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1216_화요일_06:00pm
참여작가 구나_스톤김_이지송_이현민_최성임
큐레이터 / 장유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옵시스 아트 OPSIS ART 서울 종로구 소격동 36번지 Tel. +82.2.735.1139 www.opsisart.co.kr
『가벼운 발자국』은 '51%'의 세 번 째 전시이다. 구나, 스톤김, 이지송, 이현민, 최성임, 다섯 작가와 한 명의 큐레이터로 이루어진 '51%'는 2013년 옵시스갤러리에서 열린 이들의 첫 단체전의 제목이었는데, 그것이 이들을 함께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반을 조금 넘긴, 그러나 100%를 향해 총총히 걸어가야 할 젊은 예술가들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이들은 이 전시에 소집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서로의 작업을 격려하며 단단하게 엮여가고 있는 중이다. 매년 1%씩 올려가며 100%가 될 때까지 전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말이다. ● 이번 전시의 제목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인 '가벼운 발자국'(Light Footprint)에서 가져왔는데, 이는 '최소한의 개입'을 의미한다. 이 다섯 명의 작가들이 주변 인물들의 삶이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2014년은 유난히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특히 노란색만 봐도 연상이 될만큼 강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던 세월호 사건은 여전히 우리 시대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최근 성북동의 작은 식당인 디미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51%의 다른 전시에서는 노란 리본을 소재로 했다는 것만으로 작품 한 점을 철수해야 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이미 세월호의 아이콘처럼 되어버린 노란 리본이 식당을 찾아 온 손님들의 마음을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마주하는 사람들 혹은 사건, 사고들이 일으키는 크고 작은 파장에 사람들은 다양하게 대응한다. ● 급작스럽게 잡힌 51%의 세 번째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 작가들이 사회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두 번째 전시『디미방 연대기』에서 51% 성원 간의 연대감에 대해 얘기했다면, 다음 전시는 이들이 사회와 어떻게 연대 맺고 있는 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막연히 말하고 있던 터였다. 물론 결론은 제목이 주는 뉘앙스로 예상할 수 있는 바대로 '최소한의 개입'이다. 예술 행위로 '최소한의 개입'에 대한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한 최성임 작가처럼 말이다.
최성임은 이번 전시에서「어떤 알리바이」라는 작품을 새로 선보인다. 회색의 앵글로 만들어진 구조물에 빨간 털실을 묶어가며 새로운 구조물을 짜고, 그 안에 솜을 채워 솜기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짧은 글 한 편과 실뜨기 놀이를 찍은 사진을 증거물처럼 함께 설치했다. 최성임은 어느 때보다 힘든 마음으로 대면해야했던 올 해의 작업 환경과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적어도 작가 자신은 그 사회적 상황의 모순과 갈등에 동조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작업실 주변에서 대형 크레인이 올라갈 때 철 앵글을 세우고, 건물의 비계가 자리 잡을 때 털실로 실뜨기를 하면서 말이다.
구나는 날마다 속출하는 사건과 상황들로 인한 무력감이나 죄책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시도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상태를 인터넷 상의 이미지나 영화 속 이미지를 빌어 작품에 담아냈다. 특히「homeless」에서는 그런 연약하고 무력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되도록 얇게 입히려 했고, 본인의 배설물 중 하나를 물감 보다 더 많이 써가며 영화 속의 한 등장인물을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가 잡히고 그 동안 미뤄왔던 팽목항을 다녀온 스톤김과 이지송은 이 급작스런 방문을 통해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가지고 있었던 일말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그 사건이 연상되는 작업을 가져왔다. 이지송은 과거에 경험했던 외국의 바다를 담은 화면과 빨간 신호가 깜박이는 영상을 함께 배치한 작업을 선보이는데, 어스름한 바다 수평선 너머로 작게 깜박이는 붉은 불빛과 좀 더 근접하여 잡은 빨간 신호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그 사건이 떠오른다. 우회적으로나마, 사람들에게 이미 잊혀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기억을 한 번쯤 환기시켜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싶다.
스톤김도 기존에 해왔던 아이콘 시리즈의 작업 형식을 가져와 세월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지나가버린 팽목항에서 보았던 풍경을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화면으로 보여준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에서 다루어진 적이 없었던 사회의 문제가 전면에 등장한 걸 보면 올 한 해를 겪으면서 느꼈던 충격의 정도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한편, 이현민은 주변에서 포착한 풍경들이나 장면을 자주 그리는데, 대상 자체 보다는 환기되는 기억과 감각, 내면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이런 점은, 과거 작가가 자란 지역과 가족, 주변 사람들에 관한 복잡한 감정을 비유적으로 그린「저수지」라는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이 저수지는 작가 주변에 실재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작가는 이곳을 사람들 혹은 작가 자신의 감정과 욕망, 상처 등을 일상적으로 유기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하였다. 버림을 통해 이것들이 잠시나마 치유되고 해소되었으면 하는 작가의 작은 바람이 들어있다고도 할 수 있다. ● 이 다섯 작가들의 발자국. 최소한의 개입으로 이 사회와 연대하고 있는 이들. 비록 그 발자국이 가벼웠을지라도 그 걸음을 멈추지 않았기에, 이들의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들의 발자국을 따라 2014년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장유정
Vol.20141215i | 가벼운 발자국 Light Footprint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