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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충북문화재단
관람료 / 일반 1,000원 / 학생 500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신미술관 SHIN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호국로 97번길 30 Tel. +82.43.264.5545 www.shinmuseum.org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위치한 존재 ●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수많은 인물들이 있다. 그 중에서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보이지 않는 권력을 지니고 대중을 좌우하는 이들을 우리는 스타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그들과의 허구의 만남을 실제와 혼돈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들과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영웅들의 내밀한 사적 일상이 은폐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들의 진정한 삶(얼굴)을 알지 못한다. 과거 어느 때에는 이데올로기가 스타를 만들어냈지만, 지금 우리의 스타는 자본이 만들어낸 미스터리한 돌연변이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중예술에서 팬덤은 자본주의 안에서 자연 발생한 단순한 현상을 넘어서, 종교에 버금가는 집단 경배 현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 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뿐만 아니라 레닌과 마오쩌둥을 그저 소비의 이미지로 다룬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960년대에도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도 대중에게는 그들이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들의 '허구의 이미지'가 어떠한지가 더 중요하니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티셔츠에 새겨 넣고 삭막한 도시의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이다. 김경섭은 이처럼 더는 개인으로서의 일상을 존중 받지 못하는 무수한 유명인들의 얼굴을 흐릿하게 담아내는 작가이다. 꽤 오래 전부터 작가는 주변인들의 얼굴을 꿈에서 보았음직한 흐린 이미지로 치환시켜왔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대상은 대중매체를 통해 조우하는 스타로 옮겨갔다.
모두들 알다시피 얼굴은 인간의 신체부위 중에서 이성, 신념, 의지 등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위이다. 따라서 로마의 영웅들이나 신고전주의의 위인들은 하나같이 결연한 초인적 에너지를 내뿜으며 작품으로 등장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결연함은 대개 분명하고 명확한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분명함과 명확함이 제거된 김경섭의 또 다른 얼굴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원래의 얼굴(fake face)가 놓친 진정한 인간의 존재성(real face)은 아닐까? 지금 우리 시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수많은 스타의 이미지와 권력은 사실은 대중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특정 대상에게 부여한 것일 확률이 높다. 또한 대중은 대낮의 화려함을 벗어던진 공허하고 허탈한 밤의 이미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상황으로부터 도피하기를 원하며, 기나 긴 일상 중에 아주 잠깐 주어지는 환각의 순간을 통해 실재를 탈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경섭이 뿌옇게 처리하여 보여주는 얼굴들에서 우리는 어김없이 그동안 부정해온 진실을 만나게 되며, 가장 비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의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 놀라운 일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장소가 아닌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세계에서 우리는 진실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재가 환영이고, 환영이 실재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근거하는 묘한 긴장감. 이것이 김경섭의 인물화에 늘 도사리고 있다. 어찌 보면, 대부분의 페인팅이 환영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그의 화법은 역설적으로 솔직하다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환영의 감옥을 벗어나려는 악에 찬 바둥거림이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인정하고, 그 운명에 또 다른 운명을 더해 그 운명 자체에 대해 타인들이 한 번 더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여길 수 있기에 말이다.
근래 김경섭은 그간 고수해오던 톤 다운된 엷은 무채색으로부터 잠깐의 도피를 도모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시될 몇 점의 인물화는 그간 붓 터치가 거의 드러나지 않던 매끈한 평면에 두터운 마티에르와 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채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존재성을 발현하는 인간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작업은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실재를 왜곡시킨 변이된 이미지라는 것이 그러하며, 두 번째로 왜곡을 통해 은폐되어 있던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 그러하다. ● 젊은 작가가 오랫동안 자신만의 화법을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긴 시간 동안 몽환적 화법으로 인간의 존재성을 드러내온 김경섭 역시 무수한 유혹에 놓여왔을 테다. 그런 연유로 그의 작업에서는 남다른 아집과 집요함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 아집과 집요함이 만들어낸 것은 바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위치한 존재가 아닐까. 지상과 천국의 사이 어딘가에서 인간과 신이 본모습을 드러내며 자유롭게 유희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 경계에는 참모습을 지닌 자유로운 인간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 김지혜
Vol.20141125h | 김경섭展 / KIMKYOUNGSUB / 金暻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