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 on my face

코오롱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광주에서 화가 최운형의 다섯 번째 개인전 'Pee on My Face'를 마련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예일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이방인인 동시에 여성이라는 주변인으로 살아온 경험과 개인적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소통의 단절과 소외감을 작품에 담아왔다. 이성중심주의와 남근중심주의에 대항하는 그의 과잉된 시각적 복수극은 이번 전시에서 권력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젠더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에 대한 관심을 흥미롭게 환기시킨다.

최운형_몬스터 시리즈-Crying Donut_리넨에 아크릴채색_200×180cm_2013

최운형은 이번 전시에서 '몬스터(Monster)', '머니 머니 머니(Money Money Money)', 그리고 '저스티스 시스템(The Justice System)' 등 세 가지 주제의 연작을 선보인다. 201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몬스터 시리즈는 남성의 힘과 권력 그리고 그 불합리한 역사를 증오하는 한 여성이 복수를 감행하지만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부장 혹은 마초를 상징하는 남성의 성기를 거세하여 애완 동물처럼 수족관에 키우거나 박제화하는 정신분열적인 의식 행위는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그녀가 찾아낸 일종의 단죄 의식이지만, 남성의 성적 물리적 폭력에 대한 이 엽기적인 복수극은 결국 정당화되지 못한 채 비극으로 마감한다.

최운형_Pee on my face展_스페이스K_광주_2014

최운형_몬스터 시리즈-Untitled_리넨에 아크릴채색_200×180cm_2014

최운형_몬스터 시리즈-Untitled_리넨에 아크릴채색_200×170cm_2014

몬스터가 섹슈얼리티와 젠더, 권력에 의한 인종차별과 같은 개인의 대사회적인 충돌과 긴장감을모티브로 하고 있는 반면, '머니 머니 머니'와 '저스티스 시스템'에서는 작가 자신에 대한 내면의 성찰이 돋보인다. 상업성이라는 미술시장의 유혹에 대한 젊은 작가의 심적 반응을 보여주는 '머니 머니 머니' 시리즈는 대중적 취향에 영합한 꽃 그림을 보기 좋게 내세우면서도 발정이나 전쟁, 화장실을 상기시키는 이미지를 결합시켜 자본주의 앞에 선 작가의 내면적 갈등을 그린다. 한편 지금까지 작가 활동 내내 화가 최운형을 채찍질해온 작품의 진정성을 고민하는 '저스티스 시스템' 시리즈는 guilty(유죄)나 secret(비밀) 같은 단어를 직접적으로 내세워 내면적 회의를 창작의 동기로 삼는다.

최운형_저스티스 시스템 시리즈-Guilty_리넨에 아크릴채색_200×170cm_2014 최운형_저스티스 시스템 시리즈-Secret_리넨에 아크릴채색_200×170cm_2014

최운형_Pee on my face展_스페이스K_광주_2014

최운형_머니 머니 머니 시리즈-Untitled_리넨에 아크릴채색_160×160cm_2014 최운형_머니 머니 머니시리즈-Untitled_리넨에 아크릴채색_130×130cm_2014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명시적으로 웅변되는 최운형의 이번 작업들은 자신의 근원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한편 그림의 진정성에 대한 참구를 힘겹게 토해낸다. 이번 개인전에서 자신의 작품을 향한 일체의 판단이나 과격한 거부 반응마저 감수하려는 'Pee on my face'라는 도발적인 부제 이면에 작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최운형의 자기 성찰과 진정성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스페이스K_광주

Vol.20141116i | 최운형展 / CHOIWOONHYOUNG / 崔云馨 / painting