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8:00pm / 주말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시 휴관
롯데갤러리 대전점 LOTTE GALLERY DAEJEON STORE 대전시 서구 괴정동 423-1번지 롯데백화점 9층 Tel. +82.42.601.2827~8 blog.naver.com/sonsjsa
끊임없는 자아성찰로 구워낸 세상읽기 ● 박성순은 '테라코타 인물초상조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박성순은 그동안 수많은 개인전과 기획전, 단체전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자신만의 외길을 고집하며 끊임없는 자아성찰로 실험을 계속해왔다. 부드러운 흙으로 제작한 무표정한 부동자세의 인물들과 부조형식의 인물, 가끔 색을 입힌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을 군집의 형태로 설치하면서 다양한 실험들을 펼쳐 왔다. 그리고 긴 세월동안 그가 걸어온 작품세계의 중심에는 항상 테라코타 인물초상이 자리하고 있다.
그가 제작한 작품들은 주로 자신이 알고 지내던 주변의 인물들이다. 그 인물들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무표정한 얼굴의 뒷면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만큼 소소한 일상의 추억과 시간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한꺼번에 다가온다. 먼저 작가는 인물에서 보여 지는 시각적인 등신(等身)의 비례나, 계절에 따른 옷과 개인취향의 모자, 가방, 신발, 헤어스타일 머리모양 등 몸 전체에서 풍기는 형태를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촉각적으로 리얼하게 빗어낸다. 그리고 자신만의 특유의 통찰력으로 인물의 내면깊이 숨겨진 성격이나 개성을 찾기 위해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정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 인물만이 갖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한 다음 군집형태로 모아 놓는데, 그 지점에서 작가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 그 군집은 전시장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유동적으로 달라지는데 대열에 맞춰 서있거나 무작위로 서 있는 인물들을 보면 전달되는 메시지가 일반적인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군집이라는 형식은 대부분 현실사회의 구조적인 실체를 밝혀내기 위한 키워드로 사용되는데 박성순의 군집은 일반적인 사회적인 관점보다 먼저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에 무수히 존재하는 감정의 끈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이유는 처음 작품을 보았을 때 흙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인물 하나하나를 리얼하게 표현한 극사실적인 표현기법 때문인데, 여기에서 흙이 공기와 긴 호흡을 같이하며 마르는 시간, 가마 속에서 불과 만나면서 완전히 동화되어 새로운 재질로 변화되어가는 인고의 시간이 그 감정의 끈들과 함께 배가시키고 있다. 또한, 작가는 작업을 함에 있어서 서둘거나 다급하게 진행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느리지도 않다. 만약 조금만 서둘거나 여유를 부리게 되면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작품은 가마 속에서 형태가 일그러지거나 주저앉고 터지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처음 흙을 반죽하는 순간부터 손을 놓는 그 순간까지 흙, 불, 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그 것들이 원하는 대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성격이나 감정이 흙과 닮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작품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그동안 느껴졌던 재료나 표현기법에서 보여 진 일차원적인 서정적인 작품해석과 달리 작품 속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작가의 사회적인 발언이 스물 스물 올라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왠지 모를 긴장감과 중압감에 휩싸이게 되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것은 앞만 쳐다보고 있는 무표정한 부동적인 자세와 일정한 크기에서 오는 이상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그 불편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표정한 인물들을 보면 마치 현대인들이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앞만 보고 있으며 부동의 자세는 마치 위인들의 기념비를 연상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위인기념비는 그 위인의 위대한 업적과 성품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복과 그 위인이 자주 들고 다녔던 소품을 이용하게 된다. 박성순도 이와 같은 인물초상조각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관찰자의 시점으로 인물 하나하나의 내면 깊이 숨겨진 인상이나 성격을 테라코타 표면에 세밀하게 옮겨 놓고 있으며 그것을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기 위해 개인취향의 옷과 소품악세사리 등을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그 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내면만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냉소적인 현실을 향해 일소를 던지는 작가 자신만의 숨겨진 진지한 발언이기도 하다. 또한 세상, 사회를 직시하는 작가만의 특유의 시각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기념비처럼 상징성을 통해 함축적으로 개개인의 인물표현에 적용하는 지점과 군집형식으로 모아서 보여주는 집단성에서 사회에 대한 소리 없이 물음을 진지하게 계속 던지는 박성순만의 일탈적인 발언의 경계를 엿볼 수 있다.
개인이나 거대한 집단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공존하는 현대사회는 어찌 보면 인류가 현재까지 살면서 선택해온 최선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속에는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완벽한 구조가 아니라 하나에서 다수까지 항상 선택할 밖에 없는 상호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늘 불안하고 나약한 인간의 존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대사회는 마치 인류가 살아온 시간만큼 교묘하게 짜여 진 거대한 시스템과 같다. 다수를 위한 국가적인 이데올로기로 명분을 세우며 무모하게 일으키는 전쟁, 자국의 이익만을 쫓는 경제논리, 공명정대(公明正大)를 뒤로한 정치적인 대립 등 수많은 부조리한 현상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찾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삶이 거대하고 복잡한 운명의 드라마일 것이다. 모든 인간의 탄생과 종말은 적어도 그 개인에게는 우주의 시작과 멸망만큼 절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모든 운명은 복잡하고 난해하고 절대적이지만, 그것의 현실적 의미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속에서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담겨져 있는 가치가 왜 중요한가? 작품 각각의 형상이나 아이콘들은 단순한 사물의 재현이 아니라 동시대적인 정신문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면밀히 분석하다 보면 시각적 형상이 단순한 작가의 생각 속에서 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깔린 동시대를 살아온 환경이나 세상을 바라보고 고민한 작가만의 흔적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본다면 박성순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시각적인 언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세상을 향해 던지는 묵시적인 메시지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또한,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다분히 애써 표현하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동시대의 현실과, 구조, 정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기념비식의 형식보다 또 다른 차원의 경계를 넘어 세상을 바라 볼 필요성이 생긴다. 그 것은 한 인물이 바라본 생태적인 습관에서 출발하는 범인류적인 기록이나, 시대가 요구하는 기념비식의 상징성을 뛰어넘어 보다 현실적인 사건이나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향해 노골적인 일침을 가하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손끝에서 흙을 놓지 않고 뚝심 있게 외길을 걸어온 작가의 여정은 요즘 한순간에 끝을 보려고 하거나 작품의 단순한 표현만 하려고 하는 현재의 인심세태(人心世態) 속에서 오히려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 것은 하루가 다르게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숨 가픈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자기성찰과 자신의 숨고르기와 상관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자신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신의 위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흘린 땀만큼 흙과 물, 불과 싸우면서 외길을 걷고 있는 뚝심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박성순이 걸어온 외길은 외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수많은 인물작품이 그와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민기
Vol.20141127f | 박성순展 / PARKSUNGSOON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