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었다.

강하라_이현지_장원호_조대원展   2014_1122 ▶ 2014_1129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4_1122_토요일_04:00pm

기획 / 강하라 디자인 / 진민선 도움 / 김수연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일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노 ART SPACE NO 서울 강남구 논현동 13-17번지 B1 Tel. 070.7746.3227 artspaceno.com

이번 전시를 준비하던 중 지금껏 미술의 언어로 불리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조합하다 이상한 형국의 전시가 되었었다. 이것은 아마도 자신의 언어가 아닌 책으로부터, 혹은 이전 전시로부터 샘플링 된 자아가 만들어낸 결과물 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문득 잘 잡히지 않는 뜬구름이라면 아예 잡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결론적으로 무작정 단어를 작품에 들이밀던 모습을 지우고 솔직하게 마음을 더 들켜버리는 쪽을 택하였다.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모여 있을 때 나타나는 관계, 관계망, 어떠한 목적과 욕심, 이익, 이해 (좋든 /싫든) 등은 서로가 서로를 의식 하면서 벌어지는 살풍경이다. 현실의 하루하루는 마냥 어렵기만 하고 뚜렷한 목적과 목표 없이 부유하고 부서지고 무너져버리고야 마는 삶이다. 하지만 그래도 삶을 이어간다는 건 지금 내 옆에 누가 있는지 쳐다보는 일로부터의 시작인데 이조차 큰 수고와 노력을 더하는 일이 아닐까? 이곳에 모인 작가들은 자신이 감지하려 하는 추상적인 세상을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는 형태로 지레짐작 하려 한다. '한국/ 현대/ 미술/,' '젊은/ 작가/', '새로운 /담론/(언어)', '전시/공간/'(화이트 큐브) 이란 말을 내뱉지 않고 전시장 속에 온전히 살아있어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작가의 작업과 그를 바라봐줄 관객들일 것이다. 전시장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형태. 의식하지 않은 척하면서도 뻔뻔하게 의식하는 이 어리둥절한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계의 수고스러움을 안아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들은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었다. ■ 강하라

이현지_이곳,이곳,이것_컬러스톤, 전등_가변크기_2014

이현지는 습관처럼 수집한 사물을 통해 그 속성을 끈질기게 의심한다. 이 설치일수도 있는 붉은 색돌 역시 그녀가 수집하는 물건 중 하나이며 작은 손전등으로 인해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만 현상과 그 주변을 의식한다. 외부 반응을 통해 다른 존재가 되는 생명체(오브제)는 전시장 내, 외부 곳곳에서 발견된다.

장원호_말을 하다_캔버스에 유채_22×27.3cm_2014

장원호는 과거의 기억 속 장면을 회상하며 도시 풍경을 제시한다. 이 회화일 수도 있는 작품은 자신의 엉킨 기억들을 풀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는 않는다. 회화 속 인물들과 배경으로 존재하는 주차장, 카페 등 도시 속 텅 빈 공간은 마치 장면이 잘렸다 다시 붙여진 스냅사진과도 같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들의 배치 방법을 통해 재편집된다.

조대원_무제(like a drawing 1)_켄트지에 펜_ 29.5×42cm_2014

조대원은 기억 속 구체적인 대상을 재현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 드로잉일 수도 있는 작품에서 회상의 원 이미지로 선택된 화초와 그 여백에 존재하는 공기를 통해 마치 숲과 비슷한 형태가 완성되었다. 이전 '오늘의 살롱'전(커먼센터) 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업을 다시 재현하며 그 과정을 통해 엇나간 패턴을 무심코 발견한다.

강하라_밑줄긋기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4

강하라는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을 A4용지에 타이핑하여 옮겨 적는다. A4용지에 출력된 문장들은 책에서 뽑은 문장과 문단이 무작위로 추출, 배열된 것이다. 직접 화자의 위치에 놓여 있는, 이 순서를 알 수 없어진 더미는 관람객의 의사에 따라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 '사물들'은 1960년대 프랑스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현재 부유하고 있는 자신과 주변의 삶과 맞닿아있다고 본다. ■

Vol.20141122f | 드로잉일 수도, 설치일 수도, 회화일 수도 있었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