르며 굴렁쇠를 굴렸다. 홍대역을 지날 즈음엔 멀쩡히 생긴 남자가 망사 스타킹에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는데도 사람들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중년을 넘긴 한 아저씨가 큰 소리로 우리 세대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며 어린 여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강요하자 지하철 안 공기는 달라졌다. 이것이 연출된 상황인지 모르는 몇몇 젊은이들이 그만하시라며 아저씨를 나무라고 나선 것이다. 우리가 매일 지하철에서 경험하는 세대 간의 긴장상태에 약간의 연출이 더해져 갈등이 표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1930년대와 1970년대, 그리고 201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도시에는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섰다 허물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도시의 겉모습이 몰라보게 바뀌는 동안, 그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 속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릴없이 서울을 배회하던 구보씨로부터 조금이나마 달라지긴 했을까? ETC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지형도를 그리기 위해 갈등 상황을 만들어 내고 도시와 불화함으로써 '착한' 커뮤니티 아트와 거리를 확보한다.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식으로 말하자면 우발적 상황에 신세를 지고 있지만, 관객과의 어떤 관계를 기대하거나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 독립적인 사유의 주체로서 새로운 감각에 눈뜨게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탁월한 기업 정신을 발휘하여 우리 일상에 더욱 교묘하게 파고들길, 그리하여 "연구 및 서비스를 통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기업 사명을 다하길 바란다. ■ 박희정
Vol.20141227e | 도시신사 A씨의 일일 A day of Mr.A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