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4_1122_토요일_04:00pm
기획 / 강하라 디자인 / 진민선 도움 / 김수연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노 ART SPACE NO 서울 강남구 논현동 13-17번지 B1 Tel. 070.7746.3227 artspaceno.com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금껏 미술의 언어로 불리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조합하다 이상한 형국의 전시가 되었었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언어가 아닌 책으로부터, 혹은 이전 전시로부터 샘플링 된 자아가 만들어낸 결과물 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잘 잡히지 않는 뜬구름이라면 아예 잡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결론적으로 무작정 단어를 작품에 들이밀던 모습을 지우고 솔직하게 마음을 더 들켜버리는 쪽을 택하였다.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모여 있을 때 나타나는 관계, 관계망, 어떠한 목적과 욕심, 이익, 이해 (좋든 /싫든) 등은 서로가 서로를 의식 하면서 벌어지는 살풍경이다. 현실의 하루하루는 마냥 어렵기만 하고 뚜렷한 목적과 목표 없이 부유하고 부서지고 무너져버리고야 마는 삶이다. 하지만 그래도 삶을 이어간다는 건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쳐다보는 일로부터의 시작인데 이조차 큰 수고와 노력을 더하는 일이 아닐까? 이곳에 모인 작가들은 자신이 감지하려 하는 추상적인 세상을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는 형태로 지레짐작 하려 한다. '한국/ 현대/ 미술/,' '젊은/ 작가/', '새로운 /담론/(언어)', '전시/공간/'(화이트 큐브) 이란 말을 내뱉지 않고 전시장 속에 온전히 살아있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작가의 작업과 그를 바라봐줄 관객들일 것이다. 전시장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형태. 의식하지 않은 척하면서도 뻔뻔하게 의식하는 이 어리둥절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수고스러움을 안아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들은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었다. ■ 강하라
이현지는 습관처럼 수집한 사물을 통해 그 속성을 끈질기게 의심한다. 이 설치일수도 있는 붉은 색돌 역시 그녀가 수집하는 물건 중 하나이며 작은 손전등으로 인해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만 현상과 그 주변을 의식한다. 외부 반응을 통해 다른 존재가 되는 생명체(오브제)는 전시장 내, 외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원호는 과거의 기억 속 장면을 회상하며 도시 풍경을 제시한다. 이 회화일 수도 있는 작품은 자신의 엉킨 기억들을 풀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는 않는다. 회화 속 인물들과 배경으로 존재하는 주차장, 카페 등 도시 속 텅 빈 공간은 마치 장면이 잘렸다 다시 붙여진 스냅사진과도 같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배치 방법을 통해 재편집된다.
조대원은 기억 속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 드로잉일 수도 있는 작품에서 회상의 원 이미지로 선택된 화초와 그 여백에 존재하는 공기를 통해 마치 숲과 비슷한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전 '오늘의 살롱'전(커먼센터) 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업을 다시 재현하며 그 과정을 통해 엇나간 패턴을 무심코 발견한다.
강하라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을 A4용지에 타이핑하여 옮겨 적는다. A4용지에 출력된 문장들은 책에서 뽑은 문장과 문단이 무작위로 추출, 배열된 것이다. 직접 화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이 순서를 알 수 없어진 더미는 관람객의 의사에 따라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 '사물들'은 1960년대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현재 부유하고 있는 자신과 주변의 삶과 맞닿아있다고 본다. ■
Vol.20141122f |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었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