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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2014_1122_토요일_01:00pm~04:00pm 2014_1129_토요일_01:00pm~04:00pm 2014_1206_토요일_01:00pm~04: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금_02:00pm~08:00pm / 토~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SPACE WILLING N DEALING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25-67번지 B1 Tel. +82.2.797.7893 www.willingndealing.com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 『변신』에는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버린 주인공 그레고리가 등장한다. 발이 여러 개 달린 채 납작한 몸뚱이를 지닌 자신의 모습은 곧 주변에 들키게 되고 가족들에게 동정을 받으며 사육된다. 하지만 이내 쓸모없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전락한 채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등을 맞고 죽어간다.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 원리에 맞춰 그저 돈을 벌기 위하여 살아가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신'하게 된 순간 무의미한 움직임만 반복하다 허무하게 죽어버리고 아무도 그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2012년부터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2014년 개인전 동안에도 유재연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레고리의 이름을 딴 작품 「gregory spiral」을 전시장 안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이는 화면 속에 온갖 생물과 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는 드로잉이다. 재료는 붓펜이다. 이를 손에 쉬고 일정한 길이의 가늘고 짧은 선을 섬세하게 반복하며 이미지를 채워 나간다. 작업 중인 작가는 화면과 그의 눈을 최대한 가까이에 두고 있다.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저러다가 저 엉킨 이미지 속으로 녹아들어갈 것만 같다.
그는 스스로의 생각이나 모습이 절대로 하나의 자신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학습, 경험, 현상 등이 몸 안으로 들어왔고 자신의 세포, 기관, 근육, 뼈 등을 통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율의지가 있는 독립적인 개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발적 영역의 그물망으로 형성되어 있는 뇌는 그의 행동과 생각을 표현하게 하는 매개이다. 온 몸을 구성하는 수만 가지의 이미지와 이야기들 중 어느 한 부분이 외부로 표출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 눈에 보이는 작가의 모습의 일부인 셈이다. 정말 그렇다면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모습이 벌레가 되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수많은 내 안의 것들 중 하나로 표출되었을 뿐일 터이다.
유재연 작가의 자화상에는 「gregory spiral」을 비롯하여 「self-portrait」, 「gregor」, 'spiral」 등의 다양한 제목이 붙여진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는 카프카 소설에 등장하는 그레고리일 수 도 있고 소용돌이 모양으로 얽히고 있는 온갖 이미지의 덩어리일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의 얼굴일 수도 있다. 'pink spiral」시리즈의 분홍빛 드로잉들은 언뜻 뇌처럼 보인다. 금분으로 유머러스하거나 귀엽거나 아기자기한 이미지를 살짝 그려 넣기도 했다. 들여다 보면 풍경이나 동물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들로 모두 제각각의 형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뇌의 형상을 연상시킨다. 그는 글을 쓴다. 자기 고백적인 글 속에서 다시 작가는 그의 일상, 그의 관심, 그의 감정, 그의 상상 등등 다양한 그의 모습을 전한다. 이 도록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글은 그의 머릿속 이야기이다. ■ 김인선
Vol.20141123j | 유재연展 / YOOJAEYEON / 柳在淵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