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 본 전시는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의 사업비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또따또가 갤러리 Totatoga gallery 부산시 중구 중앙동4가 30-1번지 대양빌딩 2층 Tel. +82.51.469.1978 tttg.kr
어느 날 폐지 줍는 아저씨로부터 폐박스를 한 묶음 샀다. 고작 막걸리 한두 병의 값이지만 그 아저씨의 얼굴엔 보일 듯 말듯 한 미소가 번졌다. 그 위에 그림을 그려본다. 최대한 화려한 색과 장식들을 입혀본다. 버려진 골판지들이 빛날 수 있도록. 소용이 다한 후 아무렇게나 뜯겨져 버려진 골판지들은 누군가에겐 따뜻한 밥 한 그릇이고, 시름을 잠시 잊게 하는 한잔의 막걸리다.
민화(民畵)에는 사람들의 바램들이 들어있다. 바램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명씨의 그림이지만 집안에 걸어두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소망했던 마음들은 민화의 뿌리가 되었다. 어린이날 혹은 성탄절이 되면 간혹 받게 된 '과자종합선물세트'는 어린 나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큼직한 상자를 열면 화려한 색과 모양을 한 과자봉지들이 일렬로 들어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이내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과자를 받치고 있던 틀 뒤의 빈 공간은 그 크기만큼의 마음의 구멍을 만들곤 했다.
4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제일 총명하고 공부욕심이 많았던 그녀는 두 명의 남동생의 공부를 위해 여상(女商)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직을 했다. 여차저차 맞선으로 시집을 가게 되면서 그녀는 혼수품으로 직접 수놓은 베갯잇과 이불을 정성스럽게 마련하였다. 행복한 신혼의 설렘도 잠시,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참고 견뎌야 했던 인내의 시간은 그래도 흘러서 이제는 제법 무심해진 마음으로 다시 그때를 떠올리는지도 모르겠다. 공부를 유독 좋아했던 그녀를 위한 책거리그림에 그 베갯잇을 더해본다.
전시의 제목인 '소망세트'는 서로에게 건네는 종합선물세트이다. 그 속에 갖가지 소망들을 담아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떤 변화조차 힘겨울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남은 사람들은 원통함을 호소하며 굶고 쓰러져도 끄떡도 없는 세상을 마주하며 작가라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것이 두렵게 느껴졌다. 어떤 변화도 만들 수 없고, 어떤 위로도 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은 모든 감각을 사막처럼 변화시켰다. 모래바람이 불어와 앞이 보이질 않는다. 어떻게 이 사막에서 벗어날지, 길은 과연 있기나 한 것인지. ■ 김경화
Vol.20141123c | 김경화展 / KIMKYUNGHWA / 金京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